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평균 17% 상승...추격매수 신중론 우세
[뉴스핌=김현기 기자] # 평소 국제 관계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 김 모씨(37). 그는 지난 3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했다는 소식이 터지자 미국 신용평가사들이 러시아 신용등급을 잇따라 하향조정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평소 "위기는 곧 기회"라는 투자마인드를 갖고있던 그는 역발상 투자를 떠올려 러시아 주식형 적립식펀드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투자금액은 본인 자본금의 5%로, 손절가는 -5%, 수익가는 최소 30~40%를 설정했다. 7월 1일 현재, 그가 투자한 펀드 수익률은 20%에 달한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국내 주요 러시아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급등하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최고치를 기록한 러시아 증시 RTS지수가 지난해 말의 1400선을 회복한 데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6월 27일 기준, 러시아 주식형은 평균 17.14%의 높은 수익률을 올려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10개 주요 러시아펀드(도표참고) 중 '미래에셋러시아업종대표자 1(주식)종류A'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20.54%로, 연초 이후 25.92%포인트 상승해 가장 두드러진 성적을 보였다.
뒤를 이어 'JP모간러시아자(주식)A'펀드가 18.97%를, '우리러시아익스플로러 1[주식]Class A1'펀드가 18.50%의 수익률을 올리는 등 대부분의 러시아 펀드들이 17~18%를 상회하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같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널띄기 장세를 보인 러시아 증시 RTS지수에 기인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크림반도 합병 결정으로 인해 RTS지수는 지난 3월 14일 1062선 밑으로까지 폭락했다가 지난 6월 24일에는 1421선까지 오르는 등 겉잡을 수 없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날 우크라이나 지역의 안정화 기대감이 크게 부각되면서 저가매수세가 유입되어 지수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현재 RTS지수는 지난 1일 기준으로 전일 대비 6.33포인트(0.46%) 하락한 1359.75포인트에 머물러 있다.
이지연 KDB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러시아 주요 자산 가격은 화려하게 부활했다"면서 "지난 1분기 이후 지정학적 불안이 추가적으로 심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러시아 자산에 대한 매입 수요가 높아졌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경제 전망에 대해 한사코 장미빛만을 제시하진 않았다. 고수익이라면 앞뒤 재지않고 뛰어드는 일부 개인투자자들의 추격 매수에 대해 주의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러시아의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인플레이션 심화를 꼽은 이 선임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미국 연준이 유동성을 축소하면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올해 성장은 제로(zero)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해 성장 모멘텀을 찾는 것이 중장기적 투자 매력을 결정 지을 요소"라고 평가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펀드연구원은 "러시아 펀드는 그동안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많이 눌렸던 부분이 현재 반등하고 있는 중"이라며 "최근 이라크 정전으로 유가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와 맞물려 올라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장기적 흐름으로 이어질 지의 여부는 의문"이라며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펀드와 관련해 환매 시기를 놓고 저울질만 할 뿐 추가 가입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 세력 사이의 휴전 기간이 끝난 가운데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에 대한 군사작전을 재개한다고 전날 발표했다.
지난달 30일 스타니슬라브 코피로브(Stanislav Kopylov) 우랄십 자산운용사(UralSib Asset Management) 머니매니저는 "투자자들은 향후 우크라이나 상황 전개 여부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Investors are waiting to see how the situation in Ukraine develops)"이라고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또한 올렉 포포브(Oleg Popov) 알리안츠인베스트먼트(Allianz Investments) 관계자는 "최근 급등한 러시아 시장은 매우 비싸다(The Russian market is “very expensive” after rising so much)"며 "현재 우크라이나 상황은 부정적(The situation in Ukraine is negative)"이라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김현기 기자 (henr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