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최근 정유화학업계에서 벤젠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벤젠이 불황 속 '틈새 수익'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벤젠 수출 물량이 16만9453t으로 전달 대비 28.8% 증가했다. 금액으로는 2억2861만달러(약 2340억원)로 32.6% 늘었다.
벤젠 수출이 급증한 데에는 무엇보다 수요 증가에 따른 벤젠 가격 상승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플래츠에 따르면 벤젠 가격은 지난 5월 t당 1330달러에서 6월 1455달러로 오른 후 지난달에는 1494달러까지 급등했다.
이는 셰일가스로 인해 미국 석유화학업체들이 나프타분해시설(NCC)을 셰일가스 기반의 에탄 분해센터시설(ECC)로 교체중인 것이 주 원인이다. ECC에서는 방향족(BTX: 벤젠, 톨루엔, 자일렌) 성분이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으로의 벤젠 수출 금액은 지난달 37.4% 급증하며 5989만달러(약 613억원)를 기록, 국가별 수출규모에서 1위로 뛰어 올랐다. 지난 6월 1위였던 대만으로의 수출은 15.8% 감소하며 2위로 내려 앉았다.
이에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정유화학업계에서 벤젠이 수익원으로서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 GS칼텍스와 삼성토탈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 "우리도 방향족공정이 있기 때문에 꾸준히 벤젠 수출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벤젠 수출 경쟁력이 좋아지고 있어 수출 물량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지역, 수출 규모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기 곤란하다"며 "하지만,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수출을 늘려가는 추세인 것은 맞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불황인 가운데 벤젠이 하나의 수익원으로서 니치마켓(틈새 시장)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같은 움직임이 업계 전체로 확산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현재로선 GS칼텍스와 삼성토탈을 제외한 정유 3사는 벤젠 판매와 관련해 기존 사업 방향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S-Oil 관계자는 "정기 보수가 있었던 지난해를 제외하면, 올해 1~8월 벤젠 수출 물량은 2012년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판매량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고 보긴 어렵다"고 언급했다.
현대오일뱅크 측도 "BTX(방향족) 공장 두 곳 중 규모가 큰 2공장은 가동 중단 상태이고, 1공장은 규모가 작아 수출 확대 여부를 논할 정도가 못 된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
최근의 벤젠 수출 증가는 단지 시황에 따른 증감일 뿐, 크게 의미를 둘 만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공정이) 시황에 따라 생산량을 늘이고 줄이고 하는 개념은 아니다"라며 "마침 지금 벤젠 시황이 좋은 것일 뿐, 시황은 늘 변동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