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만에 결실…한 때 개발무산 위기도
[뉴스핌=김지나 기자] 심하면 인간의 사망까지 초래하는 ‘공포의 세균’, 수퍼박테리아. 강력한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수퍼박테리아로 인해 유럽과 미국에서는 한해 1만~1만명씩 사망할 만큼 위협적이다. 우리나라는 그 정도로 심하진 않지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부터 2012년 7월까지 슈퍼박테리아 발생건수가 4만5000건으로 집계돼 안심할 수만은 없게 됐다.
우리 기술로도 수퍼박테리아에 대항할 수 있는 항생제가 탄생했다. 동아제약의 전문의약품계열사 동아에스티가 개발한 수퍼박테리아 항생제 ‘시벡스트로’(성분명 테디졸리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식약 허가 승인을 받았다. 한국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이 미국 FDA허가를 받은 것은 2003년 LG생명과학 항생제 ‘팩티브’ 이후 두번째로, ‘글로벌 신약’이 또 한 번 나온 것이다.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시벡스트로’는 경구제 및 주사제로 개발된 옥사졸리디논(Oxazolidinone) 계열의 항생제다. MRSA(메타실린내성 황색포도상구균)를 포함한 그람 양성균에 의한 급성 세균성 피부 및 연조직 감염(ABSSSI) 치료가 가능하다. 동아에스티는 “6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빠르고 안전한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약물”이라고 설명했다. 큐비스트가 미국, 캐나다 및 유럽 시장에서 ‘시벡스트로’를 판매하며,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및 이머징 마켓에서는 바이엘社가 판매를 담당한다.
이번 FDA 승인에 앞서 유럽의약품청(EMA)의 시판 허가신청에서 예심을 통과해 내년 하반기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캐나다에도 곧 신약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1996년 1월, 동아에스티 신약연구팀은 수퍼 박테리아를 박멸할 수 있는 ‘최후의 항생제’ 개발을 목표로 연구에 착수했다. 옥사졸리디논(oxazolidinone)계열 연구를 시작했는데, 8년에 걸쳐 2000여개의 신물질을 합성해 모두 평가했다. 그 결과 2001년 5월 DA-7867을 신약후보물질로 확정했다. 이 DA-7867은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자이복스에 비해 16배 이상의 약효를 보였다.
신약연구팀은 이 물질에 대해 동물독성실험을 진행하기로 하고, 영국의 헌팅턴연구소에 실험을 의뢰했다. 그러나 예상 밖에도 치명적인 독성이 발견된 것. 2002년 연말, 급기야 DA-7867 연구개발 프로젝트는 중단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신약연구팀은 이에 굴하지 않고 연구를 재개했고, 2004년 약효와 물성, 독성이 한층 개선된 DA-7218을 신약후보물질로 선정했다. 그 후 DA-7218을 국제특허를 출원하고 국내 안정성평가 연구소와 함께 전임상 연구를 실시한 끝에 2006년, 모든 연구를 성공적으로 매듭지었다.
이런 연구결과는 신약개발팀으로서는 매우 희망적이었다. 국제 항생제 관련 학회에서 발표되자 큰 호응과 관심을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당시, 고민과 선택이 필요했다. 유럽 미국에 비해 관련 시장규모가 작은 국내 시장만을 대상으로 내성균을 타깃으로 하는 수퍼항생제 개발을 한다는 점, 그리고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 해외개발을 독자적으로 진행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외국으로 기술수출을 하기로 결정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외국 회사로 라이선싱 아웃(Licensing out)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전임상까지의 개발을 마진 신약물질과 그동안 모든 연구결과를 고스란히 쓰레기통에 버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신약개발팀은 결국 미국 트리어스(현재 큐비스트에 인수)사에 기술을 수출했다. 당시 트리어스사는 풍부한 항생제 개발경험을 갖추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개발자들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신생 항생제 개발전문 벤처회사였다. 2007년 1월 마침내 두 회사 간 기술수출 계약이 이뤄졌으며 2008년부터 미국에서 임상시험이 시작됐다.
![](http://img.newspim.com/content/image/2014/07/02/20140702000079_0.jpg)
[뉴스핌 Newspim] 김지나 기자 (fre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