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서영준 기자]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1일 합병을 발표했다. 합병 비율은 1:2.36으로 삼성중공업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1주당 삼성중공업 주식 2.36주를 삼성엔지니어링 주주에게 교부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오는 10월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며, 12월 1일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합병은 건설부문의 실적 악화가 지속되면서 부실 우려가 커진데다 여러 계열사에 건설사업이 흩어져 있다는 점에서 이미 예견된 측면이 있다. 다만 삼성 주변과 증권가 등에서는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건설부문 재조정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이 이루어진 것은 두 계열사가 올 상반기 삼성 미래전략실 주도의 경영진단을 강도높게 받은 뒤 현실화된 것으로 보인다. 저가 수주 등 사업 경쟁력이 약화된 측면이 있는데다 내부의 부패지수도 상당히 높아 구조조정 역시 독하게 진행된 사안이다.
특히 시장 일각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의 해양플랜트 부문은 삼성중공업에 합치고 석유화학 플랜트와 건설 부문은 삼성물산에 통합될 것이란 전망이 높았다. 그러나 삼성엔지니어링이 상장돼 있어 사업을 쪼개서 합치는 문제는 합병비율 등 고려할 사안이 많아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고 한다. 삼성중공업과의 전사적인 합병은 이런 측면을 고려해 최선의 방법을 찾은 셈이다.
더구나 삼성의 사업 재조정이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이번 합병은 방향을 잘 가져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사는 합병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매출 40조원에 이르는 초일류 종합플랜트 회사로 거듭난다는 방침을 밝혔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번 합병을 통해 오일메이저를 비롯한 고객들에게 육상과 해상을 모두 아우르는 토탈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합병 후에는 새로운 비전에 걸맞게 합병 법인의 사명 변경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중공업은 삼성엔지니어링의 강점 분야인 '설계·구매·프로젝트 관리'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해양플랜트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게 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제작역량'을 확보함으로써, 육상 화공플랜트 중심에서 고부가 영역인 육상 LNG와 해양 플랜트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게 됐다.
삼성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 합병은 이미 올 초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된 사안 중 하나"라며 "급하게 결정돼 진행된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 계열사간 사업 재조정 작업은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계열사간 중복되는 업무를 하나의 계열사로 통합해 시너지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더불어 각종 사업이 한계에 부딪치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이같은 작업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돼 왔다. 지난해 10월 삼성SDS와 삼성SNS가 합병을 결의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한 삼성의 업 재조정 작업은 삼성에버랜드와 제일모직 합병,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 합병으로 이어졌다. 이번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발표로 이후 건설부문의 추가 사업조정 작업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삼성SDS과 제일모직(삼성에버랜드)의 상장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S는 연내에 상장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제일모직은 내년 초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 회사의 상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 삼성 삼남매의 보유지분에 따라 경영권 승계작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사업과 인력의 강도높은 구조조정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 재조정으로 계열사간 합병이 이루어지면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고 인력을 재배치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직은 슬림화되어가는 추세다. 삼성SDI와 제일모직 소재부문의 합병절차 이후 합병 삼성SDI는 전사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고, 삼성전자 역시 최근 본사 스탭인력을 현장으로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삼성 관계자는 "각 계열사들의 전문적인 역량을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결합해서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사활을 걸고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사업구조의 재편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서영준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