[뉴스핌=정경환 기자] 항공해운업계는 올해도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하반기 들어 유가가 하락하며 희망을 되살리고 있다. 다만, 유가 하락 외에는 믿을 구석이 없다는 것이 뼈아프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연결기준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242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은 영업이익 666억원으로 437.0% 급증했다.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던 항공업계가 희망을 되살리는 데는 유가 하락의 힘이 컸다. 국제 유가가 올 하반기 들면서 상반기 고점 대비 50% 가량 폭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평가손실로 순이익 면에선 크게 재미를 못 본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다.
다만, 이 같은 긍정적인 분위기가 앞으로도 계속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유가 하락이라는 호재에 맞서 여타 악재들이 만만치 않아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고로 인해 45일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고, 대한항공은 '땅콩 회항' 사태로 고객 이탈 우려에 직면해 있다.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저비용 항공사(LCC)와의 경쟁 또한 날로 치열해져 가는 상황이다.
3분기 국내 여객 수송 규모는 661만명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 증가한 가운데, 대형2사는 320만명으로 2.8%, LCC 5사는 342만명 17.6% 늘었다.
이는 제주항공의 AK홀딩스와 티웨이항공의 티웨이홀딩스가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에서 전년동기 대비 각각 44.0%, 88.2%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김기태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여객부문에서 국내선과 국제선 모두 지속적으로 LCC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며 "국내 LCC들은 20% 이상의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대형항공 2사는 2% 대의 완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해운업도 사정이 항공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해운 역시 유가가 내려가면서 실적이 다소 나아진 것이 전부일 뿐, 아직 바닥 탈출을 말하기엔 이른 상황이다.
한진해운이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고, 현대상선은 영업손실을 55.1% 줄이는 등 실적이 나아지고 있긴 하다. 하지만, 유가 하락이라는 호재를 감안했을 때 그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은 것이 문제다. 이에 유동성 위기를 탈출하고 재무적 안정성을 찾는 데에도 아직 한참은 더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최대 벌크선사 팬오션은 이제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마쳤고, 한진해운은 영구교환사채까지 발행해 가며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며 "전반적으로 답답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항공해운업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 와, 유가 하락에 기댈 수 밖에 없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유가 하락은 항공업계 전반적으로 수요 증대 등에 따른 경영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달 25일 열린 '세계 해운전망 국제세미나'에서는 유가 하락으로 해운업계 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한진해운의 경우, 유가가 전년 대비 10% 떨어지면 영업이익이 1300억원 증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가 하락에 따른 원가 절감분을 선사들이 운임 인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당분간은 유가 하락으로 수익성이 개선되는 부분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