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 현대오일뱅크도 불투명..연봉 삭감 기업 나올수도
[뉴스핌=송주오 기자] 국제유가 급락으로 정유사들의 실적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4분기도 부진할 것으로 보여 연말 성과급은 물건너간 분위기다.
2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올해 성과급 지급을 계획한 정유사는 아직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4분기 실적이 나오면 그때 결정하겠다며 입장을 유보한 상태지만,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국내 최대 정유업체인 SK이노베이션은 일찌감치 성과급 지급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2388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했던 1조4209억원에 비해 83.2% 급감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 실적 악화의 주범은 정유부분이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정유부문에서만 406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3분기 재고 평가 손실액만 1900억원이 발생했다. 4분기에도 재고평가손실액이 7000억원 가량으로 예상돼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성과급 지급 여부에 대해 "아직까지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내년 1월이 돼봐야 안다"고 말했다.
더욱이 SK이노베이션 임직원들은 지난 2009년부터 시행해온 임금유연화제도에 따라 연봉 10% 삭감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임금유연화 제도는 임원은 연봉의 15~20%, 직원은 10%를 적립하고 연말 세전이익 3000억원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받는 시스템이다.
3000억원 이상이면 적립금에 회사의 격려금을 더해 받게 되고 이하면 적립금만 돌려받는다. 적자가 날 경우 적립금 전액을 반납하게 돼 체감적으로 연봉 삭감 효과가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10% 삭감도 올해 실적이 나와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GS칼텍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GS칼텍스는 지난 2분기 710억원, 3분기 144억원의 적자를 냈다. 3분기 재고 손실 평가액은 1000억원대에 달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과급 지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올 3월 350%의 성과급을 지급한 S-Oil도 올해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S-Oil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적자가 470억원에 달한다. S-Oil 역시 정유부문의 실적 악화 영향이 컸다. 정유부문 손실이 1867억원을 기록했으며 재고손실만 710억원에 달한다. S-Oil 관계자는 "일년 내내 분위기가 안 좋아 (성과급이)거론조차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도 성과급 지급 여부가 불투명하다. 일정 수준 이상이 나와야 성과급을 지급하는 데 지난해보다 실적이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연봉에 성과급을 산정해 놓는다. 기준 실적을 충족할 경우 산정된 성과급을 100% 지급한다. 반대의 경우에는 연봉에서 최대 20%까지 삭감될 수도 있다. 회사 측은 성과급을 지급하는 실적 기준에 대해서는 내부 자료라며 공개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들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19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002억원)에 절반 수준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실적이 다 나와봐야 (성과급 지급 여부를)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유업계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며 분위기가 좋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한편,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유가는 모두 60달러를 하회해 거래되고 있다. 두바이유는 배럴당 58.09달러, 영국 브랜트유 59.37달러,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55.14달러 등 모두 60달러선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6월 100달러선을 돌파했던 것과 비교하면 약 40달러 이상 하락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제마진이 축소되고 재고 평가 손실액까지 정유사들이 떠안으면서 적자폭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