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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자발적 사업재편] 주요그룹 '한계 돌파'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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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변화 빨리 읽고 이른 단계서 구조조정..경쟁력 강화에 초점

[뉴스핌=산업부 기자] "골든타임을 놓치면 끝입니다. 각 그룹사들이 IMF 외환위기 이후 한계사업을 정리해야 한다는 학습효과는 있지만 문제는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는 것이죠. 삼성그룹이 대단한 건 이런 점 때문입니다."

한때 국내 30대 그룹에 진입하면서 고속성장을 거듭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업 구조조정에 실패하며 지금은 사실상 그룹이 해체된 A그룹의 전직 임원은 "우리에게도 삼성과 같은 컨트롤타워가 있었다면 현재의 참담한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과 한화의 '빅딜' 발표를 보면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강조한 '마하경영'이 새삼 떠올랐다고 한다.

이 인사는 "과감한 결단, 그리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엄청난 속도,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과감하게 사업재편에 나서는 것을 보면 삼성이 괜히 글로벌 일류기업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삼성, 현대차 등 자발적 사업재편으로 '한계 돌파'

삼성과 한화의 빅딜이 발표되면서 재계에서는 '자발적인 사업재편' 현상이 화두로 떠올랐다. 2조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딜의 내용도 그렇지만 그 성격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빅딜은 종전과 같이 부실기업이나 한계기업의 헐값 매각이 아닌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교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사실 과거 대기업들의 인수합병(M&A)는 문어발식 확장 과정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또는 성장 모멘텀을 상실한 기업들을 억지로 끌고 가다가 부실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이후에야 마지못해 금융당국 등 정부 주도로 단행돼 왔다. 때문에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친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이번 삼성과 한화의 빅딜은 두 기업 모두가 자신의 주력 분야의 경쟁력 강화와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군 자체의 체질개선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단순히 국내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나 외형 확대가 아니라 글로벌 플레이어들과의 경쟁에서 맞설 수 있는 사업구조를 구축한다는 전략이 이번 빅딜의 핵심이다. 선택과 집중은 이제 재계에서 거스를 수 없는 경영 화두가 됐다.

이와 관련, 신석훈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과거에는 힘든 기업, 죽어가는 기업이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최근에는 상시적 차원에서 경쟁력 제고를 위해 경영환경 변화를 빨리 읽고 이른 단계에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사업재편을 통한 한계돌파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삼성이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삼성의 사업재편은 이번 한화와의 빅딜로 확실한 방향성을 보여줬다. 석유화학과 방위산업 등 비주력 분야를 과감하게 정리하는 한편 전자를 필두로 금융과 건설 부문에서 경쟁력을 끌어 올리는 그림이다. 외형 대신 성장 모멘텀 강화에 치중한다는 것으로 이 회장의 마하경영 연장선이다. 마하경영은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설계부터 엔진, 부품, 소재 등 모든 것을 교체해야 가능하듯, 기존 경영활동과 관행 등을 버리고 새로운 틀을 만들어 한계를 돌파하자는 의미다.

삼성의 사업재편은 이같은 맥락에서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제일모직 패션부문을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에 1조원에 매각하면서 대형 사업구조 재편의 신호탄을 쏘았고, 삼성SDS가 삼성SNS를 흡수합병하는 등 계열사와 사업을 쪼개고 합치는 작업이 이어졌다. 지닌해 11월에는 에스원이 삼성에버랜드 건물관리사업을 인수했고, 삼성에버랜드는 급식 및 식자재 사업을 분리해 삼성웰스토리를 설립하기도 했다.
 
올 1월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 751만주(2조203억원 규모)를 미국 코닝에 매각하기도 했다. 이번에 한화에 매각되는 삼성종합화학은 지난 4월 삼성석유화학을 흡수합병한 것으로, 비슷한 시기 삼성전기는 삼성정밀화학으로부터 MLCC 원재료 설비를 양수한 바 있다. 삼성종합화학은 삼성석유화학과 합병하고 삼성SDI는 제일모직 소재부문을 인수 합병했다.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무산되긴 했지만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발표도 있었다. 또한 이달 상장한 삼성SDS에 이어 다음 달에는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상장이 예정돼 있다. 삼성전자를 중심 축으로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비주력 사업 정리와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들이다.

