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간 '밥그릇 싸움' 근본대책 마련해야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이른바 '싼타페 연비 논란'에 대해 정부가 합동으로 재검증에 나섰지만, 결국 명확한 시비를 가리지 못한 채 끝나면서 자동차업계만 '골탕'을 먹게 됐다.
정부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갖고 자동차연비 사후관리업무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국토부로 이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산업부와 국토부 간 갈등이 확산되자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까지 재검증에 나섰지만, 결국 부처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서둘러 갈등을 봉합하는 모습이다.
◆ 산업부·국토부 조사 모두 인정 '면죄부'
우선 총리실과 기재부는 산업부와 국토부 양측의 연비조사 결과를 모두 인정하면서 '면죄부'를 줬다.
재검증 결과에 대해 관련부처 및 전문가들과 수차례에 걸쳐 논의를 진행했지만, 어느 한 부처의 조사결과만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최종 결론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동일 차량의 연비에 대해 통일된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이번 재검증을 통해 연비 사후관리 검증 절차와 방식에 있어 상당부분 개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와 소비자들에게 정책에 대한 불신과 혼선을 준 것을 감안하면 무책임한 결론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산업부의 연비조사에 문제가 없다면서도 관련 업무를 국토부에 이관하기로 결정한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산업부의 연비조사에 문제가 없었다면 관련 업무를 다른 부처로 이관할 이유가 없다"면서 "이번 결정이 그릇된 업무 조정의 선례로 남게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자동차업체 관계자도 "어떤 규제업무를 다른 부처로 이관할 때는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면서 "그동안의 조사에 문제가 없었는데 이관한다는 것은 납득이 되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 정부 밥그릇 싸움에 브랜드 이미지 실추 우려
정부가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향후 이같은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나 모호한 결론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과 우려는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정부는 자동차연비 사후관리를 국토부로 일원화하고, 연비 측정방법과 판정기준은 양 부처 기준 중에서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연비 측정방법과 세부기준도 객관성과 신뢰성이 제고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부처간 밥그릇 싸움으로 인한 업계의 이미지 손상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자동차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를 명확하고 합리적으로 정하면 업계는 그대로 따르면 된다"면서 "정부 부처간 기준이 달라서 생긴 혼선으로 인해 업체의 이미지가 손상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처간 밥그릇 싸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문이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