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영훈 기자] 중국 국산차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이치(一汽)자동차의 ‘훙치(紅旗)’가 화려한 부활을 선언했지만 현실 속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치예관차바오(企業觀察報)는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훙치 판매량이 3000대에 불과한 가운데 향후 100억위안이 넘는 연구개발비를 투자할 계획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올들어서도 지난 1월 100대, 2월 74대 등 판매량이 저조했다. 정확한 통계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궈신증권에 따르면 심지어 2011년에는 한해 통틀어 2대가 팔린 것으로 추측된다.
훙치는 중국 국유자동차업체인 이치자동차가 1958년 처음 생산에 들어간 후, 마오쩌둥 덩샤오핑 등 지도자의 전용차로 사용됐다. 하지만 아우디 등 외산차가 도입되면서 1981년 급기야 생산을 중단했다.
그러나 중국 국산차의 자존심을 걸고 훙치는 2012년 훙치 H7을 정식 출시하며 부활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이치자동차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훙치의 105억위안이 넘는 비용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거액의 투자에도 참담한 판매현실을 뒤바꾸기 힘들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치예관차바오는 전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의 두팡츠 컨설턴트는 훙치가 관용차를 겨냥한 것부터가 잘못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두팡츠는 관용차는 중국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2%에 불과하다며 관용차가 시장 수요를 견인하기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훙치 H7 출시 당시 정부 기관의 예약만 받을 정도로 콧대를 세웠지만, 지난해 시진핑 정권이 사치낭비 풍조 근절에 나서면서 훙치 역시 타격을 입었다.
이치자동차는 훙치 공장이 연간 3만대 생산능력을 갖췄다고 밝혔지만, 현재 훙치 자동차의 판매량을 감안하면 생산능력의 10% 만이 가동되고 나머지 90%는 유휴 설비로 전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두팡츠는 “훙치 H7의 가격이 29만9800위안~47만9800위안인데 이 가격대면 벤츠, BMW, 아우디 등 고급 차 선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외산차들과 비교할 때 기술이나 시스템, 디자인 등에서 특별한 장점이 없다는 게 훙치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전문가들 역시 이치자동차가 현실을 무시하다가는 훙치로 인한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