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남녀 닉과 에이미의 사랑이야기로 막을 올리는 '나를 찾아줘'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
명장 데이빗 핀처(51)가 선사하는 전율의 스릴러 ‘나를 찾아줘(Gone Girl)’가 개봉(23일) 전부터 연일 화제다. 젊은 여성작가 길리언 플린(43)의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나를 찾아줘’는 미디어가 장악한 현대사회에서 까발려지는 한 부부의 결혼생활을 통해 절묘한 웃음과 스릴, 섬뜩한 공포를 안겨주며 2014 뉴욕영화제에서 일찌감치 주목 받았다. 국내에서도 평점 9점(10점 만점)을 넘기며 관심을 모으는 영화 ‘나를 찾아줘’의 제작노트를 공개한다.
■About Movie
영화 ‘나를 찾아줘’는 전직 신문기자 닉(벤 애플렉)과 똑똑한 아내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의 이야기다. 경기 악화로 뉴욕을 떠나 중서부로 이사한 이들은 겉보기엔 행복한 5년차 부부지만 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을 감추고 있다.
사건은 결혼 5주년 기념일 아침에 벌어진다. 에이미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서 두 사람이 꽁꽁 숨겼던 비밀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닉은 의심스러운 행동으로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되고, 생사를 알 수 없는 에이미를 찾으려는 경찰 수사는 계속된다. 화제에 목마른 미디어는 닉과 에이미의 사생활을 들추고, 사건을 바라보는 대중은 폭도처럼 변해간다.
닉과 에이미가 행복한 부부의 전형인 것처럼, 에이미의 실종 사건은 미국의 전형적인 가정 범죄 중 하나다. 그러나 그의 실종 사건은 애를 태우면서, 강력한 비밀이 또 다른 비밀로 이어지는 거울의 방을 떠올린다. 영화 ‘나를 찾아줘’는 충격적이고 복잡한 사건 속에 예리하고 정확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닉은 어떤 인물이고, 에이미는 과연 누구인가. 진실과 거짓이라는 위태한 토대 위에 결혼생활을 하고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또 누구인가.
■세계를 열광케 한 베스트셀러, 영화가 되다
길리언 플린의 소설 ‘나를 찾아줘’는 2012년 출간과 동시에 세계를 놀라게 했다. 시종일관 긴장감 넘치는 이 소설은 그해 여름 대단한 인기를 끌었고, 자연히 문학계의 시선도 잡아끌었다.
‘나를 찾아줘’는 서스펜스도 훌륭하지만 독창적인 서술 기법이 압권이다. 이를 바탕으로 결혼과 소유, 대중과 사생활, 속임수와 놀라운 진실 등 갖은 문제들을 뒤집으며 인간 내면을 파헤친다. 작품의 두 화자 닉과 에이미는 끊임없이 서로를 조종하고 거미줄처럼 기만하며 독자들을 소설에 푹 빠지게 만든다.
‘나를 찾아줘’는 원작이 워낙 본능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경험으로 가득해 실제 영화화까지 망설여지는 점이 많았다. 작품 속 캐릭터들의 색깔 역시 강해 원작만큼 훌륭하게 각색할 인물이 없으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다행히 이 문제는 길리언 플린이 원작에서 핵심만 추려 요약하는 까다로운 각색 작업을 자청하면서 해결됐다.
■길리언 플린, 거장 데이빗 핀처와 손잡다'나를 찾아줘'를 합작한 데이빗 핀처 감독(왼쪽)과 원작 소설가 길리언 플린 [사진=유튜브 캡처]
‘나를 찾아줘’의 연출은 ‘파이트 클럽’ ‘세븐’ ‘소셜 네트워크’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의 거장 데이빗 핀처가 맡았다. 길리언 플린은 그와 엄청난 궁합을 보여줬다. 플린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핀처 감독의 감각적인 스토리텔링이 합쳐지자 결혼 문제를 소재로 한 걸작 스릴러 겸 블랙코미디가 탄생했다.
사실 길리언 플린은 처음부터 ‘나를 찾아줘’의 감독으로 데이빗 핀처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의 소설에도 데이빗 핀처 감독이 영화로 만드는 상상을 하면서 쓴 장면들이 등장할 정도다. 덕분에 길리언은 데이빗 핀처의 눈을 통해 작품을 바라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이렇게 호평했다.
“감독이 내 스토리에 공간을 입히고 서스펜스와 밀실 공포를 살릴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모두가 알듯, 데이빗 핀처는 영화를 통해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 줄 안다. 하지만 내가 평소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블랙코미디다. ‘나를 찾아줘’는 스릴러 못지 않게 유머도 들어있다. 감독이 그런 부분을 잘 표현해주리라 믿었다. 그가 이 작품을 딱딱한 추리극으로 만들지 않고 이야기의 본질, 즉 부부의 결혼생활을 파헤치는 여지를 남겨 주리라는 것도 알았다.”