현대차그룹도 올해 들어 사업의 효율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계열 부품회사 중심의 합병이 이루어졌다. 지난 8월에는 7개 계열사를 단 하루 만에 3개로 합쳤다. 현대위아를 통해 현대위스코, 현대메티아를 흡수합병해 자산 5조원이 넘는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제조 계열사로 키웠다.

또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씨엔아이, 현대건설은 현대건설 인재개발원을 각각 합병했다. 지난 4월엔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을 합쳤고 지난해 10월엔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의 냉연부문을 합병하며 자동차 강판 부문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계열사 간 중복 투자에 따른 비효율성을 제거한 것이다.

10조원이 투입되는 한전 부지 인수도 중장기적으로는 사업재편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신정관 KB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한전부지를 매입한 것을 오히려 사업구조개편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면서 "자동차산업이 통합의 산업인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 회사들 간 의사소통, 사업시너지, 브랜드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SK그룹 역시 최태원 회장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경영 위기 극복과 신성장 동력원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통신과 정유 등 주력 사업이 부진한 현재 상황을 심각한 위기로 보는 것이다.

SK는 지난 2012년 인수한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그룹 내부적으로는 성공적인 변화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지난 9월 SK케미칼에서 사들인 SK유화를 SK케미칼에 다시 매각했다. 올초 태양광전지사업에 이어 8월에 차세대 연료전지사업도 접었다. 이와 함께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추격이 가속되자 헬리오볼트도 매각했다. 지난해 1월 독일 컨티넨탈과 시작한 전기차 사업 방향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다.

포스코는 지난 3월 권오준 회장이 취임한 이후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다. 비핵심 사업 분야를 정리해 군살을 빼고 핵심 사업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 재편의 주요 골자다.

사업 재편의 첫 단추로 광양LNG 터미널의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로 했다. 이어 비핵심사업으로 분류된 포스화인과 포스코우루과이도 매각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스테인리스 특수강 생산 전문업체인 포스코특수강 매각 작업을 세아그룹과 논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 포스코 측은 특수강 분야의 미래 기업가치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세아그룹으로 넘기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계열사간 중복 사업을 정리하는 계열사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지난 8월 포스코는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정기이사회를 열고 철강 유통·가공 사업군은 포스코P&S가, B2B서비스 사업군은 포스메이트가 담당하는 사업구조재편 안건을 결의한 바 있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포스코P&S에 포스코AST 지분 100%와 포스코TMC 지분 34.2%를, 포스메이트에 소모성자재(MRO) 구매 대행사인 엔투비 지분 32.2%를 각각 현물출자키로 했다.

삼성과의 빅딜로 그룹 위상이 격상된 한화그룹은 석유화학, 태양광 다운스트림(발전사업 등), 첨단소재 등 3가지 분야를 축으로 사업재편을 진행해왔다. 지난 6월 한화L&C는 건재사업 부문을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 측에 3000억원에 매각하고, 존속법인인 소재사업 부문은 '한화첨단소재'로 사명을 변경했다. 또한 가구·자동차·페인트·신발 등에 사용되는 폴리우레탄의 원료인 TDI(Toluene Diisocyanate)를 생산하는 KPX화인케미칼을 인수한 바 있다.

김승연 회장이 야심차게 키워온 태양광 사업에 대한 공격적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호주에서 주택용 태양광 사업과 에너지 절감 사업을 펼치고 있는 엠피리얼(Empyreal)사 지분 4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6일에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등 석유화학 계열사와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등 방위산업 계열사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방위산업과 석유화학 분야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LG-GS 분리 사례는 '선택과 집중' 표본

롯데그룹은 최근 2~3년간 계열사 재정비 작업을 거의 마무리했다. 같은 업종의 계열사를 한데 묶고 나눠서 보다 효율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거침없는 M&A로 확장된 사업영역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선제적이고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룹 목표인 '2018년 200조원 매출과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효율적 사업 재배치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롯데는 2002년 이후 크고 작은 M&A만 30건에 육박한다. 지난해만 4조원을 M&A에 쏟아 부었다. 기존 유통업은 물론, 금융과 석유화학, 주류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에 진출한 상태다. 최근 롯데는 계열사 롯데푸드(전 롯데삼강)과 롯데케미칼(전 호남석유화학)은 간판을 바꿨다. 기존 주력 사업 부문을 강화하고 신규 사업에도 진출해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기린식품에 이어 올해 롯데브랑제리를 흡수합병했다. 유사 업종인 제빵 사업을 흡수해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사업영역도 확대하게 됐다. 롯데삼강은 롯데햄과 롯데후레쉬델리카, 웰가를 흡수합병한 바 있다.

