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낯선 미국 땅에 홀로 남겨진 냉혈한 킬러로 살아온 곤(장동건)은 조직의 명령으로 타깃을 제거하던 중 아이를 살해하는 예상치 못한 실수를 저지른다. 이후 곤은 킬러로 살아온 자신의 삶에 깊은 회의를 느끼지만, 조직은 또 다른 명령을 내린다.
곤은 마지막 타깃은 바로 모경(김민희). 그는 모경을 찾아 자신을 버린 엄마의 나라 한국을 찾는다. 하지만 한순간에 남편과 딸을 잃고 하루하루 절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경의 모습을 본 후 곤의 마음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영화 ‘우는 남자’는 지난 2010년 배우 원빈과 함께 ‘아저씨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정범 감독의 4년 만에 선보인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거기다 톱스타 장동건과 김민희가 합류하며 올해 기대작 중 하나로 손꼽혔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마침내 베일을 벗은 ‘우는 남자’는 예상만큼 돋보였다. 이 감독의 전작 ‘아저씨’와 견줘 봤을 때도 실망감을 안길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조금 더 화려해진 느낌이다. 스타일리시한 액션으로 한국 액션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던 이 감독은 이번에도 자신의 전공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중에서도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최고의 장면을 꼽자면 바로 화려한 총격전이다. 이번에는 맨몸 액션 대신 총기 액션이 주를 이루는데 이는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특히 대낮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은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하며 시청각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홍콩에서 직접 공수했다는 토카레프, M4, 베넬리 등 다양한 총기를 활용해 펼치는 총기 액션 시퀀스에는 확실히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강렬함이 있다.
캐스팅부터 돋보였던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는 단연 영화를 이끄는 힘이다. 특히 영화 ‘화차’(2012)이후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모은 김민희는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첫 모성애 연기를 향한 우려에 “영화를 본다면 모성애 연기가 신경 쓰이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던 김민희의 말은 자만이 아니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김민희의 모성애 연기가 합격점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이 외에도 변실장 역의 김희원과 곤을 위협하는 킬러이자 옛 동료 차오즈 역의 브라이언 티의 감초 연기도 눈여겨 볼만하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킬러 곤이 조직을 배신하면서까지 모경을 지키려고 하는 데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곤은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후 어머니의 존재 자체를 외면해왔지만, 딸을 잃은 모경을 보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는 인물이다. 하지만 관객이 이러한 곤의 감정을 온전히 느끼기에는 확실히 부족해 보인다. 가혹한 삶 한가운데 서 있는 곤이 불쌍하기 보다 멋있다고 느껴지는 게 비단 장동건의 액션 연기가 화려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4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