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리스크 및 경기 둔화 지적했지만 인식 및 대응 부족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의 예상대로 ‘서프라이즈’ 없는 회의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투자가들은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지나치게 크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드라기 총재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리스크를 지적했지만 추가적인 부양책을 단행하지 않은 것은 지난 6월 발표한 대응책이 충분하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7월 인플레이션율이 0.4%로 떨어진 데 따라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한층 고조됐고, 이탈리아 경제가 공식 침체에 빠지는 등 실물경기 하강이 두드러지지만 ECB의 대응이 미지근하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판단이다.
(사진:신화/뉴시스) |
크레딧 아그리콜의 프레드릭 듀크로제트 전략가는 “ECB가 경기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른바 타깃 장기저리대출프로그램(LTRO)이 경기를 부양할 것이라는 기대와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다소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블랙록의 스콧 티엘 글로벌 채권 헤드는 “유로존의 경기 모멘텀이 하강하고 있다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며 “ECB가 어떤 형태로든 양적완화(QE)를 시행할 경우 자산담보부증권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ECB의 통화정책 방향은 더욱 크게 엇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BNP 파리바의 켄 와트렛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경제가 성장 모멘텀을 상실했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당한 위협 요인이라는 사실을 ECB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전 회의 때의 발언과 근본적으로 다르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JP모간의 그렉 퍼제시 애널리스트는 “ECB가 기대했던 것만큼 강력한 정책 의지를 내비치지 않았다”며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파장이 커지고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더욱 높아질 경우 양적완화를 단행해야 할 것”일고 말했다.
씨티그룹의 발렌틴 마리노프 외환 전략가 역시 “이날 ECB의 회의 이후 발언에서 눈여겨 볼 만한 부분은 없었다”며 “드라기 총재는 경기가 더욱 취약해졌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해 적극 대처하는 움직임은 엿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드라기 총재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한편 러시아의 맞제재가 유로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ECB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15%로 유지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