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당국 발표치 5배…부실 상각규모도 두배 확대
[뉴스핌=노종빈 기자] 중국 증시 투자자들은 대형 은행들의 부실자산 규모가 5% 가량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지난주까지 발표된 5대 대형은행들의 부실자산 공식발표치인 1%보다 다섯 배나 높은 수준이다.
중국 대형은행들은 지난해 부실자산 상각규모를 전년대비 2배 이상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내 전체 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5대 은행들의 경우 지난해 자산상각 규모는 590억위안(약 95억달러, 약 10조원) 수준으로 2012년에 비해 127% 확대됐다.
이는 은행들이 지난 10여 년 동안 구조조정을 통한 공적자금 투입 등을 거쳐 증시에 재상장된 이래 최고치다.
최근 중국 성장률이 올해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금융시장 내에서도 불안감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중국 채권시장은 지난 3월초 중국 최초의 한계기업 디폴트 발생으로 인해 다소 부진한 모습이었다.
지난해에는 중소규모 금융사 2곳이 가까스로 자금지원을 받아 회생한 데 이어 최근에는 지역 금융사에 대한 뱅크런(대규모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올해 성장률은 지난 1990년대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최근 "급격한 하방 압력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 상황 변동성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금융권 부실자산 상각규모도 급격히 상승하면서 전체 금융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 은행들은 지난 2000년대 초 이후 강화된 방화벽을 쌓아왔으며 올해들어 실전 테스트 상황을 맞고 있는 셈이다.
현재까지는 은행들이 적잖은 충당금을 쌓고 있어서 수익성이나 자본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상황에서 상각규모를 2배까지 늘릴 수 있을 전망이다.
자산상각에 따라 은행권의 부실여신은 1% 수준을 기록, 직전년도의 0.95%에 비해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로 인해 지난해 중국 5대 은행의 수익률은 7%~15% 성장해 직전년도에 비해서는 둔화됐으나 여전히 건전성을 확보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중국은행들의 주가밸류에이션을 기준으로 부실자산이 이보다 5배 정도 많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랴오 치앙 S&P 중국은행담당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이 불황에 대비해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으나 자산상각을 이용해 무수익여신(NPL) 규모를 인위적으로 낮추려하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은행들의 무수익여신 수준이 높다는 점은 우려로 부각되고 있다"며 "더 신속한 부실자산 상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은 대형은행들보다는 중소규모 금융사들에게서 더 빈발할 전망이다.
지난해 중반에도 이들 중소규모 금융사들은 은행간 대출금리가 두자리수대로 치솟자 취약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씨티그룹은 중국 민생은행의 경우 지난해 부실자산 비율은 0.85%를 기록, 직전년도의 0.76%에 비해 소폭 증가했으나, 자산상각과 부실자산의 3자이전 등의 조치가 없었다면 무수익여신은 135% 증가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금융당국은 최근 부실자산 상각 규정을 완화해 은행들이 더 많은 부실자산을 처리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중국 한계기업들의 디폴트가 일부 진행돼도 이를 완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은행들의 부실자산 상각 규모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