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 전망 지배적, 관련 종목 주가 전망도 '흐림'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엑손 모빌(XOM)이 뉴욕증시에서 시가총액 3위로 밀려났다. 엑손 모빌이 시가총액 1~2위권에서 떨어진 것은 10년만에 처음으로, 최근 국제 유가 급락에 따른 결과다.
시장 전문가들은 에너지 섹터의 주가가 가파르게 떨어졌지만 저가 매수 기회를 찾기는 이르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엑손 모빌[출처:AP/뉴시스] |
마이크로소프트는 시가총액 4007억달러로 1위인 애플의 6975억달러와 현격한 거리를 둔 채 2위에 올랐다.
엑손 모빌이 시가총액 기준으로 1~2위 자리에서 밀려난 것은 지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불발로 유가가 급락한 데다 시장 전문가의 전망치가 연이어 하향 조정된 데 따라 관련 종목이 강한 하락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 유가는 지난 6월 말 이후 36% 급락한 상태다.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로 가뜩이나 투기거래자들을 중심으로 ‘팔자’가 우세한 가운데 OPEC의 감산 부결이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했다.
금융권과 에너지 업계의 전망은 날로 흐려지고 있다. 캐내디언 내추럴 리소시스의 머리 에드워즈 회장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국제 유가는 지난 2008년 배럴당 35달러선까지 밀린 바 있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유가 하락에 대한 베팅을 점차 늘리는 움직임이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한 주 동안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에 대한 롱포지션이 16만2009건으로 전주에 비해 1만3042건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13년 1월4일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관련 기업의 주가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달 S&P500 지수의 에너지 섹터 지수는 9% 가까지 떨어졌다.
유가가 가까운 시일 안에 의미있는 반등을 보이기 어려운 상황이며, 따라서 관련 종목의 주가 역시 내림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데 시장 전문가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웰스 파고 애셋 매니지먼트의 마기 파텔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에너지 섹터에서 저가 매수 기회를 엿보는 것은 아직 이르다”며 “유가 하락과 수요 위축으로 인해 관련 기업의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여지가 높고, 이를 감안할 때 현재 주가는 저평가 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아베르딘 애셋 매니지먼트의 제이슨 코틱 투자 매니저 역시 “유가 전망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아직은 유가 반등에 대한 기대보다 하락에 따르는 손실을 우려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리포우 오일 어소시어츠의 앤디 리포우 대표는 “머니매니저들이 OPEC의 감산 불발 이후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포지션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며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유가 하락과 관련, OPEC이 어떤 대응에도 나서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