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내수 경기 악화 등 악순환 우려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러시아가 연초 이후 5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했지만 루블화 하락 추세에 반전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금리인상 폭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부터 국제 유가 반등이 없이는 백약이 무효하다는 주장까지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루블화 하락과 함께 국채 수익률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일부에서는 러시아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출처:AP/뉴시스] |
루블화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9.5%에서 10.5%로 인상했지만 루블화 하락에 제동이 걸리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루블화는 올들어 170개 글로벌 주요 통화 가운데 루크라이나의 흐리브니아화 다음으로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와 관련, 스베르뱅크의 톰 레빈슨 외환 전략가는 “금리인상 폭이 불충분했다”며 “루블화 방향을 돌려놓기 위해서는 200~300bp의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라보뱅크의 피오트르 마티스 전략가는 “금리인상뿐 아니라 외환시장 개입까지 다양한 형태의 대응책이 모두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루블화가 내림세를 지속할 경우 금융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루블화가 상승 반전하기 위해서는 국제 유가 상승이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닐 셔링 이머징마켓 이코노미스트는 “루블화 급락 이면에는 국제 유가 급락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해 러시아의 연간 수출이 1000억달러 이상 줄어드는 상황에 통화정책을 통한 루블화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루블화 하락과 함께 국채 수익률 급등 역시 투자자들의 긴장감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최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2%선을 돌파, 5년래 최고치에 이르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스베르뱅크의 킹스밀 본드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경제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최대 희생양”이라며 “유가가 안정을 이루지 않을 경우 루블화와 국채 수익률의 안정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추가로 단행할 여지가 높다는 것이 시장 이코노미스트의 예상이다. 루블화의 지속적이 하락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크게 고조되고 있기 때문.
이와 함께 루블화 약세가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있고, 가뜩이나 유가 하락과 서방의 제재로 인해 수출이 위축되는 가운데 내수 경기마저 꺾이면서 침체를 맞는 악순환이 펼쳐질 것으로 시장 전문가는 우려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