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아버지가 묻는다.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나는 큰 소리로 답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아버지가 묻는다. 더 나은 것이 많은데, 왜 당신이냐고. 나는 수줍어 조그맣게 말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로 태어나, 다시 나를 낳은 뒤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싶어요. 아버지가 운다.”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은 김애란 작가의 동명 소설 원작으로 선천성 조로증을 앓고 있는 소년과 그의 어린 부모의 이야기를 그렸다. 원작이 있는 작품이 대개 그러하듯 ‘두근두근 내 인생’ 역시 어느 정도 부담감을 안고 출발했다. 더욱이 지난 2011년 출간되자마자 3개월 만에 14만 부의 판매 부수를 기록, 그 해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보니 예비 관객들의 기대는 더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기대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원작의 가장 큰 미덕인 덤덤한 시선을 스크린에 옮길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 가장 컸다. 원작을 본 이들이 “눈물을 강요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을 정도니 영화를 신파로 만들어버리지 않는 건 이재용 감독에게 내려진 가장 큰 숙제였다.
다행히 영화는 원작 그대로 유쾌하고 따뜻하게 옮겨졌다. 그렇다고 해서 슬픔을 동반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단지 이 감독 역시 감정선을 깊게 파고들지 않는 선에서 관객의 마음을 툭툭 건드는 방법을 선택, 애잔함을 더했다. 대한민국 관객의 가장 취약한 감정인 가족애, 모성애를 다루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할 이유는 충분했다. 오히려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비극적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억지 눈물을 강요했다면 관객은 금방 지쳤을 거다.
슬픈 이야기 사이사이를 되레 소소하고 행복한 장면들로 꼼꼼하게 채워 나간 것도 같은 이유일 거다. 때문에 관객은 인물들이 펑펑 우는 장면보다 행복하게 웃는 모습에서 더욱 큰 슬픔을 느끼게 된다. 동시에 그 속에서 가족과 일상의 소중함을 읽게 된다. 물론 영화만이 줄 수 있는 시각적 매력도 놓치지 않았다. 상황과 대비되는 아름다운 색채가 화면을 가득 메우며 이들 가족의 슬픔은 극대화된다.
영화의 기대치를 높였던 강동원과 송혜교의 부부호흡도 꽤 신선하다. 두 사람은 비현실적인 외모라는 악조건(?)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 평범한 부모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아픈 아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가슴 절절한 감정연기는 물론이거니와 풋풋했던 고등학생 시절까지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특히 웃음과 눈물 사이를 부드럽고 능수능란하게 오가는 강동원의 연기가 눈에 띈다.
물론 아름이 역을 열연한 아역배우 조성목의 연기도 빼먹을 수 없다.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제법 흡인력 있는 그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여기에 백일섭, 김갑수, 이성민이 강렬한 존재감으로 영화의 무게를 잡고 걸그룹 소녀시대의 유닛 태티서가 깜짝 등장해 특별한 재미를 안긴다. 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