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정부, 다국적 은행들에게 '헤지펀드 채권' 인수 제안
[뉴스핌=김동호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와의 채무조정 협상 무산으로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직면한 아르헨티나가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미국을 제소했다.
7일(현지시각) 국제사법재판소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이번 디폴트와 관련해 미국을 제소했으며, 이를 미국 정부에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유엔 산하기관인 국제사법재판소는 국제법을 적용해 국가 간 분쟁을 해결하는 국제 법원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국제사법재판소의 소송 관할을 거부할 경우, 사법재판소는 아르헨티나가 제기한 소송을 진행할 수 없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날 제출한 소장에서 "미국 헤지펀드들이 미국 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채무 재조정에 합의한 채권단에게까지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판결을 내려 아르헨티나의 주권과 면책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은 아르헨티나가 채무 재조정에 합의하지 않은 미국계 헤지펀드들을 배제한 채 나머지 채권단에만 채권을 상환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
이에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아르헨티나를 디폴트 위기로 몰아넣은 미국 헤지펀드에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법원의 판결 이후 아르헨티나 정부는 해당 헤지펀드들과 채무 재조정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합의를 도출해 내지 못했다. 이로 인해 아르헨티나는 디폴트를 맞게 됐으며, 디폴트 선언 이후에도 다른 채권단에게 이자를 지급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으나 이 역시 미 법원이 금지시켰다.
아르헨티나는 신탁은행인 BNY멜론측에 이자 지급을 위한 자금을 입금했으나, 미 법원은 앞선 판결 내용에 위배된다며 BNY멜론의 자금 집행을 정지시켰다.
이에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번 디폴트 사태 해결을 위한 다른 방안을 모색 중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헤지펀드들이 보유한 아르헨티나 채권을 다국적 은행들이 인수하게 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아르헨티나는 미 헤지펀드이 보유한 디폴트 채권을 JP모건체이스와 씨티그룹, HSBC 등에게 매입하도록 하는 방안을 놓고 협상 중이다.
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채권의 인수 가격을 둘러싼 마찰이 계속되고는 있으나, 이르면 내주 정도엔 협상이 타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 2001년 1000억달러 규모의 디폴트를 선언한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채권단 대부분과 75% 수준의 채무 탕감에 합의했으나 미국의 2개 헤지펀드가 전액 상환을 요구하며 미 법원에 제소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지난 2일 아르헨티나 디폴트 위기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아르헨티나 정부가 신속하게 디폴트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출구 전략을 마련하지 않으면 ′선택적 디폴트′와 ′제한적 디폴트′가 더 위험한 상태로 발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택적 디폴트′와 ′제한적 디폴트′는 전체 채무 가운데 일부를 상환하지 못하는 부분적 채무불이행 상태로, 모든 채무를 갚을 수 없는 디폴트와는 구분된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지난달 30일 아르헨티나 정부와 미국 헤지펀드 채권단 2곳의 채무상환 협상이 결렬되자 아르헨티나의 신용등급을 ′선택적 디폴트′로 강등했다.
다른 신용평가사인 피치도 아르헨티나의 신용등급을 ′제한적 디폴트′로 하향조정했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