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겨우 넉 달 만의 재회였는데 그는 전과 달리 들떠 보였다. 신작을 향한 언론의 호평 때문인지, 자타공인 ‘여신’ 신민아와의 즐거운 홍보 활동 때문인지는 몰라도 입가에는 시종일관 옅은 미소가 깔렸다. 이제 막 결혼한 새신랑처럼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게다가 이제 더는 씬 스틸러의 위치도 아니었다. 물론 뮤지컬과 드라마에서는 진작에 정상 자리에 오른 그지만, 스크린 속에서 주연을 맡은 건 처음이다. 모두 기분 좋은 변화였다. 그러니 마주한 그의 기분이 들뜨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다만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일정한 톤을 유지하며 던지는 말장난, 그리고 유쾌한 성격이었다.
배우 조정석(34)이 박중훈-고(故)최진실 주연, 이명세 감독이 연출을 맡은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나의 사랑 나의 신부’로 돌아왔다. 영화는 4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영민과 미영 부부의 리얼한 신혼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로 재탄생,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실감 나는 대사와 다채로운 에피소드를 담아냈다. 24년 전, 아무 생각 없이 원작을 봤던 초등학생 꼬마는 어엿한 배우로 자라 새롭게 태어난 영민의 자리를 채웠다.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시나리오 받고 다시 (원작을) 봤는데 이상하게 기억이 나더라고요(웃음). 일단 저희 영화는 원작이 지닌 보편적 정서를 고스란히 가져오지만, 시대적 배경은 달라요. 2014년형 ‘나의 사랑 나의 신부’죠. 원작 못지않은 리메이크 작품을 만들기 쉽지 않지만, 그런 부담감을 떨쳐 낼 수 있었던 건 이 영화가 새 영화로 재창조됐기 때문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에 출연한다는 것, 박중훈 선배 역할에 들어갔다는 자체로 영광스럽고요.”
극중 조정석이 연기한 영민은 대한민국 보통의 남편이다. 로맨틱한 시를 쓰며 시인을 꿈꾸지만, 현실에선 아내의 잔소리에 짜증 내고 밥투정하는 철부지. 그래도 “사랑해 미영, 고마워 미영, 미안해 미영”을 입에 달고 사는, 사과도 잘하고 애교도 곧잘 부리는 귀염둥이다.
“제가 애교를요?(웃음) 자연스럽게 나왔나 봐요. 물론 연기할 때 고민은 됐어요. 영민이 워낙 연애 때부터 그런 말을 달고 산 친구잖아요. 평소에 전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애교 못 부려요. 장난기만 많지(웃음). 사과하는 건 대개 남자들이 결혼하고 나면 다 그럴 거고요. 연애 때랑 달리 ‘내가 죽일 놈’이라면서 엄청 빨리 사과하죠. 연애할 때는 화나면 가라고 소리 칠 텐데 우리만의 공간에서 어딜 가라고 하겠어요. 그런 차이겠죠. 한 가정의 가장이 됐다는 책임감이기도 하고요. 연애랑 결혼은 정말 완전히 다르니까요.”
이번 영화에서 결혼을 간접 체험해본 그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하지만 결혼 이야기에 앞서 신민아와의 부부 호흡에 대한 질문을 빼먹을 수 없는 법. 더군다나 앞서 영화 ‘역린’(2014) 인터뷰에서부터 ‘여신’이라며 환하게 웃던 그였다. 그때부터 좋아하더니 역시나 지금 기분이 좋겠다는 말에 망설일 틈도 없이 “당연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동료 배우들, 뭇 남성들, 친구들, 심지어 여성분들도 부러워했죠(웃음). 여신인 건 말할 것도 없고 대화가 잘 통하고 호흡이 잘 맞아서 너무 좋았어요. 보통 아이디어를 내도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 소용없잖아요. 근데 (신)민아 씨는 흔쾌히, 쿨하게 받아줬죠. 자장면 신에서 그릇을 돌리는 것도 여배우로서 꺼릴 법한데 응해줬고요. 작품에 대한 열정과 열의가 있었던 거죠. 저로서는 이렇게 대화가 잘 통하는 배우와 함께했다는 게 가장 좋고 감사하죠.”
