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수호 기자] 다음카카오가 출범 이주 만에 검열 논란에 휩싸이며 좌초위기에 처했다. IT 업계의 신데렐라로 불렸던 카카오의 수장 이석우 공동대표도 합병이후, 첫 번째 고난을 넘기는데 애를 먹고 있다.
검찰발 검열 논란에 이어 연이은 사과와 해명자료, 이 대표의 사과 기자회견까지 진행됐으나 논란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도 텔레그램으로의 '사이버 망명'은 이미 100만건을 훌쩍 뛰어 넘었다. 합병 축하 박수가 그치기도 전에 사실상 좌초되는 분위기다.
◆ 이석우의 '헛방' 리더십…"무능력자 낙인 찍혔다"
지난 13일 다음카카오는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가 진행되던 오후 4시30분, 급하게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돌렸다. 사과 기자회견을 급하게 열었으니 오후 6시까지 광화문 프레스 센터로 오라는 공지였다. 급하게 열린 기자회견인 만큼, 내용 또한 파격적이었다.
이날 이 대표는 "지난 7일 이후 법원의 감청 영장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자료요청을 사실상 거부하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 카카오톡 검열 논란 공식 사과 / 김학선 기자 |
정치권 역시 이 대표의 실언을 두고 보지 않았다. 카카오톡 검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4일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법을 어기겠다는 이석우 대표의 결정은 근본적인 문제를 제대로 짚지 못한 것"이라며 "열악한 보안의식, 책임의식 부족이 가장 큰 문제임에도 엉뚱하게도 법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해 소비자들에게 또 다른 불안을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실책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이 대표는 동종업계와 손잡고 '영장 공동 거부'라는 카드를 꺼냈으나 업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기업협회에서 아직 뚜렷한 대응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 대표가 급한 나머지 실언을 한 것"이라며 "같은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것은 맞으나 영장 불응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다음카카오처럼 영장에 대해 불응하지 않겠다는 발표는 현실적으로 하기 힘들다"고 우회적으로 이석우 대표의 대응책을 깎아내렸다. 사실상 업계에서도 엇박자를 낼 정도로 충분한 합의가 없었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학계와 시민단체들의 비판도 거세졌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카카오톡의 감청영장 거부 선언, 마구 내주다가 비판 받으니 완전 닫는다"며 "그렇다면 유괴혐의자의 카톡 대화 감청영장도 거부할 것인가"라며 이 대표의 발언을 비판했다.
이 대표의 계속된 '실정' 이후, 1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시총 역시 신주 상장 첫날 7조8000억원대에 그치며 흥행대박을 이어가는데 실패했다. 신주 발행 전날 밤, 감청 거부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시가총액 하락은 막을 수 없었다.
이처럼 공동대표 체제 이주만에 '이석우 리더십'이 무너지면서 사실상 김범수 의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 카카오의 위기는 지금부터…"플랫폼 올인이 독 됐다"
다음카카오가 검열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과도한 플랫폼 중심사업이 독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플랫폼에 기반을 둔 금융 관련 서비스와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게임, 카카오픽을 비롯한 신규 사업군까지 이용자 급감으로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열 논란 이후, 카카오를 떠난 40만명은 플랫폼 연동 구조로 인해 카카오의 콘텐츠 서비스 역시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
지난 6일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직접 판교 본사를 찾아 카카오 금융서비스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지만 유저의 이탈 가속화로 김이 빠지는 상황이다.
사물인터넷(IOT)과 관련해 '연결'을 표방했던 신규서비스도 늦어질 공산이 크다. 기업의 명운이 걸린 상황에서 무리한 신규 서비스 출시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콘텐츠 중심이 아닌 과도한 플랫폼 사업으로 인해 리스크가 커졌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매출에 큰 공헌을 하고 있는 게임의 경우에도 이미 과도한 수수료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 고객 이탈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의 매력도를 끌어올려 플랫폼에 올라타는 것이 아닌,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에 길들여졌기 때문에 플랫폼을 떠나면 관련 서비스도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이라며 카카오의 위기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이어 "플랫폼의 성장이 콘텐츠의 수요 급증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카카오의 경우 콘텐츠 강화보다 문어발식으로 확장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증권사 관계자들도 과도한 플랫폼 중심 사업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과거 프리챌-커뮤니티, 싸이월드-네이트의 사례처럼 연쇄적인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종원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의 특성상 헤게모니는 언젠간 이동된다는 한계점이 있다"며 "다음카카오 입장에선 긴장해야 할 시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시장을 통해 콘텐츠 경쟁력 점검에 나선 라인의 위세 또한 카카오에게는 경계의 대상이다. 라인은 일본 시장을 통해 콘텐츠 경쟁력을 높인 후, 국내 시장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더욱이 메시지 저장 서버가 일본에 있어 감청 대응에 수월하다는 점도 이점으로 꼽힌다.
이 같은 배경 탓에 국내 시장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라인이 SNS의 역할만 담당하는 텔레그램을 밀어내고 카카오의 새로운 대항마로 떠오를 가능성도 적지 않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