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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보성군을 찾은 `팔도방랑밴드`(사진 위)와 이작도 학생들과 영어수업 중인 '섬마을쌤' 출연자들 [사진=tvN `팔도방랑밴드` `섬마을쌤` 방송 캡처] |
식상한 여행코드에 밋밋한 연출방식
프라임시간대 편성못해 저조한 성적
[뉴스핌=이현경 기자] ‘리얼’과 ‘야생’은 요즘 TV 예능프로그램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키워드다. 리얼 버라이어티 신드롬의 대표주자 MBC ‘무한도전’부터 ‘복불복’ 유행을 만든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까지.
리얼 예능프로그램이 시청자의 눈길을 단박에 끌며 대세로 떠올랐다. 이후 방송가 예능국은 사방이 막힌 세트장에서 벗어나 산과 물이 있는 활동성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출연자들의 태도도 사뭇 달라졌다. 틀에 박힌 대사를 읊는 앵무새가 아닌 자신의 캐릭터를 앞세운 이들이 눈도장을 찍었다.
이 와중에 tvN 예능프로그램은 시골로 눈을 돌려 리얼 버라이어티의 흐름을 따랐다. 그러나 동시간대 공중파 프로그램에 비해 흥행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섬마을 쌤’은 최고 시청률이 0.5%였고 ‘팔도방랑밴드’ 6화는 주요 타깃인 여자 20대 평균 시청률이 1%, 최고 1.5%를 돌파했으나 대체적으로 0.4%, 최고 0.7%(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했다.
리얼버라이어티계의 한 획을 그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아쉬운 퇴장이었다. tvN ‘응답하라 1994’ ‘SNL 코리아’ 등 콘텐츠 지수의 명수이자 케이블 흥행의 새 기록을 썼던 CJ E&M으로서는 초라한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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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을 배경으로 함 tvN 예능프로그램 `섬마을 쌤` `팔도방랑밴드` `삼촌로망스` [사진=CJ E&M] |
열거한 프로그램들이 좋은 기획의도에도 흥행에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기획의도 ‘실행’의 부족이었다. 웃음을 주는 예능프로그램이지만, 메시지의 전달력이 부족했다. 게다가 식도락 여행, 푸근한 시골 인심과 같이 단순한 여행기를 떠오르게 했으며 ‘1박2일’ 코드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을 한계로 들 수 있다. 이는 방송 분량에서도 프로그램의 특색을 확인할 수 없는 단순 오락 프로그램의 요소가 반 이상 나타났다.
이같은 의견에 이명한 tvN 예능국장은 “'섬마을 쌤'의 경우 외국인의 1박2일 체험기였고 '팔도방랑밴드'는 노래가 어우러진 시골투어였다. 신선한 기획이라 생각했지만 흥행이 좋지 못했던 부분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아무래도 1박2일이라는 시간동안 일어나는 일이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과 겹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아쉬운 점은 대중이 원하는 바, 트렌드를 읽지 못한 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tvN은 20·30대 뿐만 아니라 넓은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이라고 전했다.
■신선한 캐릭터의 부재
큰 웃음이 모자랐던 이유는 출연자들의 역할 분담의 부재도 작용을 했다. ‘꽃보다 할배’는 평균 연령 77세의 남자 배우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오락 프로그램에 등장할 기회가 없었던 노년 배우들과 대중의 만남 자체가 획기적이었다. 게다가 드라마 속에서 주로 기업 회장님, 고집스러운 아버지 등 이제는 주연이 아닌 조연 자리에 선 H4(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가 여행기를 통해 직진 순재, 구야 형 등 신선한 애칭을 얻는 재미도 쏠쏠했다.
물론 초반 ‘섬마을 쌤’은 먹방 흑쌤과 같이 나름의 캐릭터를 잡아갔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고 충분히 예상 가능한 그림만 그렸다. 또한 ‘먹방’ 캐릭터로 방점을 찍은 영화배우 하정우를 능가하는 모습도 없었기에 오락적 요소가 먹히지 않았다. 이에 ‘섬마을 쌤’을 연출한 김종훈 PD는 “아무래도 예능방송 경험이 많지 않은 외국인들의 이야기이다 보니 순수하고 따뜻한 면은 그려졌지만 파일럿 프로그램 때만큼 호응을 이어가지 못해 한편으론 아쉽다”고 말했다.
‘팔도 방랑밴드’의 경우 전국 각지를 찾아다니며 삶과 노래를 들려주는 포맷을 택했다. 드럼치는 50대 아줌마, 가야금 연주하는 쌍둥이 자매가 등장했다. 이들과 함께 조정치, 윤종신, 프로듀서 뮤지, 랩퍼 데프콘 등이 어울려 하모니를 만들었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이야기로 흥행한 ‘슈퍼스타K’와 달리 시청자의 눈과 귀를 솔깃하게 할 만한 소재가 부족했다. SBS ‘스타킹’이나 tvN ‘화성인 바이러스’만큼 특이하거나 놀랄 만큼의 장기를 가진 출연자를 찾지 못한 점도 보완해야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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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재생 프로젝트 `삼촌 로망스`에 출연 중인 양상국와 양준혁 [사진=tvN `삼촌 로망스` 방송캡처] |
시청자가 많이 볼 수 있는 ‘황금 시간대’ 편성도 아쉬웠다. ‘섬마을 쌤’은 월요일 밤 11시, ‘팔도방랑밴드’는 목요일 저녁 8시에 방송했다. tvN 신종수 편성팀장은 “tvN의 황금 시간대는 금요일밤과 토요일 저녁시간대다. 젊은층이 많이 보기 때문이다. 20대에서 40대 사이가 그 시간대에 프로그램을 많이 접하며, ‘SNL 코리아’와 ‘꽃보다 할배’ ‘응답하라’ 시리즈 등이 프라임 시간대에 편성돼 흥행한 예”라고 설명했다.
물론 케이블의 편성 기준은 공중파와 차이가 있다. tvN 신종수 편성팀장은 “편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타깃 연령대다. 공중파와 차별을 위해 새로운 편성을 시도한다”며 “공중파 방송에는 토·일이 주말드라마이지만, tvN은 금·토를 주말드라마로 지정했고, 공중파 방송이 10시에 시작하면 tvN은 그것보다 20분, 혹은 10분 정도 이른 시간에 방송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tvN은 지난해 추석부터 파일럿 편성으로 시골 커뮤니티를 강조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삼촌(村) 로망스’의 타깃 연령을 중·장년층까지 확대해 토요일 오후 5시40분에 편성, 재미를 톡톡히 봤다. 신종수 팀장은 “원래 ‘삼촌 로망스’의 편성은 화요일 밤 11시였다. 하지만 타깃 연령층(중·장년층)에 맞게 시간대를 옮겼더니 시청률이 동시간대 1위로 높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tvN 이명한 예능 국장은 “tvN은 앞으로 젊은 세대뿐 아니라 점차 타깃 연령대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농촌 생활, 귀농,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신선한 콘텐츠로 시청자와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tvN은 지난 2월15일 첫 방송한 ‘삼촌 로망스’로 또 한 번 농촌 버라이어티를 출격시켰다. 농촌 재생 프로젝트라는 기획의도로 귀농과 귀촌 정보를 전달하는 한편 꾸밈없는 웃음을 주기 위해 탄생했다. 농촌 생활을 실감나게 안방극장에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상황에서 tvN이 리얼 버라이어티의 침체를 극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