2005년 단행된 LG그룹과 GS그룹의 계열분리는 '선택과 집중' 전략의 표본이다. 두 그룹은 '같은 업종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신사협정 속에 LG는 전자와 화학에, GS는 건설, 에너지, 유통 전문그룹으로 나눠 성장하며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고 되는 사업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특히 LG의 경우 이후에도 지속적인 분할과 합병을 통해 사업구조를 전략적으로 재편해 왔다. 현재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이노텍, LG텔레콤 등 60여개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향후에도 외형 확대보다는 실리추구형 사업재편을 계속할 전망이다. 

최근에는 실리콘웍스를 통해 TV와 자동차 부품분야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한편 범한판토스 인수를 통해 물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산업부·정리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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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스로픽·오픈AI 'AI 감속론'의 속내는?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주 12일 내놓은 인공지능(AI) 개발 감속론에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 xAI 모회사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CEO가 잇달아 동조했다. 경쟁 관계인 3사 수장이 최상위 모델의 성능 개선 속도를 늦추자는 데 공개적으로 뜻을 같이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업계의 시선은 감속 선언에 붙은 조건에 쏠린다. 아모데이 CEO의 제안이 자발적 제동에 머물지 않고 정부 규제 요구와 한 묶음으로 제시됐다는 점에서다. 업계에서는 규제를 동반한 감속은 개방형 모델과 후발 주자의 진입로를 좁히기 위함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오픈AI·앤스로픽의 개방형 제한 로비가 '사다리 걷어차기' 논란을 부른 데 이어 같은 구도가 감속론을 매개로 되풀이된 양상이다. 3사만 속도를 늦추면 개방형이 격차를 좁히는 결과만 남는 만큼 개방형까지 같은 규제에 묶어야 감속이 성립한다는 셈법이 규제 요구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3단계안과 부속 조치 아모데이 CEO의 에세이 '우리는 프론티어(최상위 성능 모델)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3단계 구조로 짜여있다. 1단계는 앤스로픽이 단독 이행을 약속한 조치로 제3자 평가 기관에 내부 위험평가팀에 준하는 상시 접근권과 평가 결과 공개권을 준다. 같은 의무를 다른 개발사에도 지우도록 정부에 요구하는 내용이 함께 붙어 있다. 2단계는 미국 최상위 모델 개발사 전체에 대한 정부 규제를 기본으로 삼되 입법 지연에 대비해 개발사 간 자발적 기준 마련을 병행하는 내용이고 3단계는 국제 공조다. 앤스로픽이 스스로 지는 부담은 평가자 수용에 그친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의 개인 웹사이트에 게시된 에세이 'We Must Pace the Frontier' 갈무리 [사진=아모데이 CEO 개인 웹사이트] 2단계에 함께 담긴 부속 조치들이 개방형 진영을 자극했다. 아모데이 CEO는 중국과의 격차 이상으로 감속하면 안보 위험이 생긴다며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와 무단 증류(한 모델의 출력으로 다른 모델을 훈련하는 기법) 단속, 가중치(모델이 학습한 결과를 담은 핵심 수치) 도난 방지를 요구했다. 표적은 중국이지만 다른 모델의 출력을 훈련에 활용하는 증류가 널리 쓰이는 개방형 생태계에서는 무단 증류의 규제 범위를 넓게 잡을 경우 통상적인 모델 개발 기법까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 개방형 진영의 우려다. ◆개방형 추격과 감속 딜레마 감속 주장의 '저의'를 따지기에 앞서 살펴야 할 것은 규제를 동반한 감속 주장이 나온 배경이다. 개방형의 추격 속도가 아모데이 CEO에게 규제 없는 감속을 허용하지 않는다. AI 모델 이용 중개 플랫폼 오픈라우터에 따르면 미국 이용자가 요청한 토큰 처리량 가운데 개방형 비중은 작년 9월 26%에서 지난달 60%로 높아졌다. 유럽연합 이용자의 개방형 비중도 같은 기간 16%에서 65%로 상승했다. 가성비로 시장을 파고드는 개방형 모델 앞에서 3사만의 감속은 점유율 양보와 다르지 않다. 앤스로픽의 공동창립자인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 [사진=블룸버그통신] 폐쇄형 3사만 속도를 줄이면 개방형과의 성능 격차가 좁혀지는 시간만 짧아진다. 기술 우위로 높은 기업가치를 떠받치는 회사가 스스로 감속을 선언하는 것은 자기 약화에 가깝다. 에세이에는 자기 약화를 피하는 장치가 들어 있다. 아모데이 CEO는 훈련 중단이 아니라 안전 검증 시간 확보가 목적이라고 했다. 감속 대상은 외부 공개 모델의 역량 향상 속도이고 내부 연구는 제약에서 비켜난다. 