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지난해 11월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이후 TPP가 통상정책의 주요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TPP에 대한 국내기업의 인지도는 아직까지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최근 국내기업 1622개사를 대상으로 ‘TPP에 대한 국내기업 인지도 및 추진과제’를 조사한 결과, TPP에 대한 인지도를 묻자 “아직 잘 모른다”는 응답이 68.1%로 “알고 있다”(31.9%)는 응답보다 2배 이상 많았다고 25일 밝혔다.
TPP는 미국, 일본,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호주,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 멕시코, 캐나다 등 총 12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말 ‘관심표명’ 후 참여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현재 참여국들과 예비 양자협의를 진행중이다.
TPP를 알고 있다는 기업 과반수는 TPP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아·태 지역 최대 경제통합체 참여로 거대시장 확보, GDP 증가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TPP 참여로 미국의 통상압력이 거세지고,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 효과로 대일 무역적자가 커질 것이란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TPP를 알고 있다는 기업 517개사에게 ‘TPP 참여 필요성’을 묻자 ‘필요하다’는 응답이 54.0%(279개사)로 과반을 차지했고,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은 14.7%(76개사)에 그쳤다. ‘실익이 불분명해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31.3%(162개사)로 집계됐다.
TPP 참여가 필요한 이유로는 ‘경제적 실익 예상’(49.5%)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거대시장 확보 가능’(30.1%), ‘여러국가와 한 번에 단일시장을 형성함으로써 협정 관련 비용 최소화’(15.7%), ‘최대 경쟁국인 일본에게 세계무역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4.7%)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이시욱 대한상의 통상분야 자문위원(명지대 교수)은 “TPP는 다자형 FTA의 전형적인 사례”라며 “TPP 참여시점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FTA를 통한 통상이익 실현을 위해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TPP와 같은 다자형 FTA에 참여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TPP가 필요하지 않다는 기업 76개사에 ‘그 이유’를 물어본 결과 ‘대부분의 TPP 참여국과 FTA 협상·체결 중이므로 경제적 실익이 없기 때문’(80.3%)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TPP 참여 조건으로 미국 등이 추가로 시장개방을 요구할 수 있어서’(13.2%), ‘농축수산업 등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의 반대로 인한 사회적 갈등 가능성‘(3.9%), ‘대일적자 확대 가능성’(2.6%)을 말했다.
정인교 대한상의 통상분야 자문위원(인하대 교수)은 “자칫 TPP 참여가 미국의 대한국 통상 압력에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고, TPP는 사실상 일본과의 FTA를 의미하기 때문에 TPP 참여에 앞서 한일 FTA 추진 여부를 먼저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산업별 이해관계를 충분히 논의한 후 TPP를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TPP 참여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정부 역점과제로 기업들은 ‘산업별 업계 의견 수렴·반영’(34.2%)과 ’정부의 협상력·전략 향상’(34.2%)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TPP 필요성에 대한 홍보·교육’(18.6%), ‘피해구제제도’(13%)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유철 대한상의 통상분야 자문위원(동덕여대 교수)은 “TPP에 대한 산업별 이해관계가 상이할 수 있는 만큼 산업별 영향을 심층 분석하고 업계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에 대한 보완책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향후 환태평양경제권을 주도할 국가로 ‘미국’(28.4%)보다 중국’(68.3%)을 가장 많이 꼽았고 ‘현재 협상중인 무역협정 중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협정’에 대해서도 ‘한중 FTA’가 54.9%로 가장 많았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미국,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TPP는 전세계 GDP의 약 40%를 차지하는 거대 지역무역협정으로서 향후 글로벌 통상규범 확립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