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보이첵’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프레스콜은 하이라이트 시연 및 기자간담회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하이라이트 시연은 보이첵(김다현)과 마리(김소향)의 ‘우리의 꿈은 아직 눈부셔’, 쇼맨(김태현)과 보이첵, 마리, 군악대장(김법래)이 함께 하는 ‘영원히 잊지 못할 밤’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 1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아스메시나’가 좌중을 압도했다. 실험 대상으로서의 보이첵을 관찰하고 나아가 조롱하는 박사(박성환), 학생들, 군인들의 비인간성, 궁지에 몰린 보이첵의 처절함이 극대화됐다.
마지막으로 아내의 부정을 알고 절망하는 보이첵(김수용)과 그런 남편에게 사죄하는 마리(김소향) 두 남녀의 혼란스러운 심리가 드러나는 ‘모든 것이 변했어’, 배우 김법래(군악대장 역)의 매력적인 저음 보이스가 돋보이는 ‘나란 남자’가 차례로 공개됐다.
타이틀롤 보이첵 역에는 배우 김수용과 김다현이 더블 캐스팅됐다. 보이첵을 제외한 캐릭터는 원캐스트로 공연을 이어간다.
이날 김수용은 “연극적 장치 때문에 그로테스크하다거나 무섭다고 느끼실 수 있다. 보이첵이 현실과 허구 사이의 인물이라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그런데 또 어떻게 보면 (보이첵은)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라며 보이첵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모습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캐릭터 해석이나 표현에 있어 어떤 한계를 두지 않고 접근하려 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시도하려 했고, 공연 막이 내릴 때까지 그렇게 하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김다현은 “대본을 봤을 때, 기존에 해 왔던 작품에서 만날 수 없었던 캐릭터와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지금까지 창작뮤지컬을 많이 해오면서 이 뮤지컬만큼 작품성이 깊은 건 오랜만에 만나는것 같아 기쁘다. 역시 윤호준 연출님의 안목이 높다 생각했다. 공연 마지막까지 보이첵으로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마리 역의 김소향은 “가장 복잡한 캐릭터가 마리인 듯하다. 실험 당하는 남편이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 같이 힘들어하다 군악대장을 만나 흔들리고, 또 동시에 자식의 미래를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는 욕망과 희망을 품는 여자가 마리”라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김소향은 “제가 표현한 마리는 단순히 ‘나쁜 여자’가 아니라 이 시대 우리 주변에 어디에나 있는 한 여자의 이미지이다. 이 극에서 전 정말 나쁜 사람일 수도 있고, 누구나 볼 수 있는 (일반적인)여자가 될 수도 있다. 전 마리의 정당한 이유를 찾아 여러분께 보여드리려 한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군악대장 역의 김법래는 “극의 흐름에 있어 가장 큰 갈등요소가 되는 캐릭터를 맡았다. 악역으로서 충실해야 할 것 같다. 악역이지만 무서운 모습만 있다기 보단 다소 능글맞은 모습도 같이 보여드릴 생각이다”고 말해 또 한번의 강렬한 캐릭터의 탄생을 예고했다.
애초에 세계 무대를 염두하고 영어로 제작된 만큼, 윤 연출은 “먼저 한국에서 초연을 올리고, 좀더 구체적으로 다듬고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서 세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영어권 무대에서 선보인 뒤에는 ‘보이첵’의 오리지널인 독일어권으로 옮겨가 독일어 프러덕션을 진행하려는 바람”이 있다.
한편, 극 중 보이첵은 사랑하는 여인이 세상의 전부인 순수한 남자였지만, 생체 실험으로 서서히 황폐해가던 중 아내 마리의 부정을 알고 분노와 처절함에 휩싸여 파멸의 길을 걷게 되는 인물이다. 순수함과 광기를 모두 지닌 이중적인 캐릭터로, 극과 극을 오가는 보이첵의 미묘한 심리가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보이첵’은 오는 11월8일까지 약 한달 간 공연된다. 만 15세 이상 관람가인데, 상당히 고수위의 장면이 포함돼 있다. 4~8만 원.
[뉴스핌 Newspim] 글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사진 LG아트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