영화 ‘건축학개론’(2012)부터 ‘관상’(2013)에 ‘역린’까지 흥행 연타를 친 조정석은 또 한 번 ‘나의 사랑 나의 신부’로 흥행을 꿈꾸고 있다. 인터뷰 내내 “감격스럽다”, “울컥한다”던 그의 말에 따르면 일종의 책임감이란다. 함께한 이들의 수고가 보상받는 가장 좋은 방법이 흥행이니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사실 ‘건축학 개론’ 후로 계속 부담이었어요. 더 잘해야 한다는 걱정도 있었죠. 하지만 제 장점은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라는 거?(웃음) 그 장점을 살려서 부담감을 떨치려 노력해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고민하고 연기하자, 연구한 만큼 표현하자는 생각이죠. 맡은바 최선은 다해야 하니까요. 제 사고방식이 좀 그래요. 우리 집 가훈이 근면·성실·정직이거든요. 물론 사람이 솔직하지 못할 때도, 근면하지 못할 때도, 성실하지 못할 때도 있죠. 다만 열심히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을 믿으면서요. 전 어떤 순간이 닥쳤을 때 믿을 건 저밖에 없다는 주의죠. 실수하면 내 부족함을 탓하면 되는 거고, 잘했으면 또 기특하다고 칭찬해주고요(웃음).”
자신에게 스스로 채찍질하고 다독여가는 그는 욕심도 많다. 운동마니아답게 최근에는 골프를 새로 시작했다. 바쁜 일정 탓에 아직 두세 번밖에 가지 못했다는 그는 “아직 열의가 부족해서 그런가 보다”며 멋쩍게 웃었다. 물론 (제삼자의 입장에서는) 열의 부족이라기보다는 다른 그 어떤 것보다 연기에 대한 열정이 더욱 크기 때문인 듯하다.
“앞으로도 좀 다양한 장르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아는 장르를 더 해보고 싶기도 하고, 완전히 스릴러나 무시무시한 액션, 정통 멜로도 하고 싶어요. 물론 코미디도 다시 해보고 싶죠. 근데 아무래도 납뜩이가 코미디였으니까 우선은 (다른 장르를 먼저 하고요). 하여튼 다양한 장르 도전해보고 싶은 게 제 마음이에요. 그런 인물들이나 시나리오를 보면 정말이지 이상하게 도전의식이 생겨요. 그러니 앞으로도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뵐게요.”
“배려심 많은 남편이 되고 싶어요” 사실 조정석은 이번 작품에 들어가기 전부터 결혼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되도록 늦지 않게 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 결혼 계획이야 많이 들어봤으니 만약 결혼하면 어떤 남편이 될 것 같으냐는 질문을 대신했다. “배려를 잘할 수 있을 듯해요. 우리 영화 텍스트에 주어진 대로만 따라가도 되지 않겠어요? 변기 뚜껑 올리고 앉아서 보면 되고, 파김치 어디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으면 되고(웃음). 서로에게 서운한 게 있으면 쌓아놓지 말고 그때그때 풀고요. 극중 미영이 그러잖아요. 같이 있어도 외로운 게 얼마나 외로운지 아느냐고, 그 말도 이해하는 편이라 잘할 거로 생각해요. 만약에 제가 나중에 결혼생활도 잘하고 미래의 내 와이프한테 배려를 잘하고 있다면 이 영화에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요. 저 근데 결혼에서 아이 생기면 잡아먹을지도 몰라요. 애들을 너무 좋아해서(웃음).” 결혼하려면 이제 슬슬 연애도 해야 할 터. 특히 앞서 조정석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공개 연애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내비쳐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그런 뜻은 아니었다”며 멋쩍은 미소를 보였다. “물론 예전에는 공개 열애에 대해 완전히 반대하는 입장이었어요. 상대방을 배려해야 하잖아요. 그 사람은 공개 연애를 싫어할 수도 있는 거고요. 다만 이제는 한 번쯤 해보고 싶다는 거죠. 나도 길거리에 돌아다니면서 데이트하고 싶고 테라스에서 같이 커피도 마시고 싶어요.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싶다는 의미였어요. 물론 가장 중요한 전제는 그 사람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는 거고요.”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