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명량' 인터뷰에서 [사진=김학선 기자] |
뤽 베송 감독의 ‘루시’는 25일 북미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포효했다. 개봉 첫 주말 벌어들인 수익만 약 450억원. 안젤리나 졸리의 ‘솔트’를 압도하는 성적이다. 최민식은 스칼렛 요한슨, 모건 프리먼 등이 출연한 ‘루시’에서 끝을 알 수 없는 절대 악의 화신 ‘미스터 장’을 연기하며 지독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이미 ‘루시’로 대박을 터뜨린 최민식은 김한민 감독의 ‘명량’으로 주목 받고 있다. 개봉일인 30일 오전 이미 각종 사이트 예매율 차트를 싹쓸이한 ‘명량’은 세계 전쟁사가 주목하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그린 시대극이다. 최민식은 이 작품에서 민족의 영웅 이순신을 맡았다. 전에 없던 부담에 마음고생도 많았다는 최민식이 과연 이순신을 어떻게 연기했을지 영화팬들의 호기심이 한껏 부푼 상황이다.
혹자는 최민식이 이미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와 ‘신세계’(2013)에서 완벽하게 부활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그의 연기 하나하나에 주목하는 골수팬이라면 아직 만족하기는 이르다. 그렇기에 ‘루시’와 ‘명량’에 거는 최민식 마니아들의 기대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1998년 당시 한국영화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운 ‘쉬리’로 주목 받은 최민식은 이듬해 ‘해피엔드’에서 불륜에 빠진 아내(전도연)를 살해하는 남편의 심정을 섬세하게 표현, 연착륙에 성공했다. 뒤 이은 ‘파이란’(2001)과 ‘취화선’(2002) 역시 연기파 배우 최민식의 입지를 다져줬다.
최민식의 연기인생은 박찬욱 감독의 문제작 ‘올드보이’(2003)로 정점을 찍었다. “오늘만 대충 수습하자”고 외치는 지질한 주인공 오대수로 변신한 최민식은 절박하고 코믹하며 그로테스크한, 거기에 (망치)액션까지 능한 다중적 연기로 해외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올드보이’는 강혜정의 인지도를 단번에 올려놓은 작품이기도 하다.
최민식이 내리막을 걷기 시작한 건 2005년 ‘친절한 금자씨’가 등장한 후였다. 회식자리에서 나온 우스갯소리가 고액출연료 논란으로 이어졌다. 억울한 마음에 기자회견까지 자청했지만 최민식은 결국 스스로 영화판을 떠났다.
![]() |
영화 '루시'의 미스터장(위)과 '명량'의 이순신 [사진=UPI코리아, CJ엔터테인먼트] |
최민식의 전성기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골수팬들은 ‘범죄와의 전쟁’과 ‘신세계’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보다는 캐릭터를 탓한다. 실제로 ‘신세계’는 엄연히 황정민과 이정재, 박성웅의 영화다. ‘신세계’에서 보여준 강과장 연기는 물론 인상적이었지만 주연임에도 다른 캐릭터를 받쳐주는 조연 느낌이 강했다. ‘범죄와의 전쟁’ 역시 최민식 보다는 하정우의 존재감이 압도적이었다. 이는 물론 최민식이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다. 그가 담당한 캐릭터가 최민식의 내공을 다 끌어내지 못했다는 게 마니아들의 푸념이다.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에서 확인된 팬들의 갈증을 ‘루시’가 날렸으니 자연히 시선은 ‘명량’으로 쏠린다. 당초 ‘루시’ 제작 소식이 들려왔을 때 대부분이 최민식의 분량, 즉 비중을 걱정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루시’에서 보여준 최민식의 연기는 전성기 이상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루시’에서 충족된 팬들의 기대를 ‘명량’이 얼마나 이어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