폐쇄형은 공개 시점만 조절하면 되지만 공개 자체가 사업 방식인 개방형은 공개를 늦추면 남는 것이 없다. 규제를 동반한 감속이 개방형에 지우는 부담은 준수 조건에서 한층 커진다. 아모데이 CEO가 제시한 제3자 평가자 상주 방식은 모델을 자사 서버에 두고 API로 제공하는 구조에서만 작동한다. 누가 쓰는지 확인하고 위험한 사용을 감시하며 접근을 차단하고 문제 모델을 서비스에서 내리는 일은 서버를 통제하는 개발사만 할 수 있다. 가중치를 공개한 개발사는 수정·재배포된 복사본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 해당 조건이 강제되면 개방형은 결국 존재 방식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진입장벽 논란과 '규제 포획' 공방 앤스로픽이 6월 내놓은 규제 프레임워크의 적용 기준도 논란이다. 훈련 연산량이 10의 25제곱 플롭을 초과하고 연간 AI 매출 5억달러 또는 연구개발비 10억달러가 넘는 기업을 대상으로 삼는다. 소규모 개발사는 면제되는 구조지만 문제는 기준선을 넘는 순간부터다. 문턱을 넘자마자 비용과 기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승인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면 투자자와 창업자로서는 문턱 아래 머무는 편이 합리적 선택이 된다. 소규모로 남는 것은 허용하되 대형사로 성장하는 길은 막는 면제 조치가 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사진=블룸버그통신] 백악관에서 감속론을 공개 비판한 인사는 데이비드 색스 대통령 과학기술 자문 공동의장이다. 색스 공동의장은 감속 선언 다음 날인 13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다리오가 프론티어 속도를 조절하자고 썼고 샘이 동의했다. 그렇게 해라. 당신들이 프론티어다"고 했다. 두 회사가 점유율·매출·성능 어느 기준으로 봐도 최상위 모델 시장을 사실상 둘이 나눠 갖고 있으니 남을 규제할 것 없이 스스로 늦추면 된다는 논리다. 감속의 대가로 원하는 규제 틀을 얻으려는 시도는 규제 포획(규제가 기존 강자의 이익 보호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에 해당한다고 했다. 색스 공동의장의 규제 포획 비판은 지난달 아모데이 CEO와의 엑스 공방에서 이미 구체화된 바 있다. 당시 그는 앤스로픽이 요구하는 사전 심사 체제를 'AI를 위한 차량국(DMV)'에 빗댔다.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정부 시험과 승인을 기다려야 한다면 대응 인력과 자금을 갖춘 대형사만 대기열을 견디고 후발 주자는 출시 자체가 늦어진다는 논리다. 안전을 명분으로 한 심사 요건이 기존 강자에게 유리한 경쟁 규칙으로 굳어진다는 지적이 감속론에서도 되풀이된 셈이다. ◆반독점 면제 요청 문턱 규제 포획 논란과 별개로 규제를 동반한 감속은 현행법의 문턱부터 넘어야 한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수주간 의회 의원들에게 업계 차원의 감속 조율이 합법인지 지침을 요청했다. 경쟁사 간 개발 속도 합의는 일종의 생산량 제한에 해당해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 일각의 해석이다. 7월 초당파 의원들이 안전·보안 협력에 반독점 예외를 두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하원 법사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아모데이 CEO의 반독점 면제 요청은 현행법 아래 조율이 자동으로 합법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버그통신] 법적 문턱을 넘더라도 실행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포브스는 에세이가 제3자 평가자 도입 시한을 명시하지 않은 점을 짚었다. 아모데이 CEO가 요청한 반독점 면제도 정부가 받아들일 의무가 없어 거부되면 2단계는 시작조차 어렵다. 반독점법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두 회사의 협력 회피를 가리기 위한 구실이라는 시각도 있다. 면제가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알고 요청한 것이라면 감속은 처음부터 이행 의사 없이 내건 조건부 약속에 가깝다. 공동 제안서조차 만들지 않은 채 규제 요청부터 앞세운 순서가 의심의 근거로 언급된다. ◆백악관 입장과 개방형 반응 앤스로픽의 규제 요청은 지난달 백악관이 한 번 거절한 내용과 같다. 백악관이 지난달 확정한 자발적 AI 심사 틀은 대상을 폐쇄형 최상위 모델로 한정했다. 개방·폐쇄를 가리지 않는 시험을 요구했던 앤스로픽으로서는 폐쇄형 최상위 모델만 심사받고 개방형은 빠지는 결과가 됐다. 에세이에서 거론된 2단계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모든 최상위 모델 개발사에 같은 기준을 강제하라는 내용이다. 폐쇄형에 그친 심사 대상을 개방형까지 넓혀 달라는 요구를 감속론의 이름으로 다시 낸 셈이다.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대통령 과학기술 자문 공동의장 [사진=블룸버그통신] 개방형 진영의 대응은 규제 확대 요구를 맞받아치는 형태로 나왔다. 오픈소스 개발자 제이크 골드는 공개서한에서 "진심이라면 가중치를 공개하라"고 했다. 개방형을 심사 대상에 넣자는 요구에 폐쇄형도 가중치를 공개해 외부 검증을 받으라고 맞선 것이다. 