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신학자 김근수 저 <교황과 나>..평신도부터 한국교회 전체 개혁 수용해야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하루 뒤인 14일이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한다. 오는 18일까지 한국을 찾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위 탈피와 파격, 개혁 성향을 십분 드러내면서 비(非) 가톨릭 교인들의 팬덤까지도 부르고 있다.
14~18일 한국을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출처=가디언) |
밤이면 사제 복장을 하고 노숙자들을 만나러 나가기도 하고, 취임 후 첫 방문지로는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을 택해 굶주렸던 아프리카로부터 일자리를 찾아온 난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더랬다. 너무 높아서 섬겨야만 하는 교황이 아니라 낮은 곳으로 내려왔던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조국 아르헨티나에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었던 시절과 바티칸에서의 그의 스타일은 크게 다르다고 한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아르헨티나에서 반(反) 독재를 외쳤던 해방신학에는 동조하지 않았다. 오히려 독재자들의 편에 서기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의 확실히 다르다.
교황명 선택에서도 파격을 보였다. '빈자의 성인'으로 불렸고 해방신학에서 중시하는 핵심 인물인 프란치스코 성인(1182~1226)의 이름을 택한 것이다. "돈을 신으로 모시는 세상은 바뀌어야 한다"면서 신자유주의를 배격하고 나눔과 불평등 해소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가는가 하면 교회는 고통받는 이들을 찾아가야 하며 가난한 자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한편에선 "프란치스코 교황은 해방신학과 별 관계가 없는데도 마치 해방신학자처럼 행동하고 있다"고도 하고 다른 한편에선 "교황은 사실상 해방신학자이면서 일부러 해방신학이라는 단어를 피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뼛속깊이 해방신학자인 김근수 씨는 저서 <교황과 나>(메디치)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개혁교황'으로 지칭한다. 그리고 해방신학에 대해 비판적 수용을 하고 있는 '온건 해방신학자'라고 부른다.
해방신학에 대한 오해도 함께 풀어보려 했다. 저자는 "해방신학은 가난과 싸우며 가난한 사람을 편들고 가난한 사람의 손을 잡는 신학"이며 "마르크시즘에서 일부 사회분석 방법론을 빌려오긴 했지만 그 방법론의 학문적 타당성에 해방신학의 운명이 달린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회와 교회의 개혁이 모순되지 않고 교회개혁에서 시작해 사회개혁에 도달해야 한다고 믿는다는 측면에서 사회개혁과 교회개혁을 함께 강조한 해방신학을 열린 자세로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것은 교황이 살아온 라틴아메리카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취임 후 처음으로 가톨릭교회 운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은 회칙 <복음의 기쁨>, 그리고 라틴아메리카 주교회의에서 채택한 <아파레시다 문헌>을 살펴보면 "가톨릭교회에게 신자보다 백성이 우선이다. 가톨릭교회에게 교회보다 현장이 우선이다"란 대목이라든지, '가난한 사람을 위한 우선적이고 복음적인 선택'이란 표현을 택한 것 등에서 그 근거를 찾고 있다.
그런 면에서 책의 제목 또한 다시 의미심장하게 되새김질해 볼 만하다. 저자는 '나'란 개인은 하느님은 물론이고 교황과도 얼마든지 독대할 수 있는 존재라는 의미에서 붙여졌다고 말한다. 그리고 교회의 정점인 교황이 직접 나서서 낮은 곳을 향하며 내외부의 개혁을 꾀하겠다고 하고 있다면서 신앙은 상호적인 것임을 인정할 때 절대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전 세계 교계에선 베데딕토 16세 말 해방신학에 대한 금기가 풀렸고 온건한 해방신학적 교황의 선출을 통해 새로운 신학적 흐름을 활발히 논하고 있는데도 한국 교회에선 해방신학을 반체제, 불온이란 형용으로 금기시하며 오래전부터 내려온 은총과 축복, 구원만을 얘기하면서 스스로 갈라파고스 섬이 되었다고 지적한다. 물론 섬으로 남아선 안 된다는, 평신도들 입장에선 불만을 쌓다가 냉담자가 되거나 교회를 떠나거나 하는 식이 되어선 안된다고 이 책은 강렬하게 외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