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사업 매각 등으로 4개월만에 2조원 수혈..남은 관건은 ‘경기회복’
[뉴스핌=김홍군 기자]현대그룹이 다급했던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발표한지 4개월여만에 2조원을 조달하며 세간의 좌초우려를 불식시켜 나가고 있다. 당초 현대그룹의 자구안에 대해 시장에서는 진정성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그동안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 온 저력과 현대그룹 특유의 추진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현대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30일 저녁 IMM 컨소시엄과 1조원 규모의 LNG운송사업 부문 매각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현대상선과 아이기스원(IMM 컨소시엄이 설립한 투자목적회사)이 신설 LNG 운송사업회사(현대엘엔지해운주식회사)를 설립한 후 10척의 LNG선과 지분, 인력 등을 이 회사로 매각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법인은 늦어도 6월 말까지 현대상선에게 LNG 운송부문 매각 대가로 5000억원을 지급한다. LNG 운송사업부문과 관련된 부채 5200억원도 떠안는다.
이번 매각금액은 당초 예상보다 1000억원 가량 줄어든 것이지만, 환율 등 시장상황을 고려할 때 나쁘지 않은 성과로 평가된다. 현대상선은 1400%에 이르는 부채비율을 700%대로 낮추고, 3800억원 정도의 유동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LNG운송사업이 장부상 저평가돼 있어 대규모 처분이익이 실현되며 이를 통해 재무구조도 상당 부분 개선된다"고 말했다.
이로써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3조3천억원의 자구안을 선제적으로 발표한 이래 이번 LNG운송부문 매각까지 총 2조원, 약 60%의 자구안을 조기에 완료하게 됐다.
앞서 현대그룹은 현대부산신항만 투자자 교체로 2500억원을 확보했으며, 컨테이너 매각으로 563억원,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현대오일뱅크 등 주식매각으로 총 1565억원,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로 1803억원, 금융 3사 매각방식 확정으로 2000억원을 조달했다. 상반기 중 700억원 규모의 부산 용당부지 매각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선제적 자구안 발표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2조원에 육박하는 자구안 이행실적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제는 시장의 조속한 신뢰 회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구계획에서 이제 남은 것은 외자유치와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이다. 현대그룹은 외자유치를 위해현재 국내외 몇몇 투자자들과 접촉중으로, 조만간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현대로지스틱스를 오릭스에 매각해 4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추가로 확보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현대로지스틱스의 기업공개(IPO)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지분 매각으로 방향을 바꿨다.
현대그룹이 유동성의 위기의 파고를 넘어가고 있지만, 위험요인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다.
지속적인 해운경기 불황으로 실적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또다시 위기가 닥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발빠른 자구안 실행으로 한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주력인 해운경기가 여전히 바닥이어서 언제 위기가 다시 닥칠지 안심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