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총사퇴 뛰어넘는 대대적 개혁 예고
[뉴스핌=김민정 기자] 세월호 대참사가 우연이 아니라 전국가적인 시스템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20년전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로 많은 생명을 잃었지만 그대로 였다는 자괴감이 커지면서 이른바 ‘국가개조론’이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총체적인 관리부실과 무책임함이 지적되면서 '내각 총사퇴론'을 넘어 우리 사회 곳곳에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뿌리깊게 스며든 비정상을 바로잡자는 논의가 확산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21일 특별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비용과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기존의 제도와 방식을 고쳐서 근본적인 대안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 수습 이후 대대적인 개혁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야당에서도 이 같은 ‘개조론’에 동의한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대표는 “우리 정치인들이 책임지는 자세는 우선 마지막까지 구조에 최선을 다하며 상황을 수습하는 것”이라며 “그 다음에는 여야가 함께 부모의 절절한 심정으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해피아 모피아 원전마피아 등 각종 '관(官)피아'(관료+마피아)의 척결과 총체적인 안전불감증, 위기 시 대처능력 향상 등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 ‘官피아’ 근절에 속도 낼 듯
정부부처 및 관계기관의 도덕적 해이, 이들과 업자들 사이의 부정한 유착관계 등이 세월호 참사를 불렀다는 증거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해피아’(해수부+마피아)의 부조리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도 “해양수산 관료 출신들이 38년째 해운조합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것 또한 서로 봐주기 식의 비정상적 관행이 고착돼온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사건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해피아들의 행태는 이번 사건의 핵심원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월호의 안전점검을 담당했던 한국선급은 지난 2월 세월호의 구명뗏목 46개 중 44개가 안전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사고 발생시 정상적으로 펼쳐진 구명뗏목은 단 1개였다.
해운조합도 세월호가 출항전 엉터리로 작성해 제출한 점검보고서를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들이 확인되면서 관료가 퇴직 전후로 관계기관의 핵심보직으로 가는 관례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전날 해수부를 비롯한 관료들의 퇴직후 낙하산 인사를 막는 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해수부 관료 출신들이 해양 관련 산하·유관기관 핵심 보직을 독식했다"며 "봐주기식 일처리로 최소한의 감시·감독과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세월호 참사의 주요 원인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발의할 법안은 공직자의 퇴직 후 취업제한 대상을 현재 사기업·법무법인 등에서 공직유관단체(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출자·출연·보조를 받는 기관·단체 및 정부나 지자체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기관·단체)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대한민국의 행정체계나 재난대비 체계가 너무나 형편없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우선적으로는 재난대비체계 재난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시민을 도울 수 있는 대대적인 개혁과 개선이 필요하고 나아가서 사회를 어떻게 하면 보다 안전하고 국민들의 삶을 공공적으로 지켜낼까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 처장은 “해양경찰이나 해수부 출신이 한국선급에 해운조합에 다 가 있다”며 “민간에게 중요한 역할을 떠넘기는게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관련해서는 공적 기관이 맡아서 감독을 피해가지 못하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정홍원 총리,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내각이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고 총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23일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은 “전 국무위원들이 함께 물러나면서 이 상황 수습을 대통령께 건의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며 전 내각의 사퇴를 요구했다.
같은 당 김현미 의원은 현 부총리에게 “인사말에 ‘사죄’가 없어 놀랍다”며 “참담하다, 안타깝다, 자괴감이 든다는 표현은 제3자 위치에서 쓸 수 있는 단어 아니냐”고 꼬집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