개방형 모델 공유 플랫폼 허깅페이스의 클렘 들랑그 CEO도 감속 자체에는 동의했지만 규제 대상 확대에 대한 찬반은 명시하지 않았다. 감속의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감속의 조건을 폐쇄형 진영이 정하는 구도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 개방형 진영의 입장으로 읽힌다. ◆IPO 시기와 겹친 감속론 감속론의 저의를 둘러싼 근본적 물음은 왜 지금이냐에 있다. 최상위 모델 개발사들은 이전 세대 훈련 비용을 회수하기 전에 다음 세대에 더 큰 자본을 투입하기를 거듭해 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픈AI의 GPT-6 아스트라는 내부 다량 사용 직원 기준 하루 7000달러어치 토큰이 소모된다고 한다. 기술 투자자 마틴 바르사브스키는 엑스에서 "[3사가 다른 건 몰라도] 서로 벌이는 경주가 모두를 파산시킬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할 것"이라고 썼다. 감속 합의의 실제 동기가 안전이 아니라 비용에 있다는 지적이다. 감속 선언과 상장 절차 연기가 비슷한 시점에 나온 점은 의심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앤스로픽은 지난주 예정됐던 증권신고서(S-1) 공개를 이달 늦은 시점으로 미뤘고 올트먼 CEO는 12일 연내 상장 배제 의사를 밝혔다. AI 연구자 엘리 데이비드는 엑스에서 "S-1이 손실 규모를 드러낼 것이므로 훈련 비용을 줄여 수익성 경로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상장을 앞둔 회사로서는 손실을 줄일 방법을 투자자에게 보여야 하는데 훈련 비용 절감이 가장 확실한 수단이고 안전을 이유로 감속하면 비용 절감이라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6-09-1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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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투자 시작되면 한·미 관계 좋아질까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한·미 간 최대 갈등 요소인 한국의 대미 투자 첫 사업이 조만간 발표될 전망이다. 정부 출범 이후 최악의 상태에 빠진 한·미 관계가 대미 투자 발표로 진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미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1호 사업은 텍사스주 엔시날 LNG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 유력하다. 미국이 당초 198억 달러였던 사업비를 250억 달러로 증액할 것을 요구해 이 부분에 대한 막판 협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종도=뉴스핌] 김예원 기자 = 미국을 방문했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08.20 yeawon2@newspim.com ◆대미 투자, 한·미 갈등의 시발점 대미 투자 지연은 한·미 관계의 발목을 잡은 가장 직접적인 요인이다. 미국은 올해 초부터 대미 투자를 독촉했지만 한국은 '상업적 합리성'을 내세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국의 대미 투자 지연은 일본의 발빠른 투자 이행과 비교되면서 미국의 강한 불만을 초래했다. 미국과 5500억 달러 투자 합의를 한 일본은 올해 2월에 360억 달러 규모의 1차 프로젝트와 3월 730억 달러 규모의 2차 프로젝트를 확정한 데 이어 현재 3차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다. 더욱이 11월 중간선거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권자들에게 경제적 성과로 내세울 수 있는 투자 유치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어서 투자를 지연시키고 있는 한국에 대한 분노와 불만이 매우 크다. 미국은 한국이 투자를 회피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한·미 정상합의의 일부분인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 및 우라늄 농축,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위한 협상이 중단됐고 쿠팡 문제,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따른 미국 기업 차별 주장이 이어졌다. 