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에서 예방관리로...관련산업 급성장 지속
한국 경제에서 서비스업은 계륵과 같은 존재다. 제조업과 수출 중심으로 성장해왔으나 고용 없는 성장, 낙수효과 후퇴 등으로 한계에 이르렀다. 특히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내수가 성장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외변수에 취약한 체질로 바뀌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서비스업 육성을 통해 내수와 수출 두 날개로 균형 잡힌 성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근혜 대통령도 새해 국정구상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중 하나로 5대 서비스산업(보건의료·교육· 관광·금융·소프트웨어) 육성을 발표했다. 하지만 서비스업 육성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추진돼 왔으나 번번히 사회적 논란만 키우고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뉴스핌은 [서비스업이 미래다] 기획을 통해 제대로 성장한 서비스업이 바꿔놓을 한국 경제의 미래상을 내다보고,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 도출에 도움을 주려 한다. <편집자 주>
[뉴스핌=조현미 기자] # 은퇴 후 경기도 양평에서 전원생활을 하는 김지성(가명·82)씨는 일어나자마자 손목에 착용한 밴드를 확인한다. 수면 중 호흡수, 맥박수 등을 보기 위해서다. 잠들기 전에는 이 밴드를 통해 하루 운동량을 확인해 본다. 또 아침식사 전에는 포도당 수치를 진단해주는 콘택트렌즈를 착용한다. 이렇게 모인 자료는 김씨가 오랫동안 진료를 받은 서울의 병원에 전달된다. 이 병원의 의사는 김씨를 만나지 않고도 건강상태를 진단하고, 가장 적합한 건강관리법을 찾아 스마트폰을 통해 알려준다. 몸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엔 의사가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화상 통화로 진단과 처방을 해준다.
◆ 헬스케어 시장, 치료에서 예방·관리로 전환
헬스케어 시장의 모습이 달라지고있다. 병원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진료와 건강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것.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입을 수 있는) 기기를 통해 건강관리를 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김씨가 이용하는 운동량 측정 기기는 이미 상용화됐으며, 당 수치를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기는 개발 단계에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 수명 연장이 아닌 건강하게 오래사는 ‘건강수명’을 추구하는 ‘헬스케어 3.0’ 시대가 열리면서 나타났다.
헬스케어 3.0는 전 세계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시작됐다. 기대수명이 80세를 훌쩍 넘기면서 질 높은 삶에 대한 욕구가 어느 때보다 높아져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닌 신체적·정신적 ·사회적으로 건강한 상태로 정의한다.
이로 인해 전체 헬스케어 산업에서 예방·진단·관리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32%에서 오는 2020년에는 43%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 생태계도 달라지고 있다. 기존 의료기술에 생명공학기술(BT)과 정보통신기술(ICT), 나노기술(NT), 유전정보를 결합한 융·복합 헬스케어산업이 새로운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BBC 보고서는 만성질환을 중심으로 한 유비쿼터스헬스(원격의료) 세계 시장이 매년 15.7% 가량 성장해 2018년에는 4987억 달러(523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시장도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15년 원격의료 이용률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할 경우 총 2조3653억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관련 장비 시장은 4021억원 규모로 성장하고, 3만370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예상됐다.
맞춤의료의 기반인 유전체 분석 시장은 2016년에 전 세계 시장 규모가 66억 달러(6조9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산업계 헬스케어 ‘눈독’…한국, 정책적 지원 미흡
▲LG전자의 ‘라이프밴드 터치’ |
많은 국내외 기업이 높은 수익 창출이 가능한 헬스케어를 ‘차세대 먹거리’로 판단하고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구글은 ‘구글글래스’를 통해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했다. 구글글래스는 착용자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기능을 갖췄다. 의학용 스마트 콘택트렌즈 개발도 추진 중이다. 이 렌즈는 착용만으로 포도당 수치를 확인할 수 있어 당뇨병 환자에게 유용할 전망이다.
미국 의료기기 업체인 GE헬스케어는 질병 진단과 진료를 원격으로 할 수 있는 휴대용 진단기를 개발해 선보였다.
이미 적잖은 수입을 거두는 기업도 있다. 독일의 보쉬헬스케어는 현재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매일 5만명에게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2011년 북미에서 거둔 매출만 98억 달러(10조원)에 이른다.
나이키는 손목에 착용해 운동량을 확인할 수 있는 ‘나이키 플러스 아이팟 키트’와 ‘나이키 플러스 퓨얼밴드’ 등을 통해 순이익에서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대기업의 진입도 활발하다. 삼성은 갤럭시 스마트폰 시리즈에 건강관리 프로그램인 ‘S헬스’를 탑재해 판매 중이다. LG전자는 신체 활동량을 측정하는 손목밴드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 ‘라이프밴드 터치’를 통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세계 각국 정부도 헬스케어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 중이다. 원격의료가 대표적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는 원격의료가 의료비 절감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판단해 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제도적 지원이 미흡하다. 당장 원격의료가 허용되지 않는다. 의료계 반발에 부딪혀 원격의료 도입은 10년째 유보 상태다. 이러다보니 원격의료용 의료기기는 국내에서는 시판 허가가 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기술과 BT·ICT 등을 결합한 융·복합 헬스케어는 이미 차세대 먹거리로의 경쟁력이 확인됐다”며 “이를 활성화하고, 나아가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 등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조현미 기자 (hmch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