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생활습관·패턴 따라 전자기기 스스로 반응
[뉴스핌=이강혁 기자] "사람을 알아보고 반응하는 집. 과거 10년 간 있었던 변화보다 앞으로 2~3년 안의 변화가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될 것입니다. 2~3년 내 대중화 시대가 열릴 겁니다." 지난 4월 수원디지털시티에서 만난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사장은 삼성 스마트홈(smart home) 사업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설명에서는 스마트폰이 진화했던 것보다도 스마트홈과 관련된 제품과 서비스의 발전이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읽혔다. 홍 사장은 삼성의 스마트홈 서비스 관련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회사 내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로부터 4개월 남짓한 시간 만에 삼성전자는 실생활 속에서 전자기기가 사람의 생활습관이나 패턴에 따라 스스로 반응하는 다양한 스마트홈 관련 프리미엄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인다. 2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오는 9월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IFA)에서 세이프티(Safety) 서비스, 에너지 모니터링, 위치 인식, 음성 제어 등 스마트홈 중심의 네가지 핵심 기능이 공개된다.
예컨대 세이프티 서비스는 외출 중 현관의 도어락이 열리면 등록된 가족의 스마트폰으로 알림을 전달하고, IP 카메라를 통해 집안을 살필 수 있는 일종의 무인 경비시스템이다. 또, 에너지 모니터링 서비스는 스마트홈 서비스에 연결된 모든 기기들의 전기 소비량과 예상 비용을 집계해 보기 쉽게 알려 준다.
위치 인식 기능은 스마트폰을 통해 사용자가 집에 가까이 왔음을 자동으로 인지하고, 집에 들어오기 전에 조명과 에어컨 등 가전 제품을 미리 켜서 알아서 사용자를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된다.
웨어러블 기기인 기어 시리즈와 갤럭시 스마트폰의 음성 인식 서비스인 S보이스를 통해 에어컨, 로봇 청소기, 조명 등을 보다 편리하게 언제 어디서나 작동시킬 수도 있다. 단순히 기기를 음성으로 켜고 끄는 것 뿐 아니라 '에어컨 온도 내려', '침실 조명 켜' 등 보다 세부적이고 다양한 명령을 음성으로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같은 기술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SDS, 삼성테크윈, 에스원 등 삼성 관계사들이 다양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홍 사장을 만난 당시만 하더라도 기기를 제어하는 데 무게중심이 있었다면 4개월이라는 짧은시간에 실생활 속에서 기기와 기기를 연결하는 서비스와 기기와 인간이 함께 반응하는 방향으로 빠른 진화가 이루어진 셈이다.
글로벌 IT업체들도 삼성전자가 그리는 스마트홈 사업을 미래사업으로 판단하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3년 후 스마트홈이라는 감성적이고 지능화된 서비스가 대중화된다는 데 대부분 이견이 없다. 기기가 스스로 소통하고 제어하고 관리라는 시대. 시장조사기관 SA에 따르면 이같은 시대는 5년 뒤 114조원의 시장 규모로 형성될 전망이다. 스마트홈의 핵심인 사물인터넷 시장 규모는 디바이스 매출 기준으로 2020년이면 7조달러(7100조원)를 넘어설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만큼이나 이 사업에 속도를 높이는 곳은 구글과 애플이다. 구글은 32억달러를 들여서 스마트홈 시스템 업체인 네스트랩스를 인수했는가 하면 드롭캠이라는 인터넷 감시 카메라 전문업체도 5억달러를 들여 사들였다. 애플도 올해 새로운 홈 오토메이션 기술인 홈킷(HomeKit)을 선보이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애플의 스마트홈 구상.<애플인사이더> |
홈킷은 아이폰을 이용해서 집의 온도와 조명, 출입문, 각종 가전 등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다. 아이폰이 사실상 리모콘 역하는 하는 셈이라 삼성전자만큼 대중화에 근접하지는 않았다는 판단이지만 집과 가전, 자동차 등 모든 생활을 총망라한 스마트홈 구상을 진행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 중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홈 사업의 성공은 제품개발 만큼이나 서비스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한다. 때문에 특화된 통합플랫폼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글로벌 개방형 생태계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 내 500여개 유통망을 보유한 공조전문 유통사 콰이어트사이드와 1000개 이상의 기기와 8000개 이상의 앱을 지원하는 개방형 플랫폼을 개발한 스미트싱스를 인수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향후 스마트홈 사업이 상당한 속도감으로 전개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LG전자도 스마트홈 시대를 준비 중이다. 이미 스마트 냉장고, 스마트 세탁기 등 스마트홈의 주요 제품을 내놓으며 가전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말 국내시장에서 처음 상용화한 '홈챗' 서비스와 가전의 연결은 LG전자가 그리는 스마트홈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외부에서 홈챗 대화를 통해 냉장고나 세탁기 등을 원격 제어하고 작동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외출중 귀가 시간을 고려해 "세탁 시작" 문자를 보내면 세탁기가 작동하고 집에 돌아와 바로 빨래를 널 수도 있다. "세탁기 뭐해?"라고 물으면 남은 시간, 작동 상태 등도 알려준다.
▲삼성전자 수원디지털시티 내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SIM)에서 현재 진행되는 스마트홈 시스템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삼성전자> |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