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바로 잡자] 1부 정치 실패가 세월호 침몰시켰다
[뉴스핌=함지현 기자] 국회가 '관(官)피아'(관료+마피아) 근절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료를 중심으로한 부패 먹이사슬 구조를 깨뜨리자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전에도 이런 요구가 있었고 관련 법안도 국회에 제출됐다. 그때마다 여야가 약속이나 한 듯 처리를 미뤄왔다. 이 때문에 이번에는 다를까라는 의구심도 나온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지난달 25일 현행법 상 공직 퇴직 후 사기업 취직 시에만 적용되는 취업제한을 '공직 유관단체'까지 확대 적용하는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공직 유관단체'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출자·출연·보조를 받는 기관·단체 및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곳을 말한다.
김 의원은 "해양수산부 관료 출신들이 해양 관련 산하·유관기관의 핵심 보직을 독식했다"며 "봐주기식 일 처리로 최소한의 감시·감독과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세월호 침몰 참사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해양수산관료 출신들이 관계기관의 핵심보직으로 이동, 봐주기식 일 처리를 한 '해피아'(해수부+마피아)의 비정상적 관행이 이번 사태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근절책을 내놓은 것이다.
<국회 본회의 장면 [사진=뉴스핌 DB]> |
민 의원은 ▲ 퇴직한 공직자의 취업 이력을 10년간 실명으로 공개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 정부 산하 위원회의 속기록을 공개하는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 '고시 순혈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행정고시를 폐지하는 '공무원법 개정안' 등을 준비 중이다.
국회에는 세월호 참사 이전부터 관피아 척결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법안들이 발의돼 있었다. 하지만 서랍 속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거나, 최근에 와서야 부랴부랴 논의가 되고 있다.
지난해 전력난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원전마피아'(한국수력원자력 마피아)가 계기였다.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원자력발전사업자 등의 관리·감독에 관한 법률안'이 제출돘다. 하지만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상정된 이후 지금까지 잠자고 있다.
새누리당 정수성 의원 명의로 발의된 이 법안은 원자력발전공공기관 임직원이 업무와 관련 있는 사기업의 주식을 갖지 못하도록 하고, 퇴직일로부터 2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됐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체 등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한 부품 품질을 증명하는 문서를 위·변조하면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위반 시 해당 업체에 대해 등록 취소와 입찰 제한 등의 제재를 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퇴직 공직자의 청탁·알선 및 금품 수수를 금지하는 내용의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이해충돌 방지법)도 지난해 8월 발의됐지만 최근에 와서야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여야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이 법이 통과돼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가 발각됐을 경우 '직무 관련성' 유무에 따라 처벌 강도를 다르게 해야 할지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관피아 관련 법안이 늦어지는 이유로 공직사회의 저항을 꼽고 있다. 특히 김영란법은 국회의원도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 때문에 그동안 논의를 꺼려온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관습적으로 하던 것들을 금지시키는 것에 따른 피해를 우려해 고위공직에 있는 이해 관계자들이 입법을 막고 있다"며 "김영란법은 고위관료 뿐 아니라 국회의원도 통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과가 되지 않는면도 있다"고 꼬집었다.
세월호 참사라는 큰 사건을 계기로 이번 만큼은 관피아 척결을 위한 입법 작업을 완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시민단체 인사는 "5월 임시국회를 열어서라도 김영란법과 취업제한법 등 관피아 방지법이 무조건 처리가 돼야 한다"며 "이런 참혹한 사태를 겪고도 이번에 통과가 안되면 국회를 해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김영란법 등 관피아방지법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로써 사실상 4월 임시국회 내 처리가 무산됐다. 다음 국회가 열리는 6월에는 상임위 재배치 등으로 인해 논의의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차일피일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와 비판이 높아진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