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함 피해 소비자 권리 보호 위해 제조물책임법 개정 필요"
[뉴스핌=우동환 기자] 최근 미국에서 '토탈리콜'이라 표현까지 나오고 있는 GM의 대규모 리콜 사태와 과거 품질로 대표되는 일본 브랜드의 명성에 치명타를 안겼던 토요타의 급발진 소송 사태는 국내 자동차 제조업계의 안전 불감증에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차량 결함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는 제조사들의 책임, 함께 손해배상액 증액과 증명책임의 정도를 엄격하게 요구 경감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법률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법무법인 바른은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바른빌딩 에서 자동차급발진연구회와 (사)한국소비자안전학회와 공동으로 ‘GM리콜과 토요타 급발진 관련 한국 소비자의 법적권리’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GM의 시동키 리콜 사태와 토요타 급발진 소송사태와 관련해 국내 소비자들의 법적권리 보장과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첫 주제 발표자로 나선 김필수 교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도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가솔린 모델을 중심으로 급발진 의심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최근 자동차급발진연구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결함과 브레이크 진공배력장치, 가속페달 걸림, 기판납땜 문제 등으로 급발진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에서 보고된 급발진 의심 사례의 80%는 운전자 과실로 판명되고 있지만, 나머지는 실제 급발진 사례로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소비자가 이를 입증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교수는 "최근 운전자의 가속페달 조작 상태을 기록하는 영상 장치 등이 도입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런 장치가 시장에 확산되면 급발진 관련 소송의 판도도 급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무법인 바른의 김기홍 변호사는 미국에서 토요타의 2005년식 캠리 4기통 모델의 급발진 사고로 불거진 '북아웃 대 토요타' 소송에 대해 "차량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급발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법원에서 인정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토요타는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충돌 사고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자동차의 두뇌인 전자제어부(ECU) 결함이 아닌 운전자의 과실이 원인이 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인 '바그룹'이 ECU 오류에 따른 급발진 현상 가능성을 제기한 보고서와 함께 재판 현장에서 다이나모미터(차대동력계)를 이용, 실제 버그 입력 시 급발진 현상을 재현하는 데 성공하면서 토요타의 대규모 리콜을 이끌어냈다.
김 변호사는 "토요타는 당시 소프트웨어 소스코드 입력 시 기준이 되는 코딩 규정(미쓰라-C)을 대부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전자장비 탑재 차량의 소스코드 작성 및 검토가 면밀히 이뤄지지 않으면 비슷한 사고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이와 관련해 "관련 기관의 검증 절차가 제대로 이뤄져야 하며 자동차 메이커 역시 혼다의 사례와 같이 급발진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GM의 대규모 리콜 사태와 한국 소지자의 권리에 대해 발표한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앞서 혼다가 소프트웨어 결함을 인정한 것은 GM 사건의 파장으로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 변호사는 GM의 시동키 리콜 사태는 근본적인 설계 결함을 발견하고도 회사 측이 덮는 데만 급급했기 때문에 대규모 소송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GM은 코발트 모델의 시동키가 외부의 작은 충격에도 돌아가 주행 중 갑자기 엔진이 정지하거나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보고를 수차례 받았지만, 이를 안전과 관련된 문제로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코발트 모델의 시동키 설계 담당자가 임의로 규정을 변경해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대규모 리콜과 함께 의회 청문회가 열리는 사태로 확대됐다는 지적이다.
하 변호사는 "GM 사태는 근본적인 설계 결함의 문제라는 점에서 국내 판매된 GM 모델에도 문제가 된 미국 차량 모델과 동일한 설계도면으로 만들어진 부품이 사용됐는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그는 "만약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국내 소비자들도 GM을 상대로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국내 제조물책임법의 문제점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최병록 서원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진행된 제조물 책임관련 소송 대부분이 소비자 패소로 끝났다"며 "소비자가 제품 결함 여부와 함께 사고와의 인과 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등 소비자의 부담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와 법무부를 중심으로 '제조물책임법'의 개정 시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결함과 인관관계 추정규정을 신설해 소비자의 입증 책임을 덜어주는 한편, 현행 8000만원인 손해배상액 한도를 적극적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7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