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카드 다 소진돼 중장기 영향력 제한적" 의견도
[뉴스핌=홍승훈 기자] "시나리오는 있었지만 이렇게 빨라질 줄은 몰랐다.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면서 삼성전자 분할 가능성이 커졌고 이같은 움직임 전반이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
나중에 쓸 카드로 여겨졌던 삼성에버랜드의 상장계획이 3일 아침 갑작스레 발표되면서 증권가는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에버랜드 상장 추진을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전단계로 해석하는 분위기 속에, 주식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높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그룹주의 시장 전체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에버랜드 상장 추진은 증시에 전반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그룹내 지분은 낮지만 위상은 높은 계열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학주 한가람투자자문 부사장은 "나중에 쓸 카드로 생각했는데 급하긴 급했던 것 같다"며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을 할 것으로 보여 투자관점에선 삼성전자 등이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장외시장에선 벌써부터 에버랜드 주식을 사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장외주식을 중개하는 인터넷사이트 제이스톡(JSTOCK)에선 주당 200만원 이상에 사겠다는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는 상황.
앞서 지난 2011년 KCC는 삼성카드로부터 에버랜드 주식을 주당 182만원에 매수한 바 있다. 다만 현재 에버랜드의 유통 가능 주식은 200만주 남짓이지만 대부분 삼성그룹 일가와 계열사들이 쥐고 있어 유통될 만한 주식은 미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날 신한금융투자는 에버랜드 가치를 보수적으로 잡아 주당 305만원~365만원 수준으로 분석했다.
송인찬 애널리스트는 "에버랜드 가치는 보수적으로 봐도 7.6조원~9.1조원 수준"이라며 "이에 주당 가치는 305만원~365만원이지만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구재상 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 대표는 "배당금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고 지주회사 전환 이슈가 이어지는 삼성전자의 경우 투자 매력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많이 올라 단기부침은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는 달리 증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란 의견도 있었다. 삼성 지배구조 개편 이슈와 관련해 마지막 남은 재료였던 에버랜드 상장 계획이 이미 표면화됐다는 점이 근거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코스피 상승에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한 몫했다"며 "에버랜드 상장은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남은 재료였는데 금일 표면화되면서 더 이상 나올 것이 없다는 점에서 증시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삼성그룹 입장에선 에버랜드 주가가 올라가고 삼성전자 주가는 내려가야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의 주가 향방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만 볼 사안은 아니라는 게 이 센터장의 생각이다.
한편 에버랜드 상장 소식이 전해진 직후 열린 주식시장에선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에버랜드 지분을 보유한 삼성SDI, 삼성카드, 삼성물산, KCC 등 관련주들로 매기가 집중되며 급등하는 양상이 연출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