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공시 많으면 시황 나쁘단 증거
[뉴스핌=서정은 기자] 상장사들이 주가를 안정시킬 목적으로 자사주 취득 카드를 꺼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자사주 취득 소식에도 주가는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뒷걸음질 치는 경우도 왕왕 나타나는 중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상장사(자사주 신탁계약 체결 포함)는 30곳이었다. 자사주 취득은 보통 자기 회사 주식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평가됐을 때 경영권을 보호하고 주가를 안정시킬 목적으로 이뤄진다.
이론대로라면 자사주를 사들여 발행주식수를 감소시키는 만큼 주가는 상승한다. 하지만 생각만큼 자사주 매입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곳들이 꽤 나타나고 있다.
삼호개발은 지난달 24일 주식 가격의 안정을 위해 2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공시 당일 주가는 2% 가량 오르며 반짝 상승했으나 이후 4거래일 연속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전일 삼호개발은 3230원으로 장을 마치면 자사주 공시한 날의 종가(3205원)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에스에너지 또한 지난 21일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20억원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주가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 지난 21일 1만1700원에 종료된 주가는 전일 1만1800원으로 장을 마치면서 7거래일 동안 약 100원 올랐다.
메디톡스는 자사주 2만주를 33억8800만원에 취득한다고 지난달 11일 공시했다. 하지만 주가는 공시 당일 16만8000원을 기록하다 현재는 16만2500원 수준.
이들 업체는 왜 자사주 매입 카드가 먹혀들지 않는 것일까. 증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시장 요인이 다양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자사주 매입 카드 하나만으로는 이들 다양한 요소들을 다 방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배성진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시장에 미치는 요인들이 많기 때문에 자사주 취득 효과가 현실적으로 나타나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코스닥시장에서는 자사주 매입이 된다 할지라도 유통되는 물량이 많으면 그 효과가 상쇄된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자사주 취득을 하는 이유가 장이 안좋다는 의미이므로 이를 역으로 읽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아무리 자사주 매입을 하더라도 업황이 나쁘면 자사주 매입 이후 주가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자사주 취득 공시가 많을 땐 그만큼 장이 안 좋다는 뜻이므로 이를 시그널로 받아들여 투자를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서정은 기자 (love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