“길리언과 작업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성실하고 정말 열심히 일하더라. 이유를 불문하고 피하거나 방어적이거나 애매모호하게 나오는 타입이 아니었다. 아무리 아끼는 캐릭터라도 가차 없이 죽일 준비가 돼 있는 작가였다.(웃음) 그런 그의 작업의식뿐 아니라 글 쓰는 방식을 존경한다.”<데이빗 핀처>
데이빗 핀처 감독은 이야기 초반 객석이 배우들의 연기에 흠뻑 빠져들도록 특유의 블랙코미디를 활용했다. 이에 대해 그는 “사람들은 영화에서 진실을 보면 웃음을 터트린다. 그렇게 어둠에서 껍데기를 벗고 나온다. 제대로 된 배우를 선택해 드라마를 이끌어가게 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정말 현실감이 살아난다”고 자신했다.
■이야기의 두 화자 – 닉과 에이미
'나를 찾아줘'에서 닉을 연기한 벤 애플렉 [사진=유튜브 캡처] |
닉은 결혼 5주년 기념일 아내의 실종이라는 기막힌 현실과 마주한다. 아름답고 명성 높은 아내 에이미가 사라진 뒤 닉은 미디어를 통해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되면서 행복한 남편에서 대중의 관심을 받는 초조한 남자로 전락한다. 어린 시절 고향의 자랑거리였던 소년에서 아내 실종사건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돼버린 닉. 그는 거짓과 기만, 부적절한 언행을 계속하고, 점점 불리한 상황을 맞는다. 과연 그는 정말로 아내를 죽였을까?
평범한 남자에서 미디어의 관심을 받는 닉은 명배우 벤 애플렉이 맡았다. 데이빗 핀처는 벤 애플렉을 기용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영화 캐스팅은 농구팀 선수를 한데 모으는 것과 같다. 그 중 닉은 포인트 가드다. 즉, 닉은 영화에서 묘사가 탁월한 인물이다. 책에서는 캐릭터 설명이 손쉽지만 영화에서는 더 주관적이어야 한다. 더구나 영화에서 내면의 독백이 주어지지 않기에 무엇보다 연기가 되는 배우가 필요했다. 그게 벤 애플렉이었다.”
벤 애플렉이 옳건 그르건 대중의 분노에 휘말리는 남자와 잘 어울릴 것으로 봤던 감독의 생각은 적중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특별한 게 또 있었다.
“미소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닉은 카메라 앞에서 에이미의 포스터를 마주하며 어떤 반응을 보여야만 했다. 교활하면서도 매력적인 남성을 연기해줄 배우가 그래서 필요했다. 대부분의 배우는 닉처럼 대중에 심하게 노출되는 상황을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벤 애플렉은 정말로 똑똑하고 재미있다. 사건이 전개될수록 닉은 대중 앞에서 이미지를 관리하는 법을 터득하고 마침내 그 방면의 전문가가 된다. 벤은 그런 복잡한 유머가 가능하다. 미묘함을 이해하고 닉이 처한 불합리한 상황을 제대로 표현한 배우다.”<데이빗 핀처>
'나를 찾아줘'에서 다중적 캐릭터를 보여주는 실질적 주인공 로자먼드 파이크 [사진=유튜브 캡처] |
결혼기념일 아침 흔적도 없이 사라진 에이미는 모든 미디어에 등장하고, 동시에 아름답고 연약한 여인으로 포장된다. 그렇게 미국 전역에서 유명해진 에이미. 하지만 그것은 그의 정체성 중 하나일 뿐이다.
‘나를 찾아줘’에서 에이미는 하나의 자아로 고정되지 않는다. 심리학자인 부모가 쓴 유명한 아동도서에서 완벽한 ‘어메이징 에이미’로 성장한 그는 성인이 된 뒤 닉의 이상형인 쿨한 여자로 변신한다. 모든 일에 최고지만 여전히 섹시하고 느긋하고 완벽한 멋진 여자로 말이다. 경기 악화로 닉의 고향 미주리로 이사해 자신의 신탁 기금으로 생활하면서부터 에이미는 또 다시 변신한다. 그의 정체는 영화를 보는 모든 이들을 궁금증에 빠뜨린다.
배우 로자먼드 파이크는 에이미를 연기하기 위해 끝없는 심연으로 들어갔다. 런던 토박이인 그는 ‘007 제20탄-어나더데이’의 본드걸로 관심을 끌었다. 그후 ‘오만과 편견’ ‘언 애듀케이션’ ‘잭 리처’ ‘더 월즈 엔드’ 등에 출연한 그는 수백 겹 껍질 속에 정체를 숨긴 에이미를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사실상 영화 ‘나를 찾아줘’에서 돋보이는 배우는 로자먼드 파이크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그런 로자먼드를 이렇게 극찬했다.
“에이미는 정말 쉽지 않은 캐릭터다. 관객은 그가 다음에 뭘 할지 전혀 알 수 없다. 로자먼드가 출연한 작품을 봤는데 놀랍게도 그를 읽을 수 없었다. 매우 색다른 방식으로 관심을 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쉽게 알기 힘들었다. 에이미에게서 외동딸의 느낌이 꼭 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온실 속 화초가 필요했다. 로자먼드에게는 그런 분위기가 있고, 아름다운 외모가 빛나고, 보는 재미가 있었다. 주변에서 그를 캐스팅하는 건 무리수라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그와 마주앉은 순간, 에이미를 완벽하게 연기해줄 배우라는 확신이 들었다.” <최고의 '나를 찾아줘' 제작노트②에서 계속>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