최근 미국이 한국에 추가 투자와 함께 호르무즈 파병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대미 투자 지연에 따른 압박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를 지시하고 북한과 조건없는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도 한국에 대한 보복의 성격이 강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한·미 정상이 합의한 관세 협상은 한국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와 관세 인하만을 교환한 것이 아니라, 한·미 동맹의 안정성과 안전 보장 등이 포함된 패키지 형식의 합의여서 대미 투자가 안되면 외교 안보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구조"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통신] ◆시간에 쫓기는 한국 한·미 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대미 투자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하면 한·미는 산적한 현안에 대한 논의를 재개할 수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8일로 예상되는 대미 투자 발표 전후로 곧장 미국을 방문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만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조 장관은 대미 투자가 시작된 것을 계기로 그동안 중단됐던 핵잠수함, 농축·재처리 협상 재개를 비롯해 전시작전권 전환, 호르무즈 파병에 대한 정부의 입장 등을 미국 측에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장관이 대미 투자 발표와 동시에 미국을 방문하려는 이유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한 소식통은 "한·미 관계를 조속히 정상으로 되돌려 놓지 않으면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의 불편한 한·미 관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 북한과의 대화를 본격 추진한다면 한국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가장 큰 우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에서 한국의 동의 없이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합의를 하는 이른바 '한국 패싱'이다. 북·미 대화에서 한국의 입장을 반영시키기 위해서는 한·미 간 치밀한 사전 조율이 필수적이다. 만약 지금과 같은 한·미 관계가 이어진다면 한국이 북·미 대화에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차단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말대로 '연내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면 한국으로서는 시간이 별로 없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5.10.29 ◆한·미 관계 완전 회복엔 역부족 대미 투자가 시작되면 한·미 관계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나아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투자를 환영하고 중요한 성과로 포장하는 정치적 레토릭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 중단됐던 핵잠수함, 농축·재처리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일정 논의도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한·미 갈등이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이 기대했던 것에 비해 너무 늦은데다 규모도 미국을 만족시키기 어려운 탓이다. 미국은 대외적으로 한국의 투자를 환영면서도 내심으로는 불만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한국에 대한 압박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대미 투자가 신속히 진행됐더라면 한·미 관계 냉각이나 미국의 각종 압박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미 투자 시작으로 한국을 향한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의 강도가 다소 누그러질 수는 있겠지만 호르무즈 파병이나 추가 투자 요구를 거둬들일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트럼프 시대'가 이어지는 동안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경제와 안보를 한데 묶어 상대국을 압박하는 협상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여전히 경제·산업 부처와 안보 관련 부처가 따로따로 영역을 나눠 미국을 상대하고 있기 때문에 유기적인 전략 조율이 불가능하다.  정부가 대미 관계에서 관세와 투자, 첨단 기술, 공급망, 안보를 총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통합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opento@newspim.com 2026-09-1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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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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