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A씨는 최근 입맛을 들인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구매하기 위해 편의점을 다녀오고 나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집에서 구매한 라면을 끓여보니 맛이 변했던 것. 아니나 다를까, 라면 봉지를 자세히 보니 ‘불닭볶음면’이 아니라 팔도의 ‘불낙볶음면’이었다.
의외로 이런 A씨 같은 경우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삼양식품이 최근 팔도의 ‘불낙볶음면’에 속을 태우는 이유다.
28일 삼양식품에 따르면 지난달 출시된 ‘불낙볶음면’은 디자인으로 보나 상표로 보나 지나치게 ‘불닭볶음면’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검은 바탕에 불을 배경으로 한 점과 빨간색 글자, 불모양의 이미지에 ‘화끈’이나 ‘불맛’을 쓴 점 등이 사실상 ‘미투제품’ 효과를 노린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심지어 패키지 구성도 액상스프와 후레이크 스프 등으로 유사하다.
‘불닭볶음면’을 출시하면서 볶음면 시장을 연 삼양식품에서는 당연히 ‘불낙볶음면’에 대한 시선이 고을리 없다.
‘불닭볶음면’은 2012년에 출시됐지만 약 1년간 무명의 서러움을 겪어야했다. 워낙 인지도가 낮아 이렇다 할 매출을 올리지 못했던 것. 상황이 바뀐 것은 지난해 8월께 매니아들의 입소문을 타고 이름이 알려지면서다.
그간 월 매출 10억원에도 못미쳤던 ‘불닭볶음면’은 지난해 8월 매출 20억원을 기점으로 9월 34억원, 10월 60억원을 돌파했다. 통상 월매출 30억원이면 ‘히트상품’으로 꼽는 라면시장에서 그야말로 대박을 냈던 것이다.
팔도가 ‘불낙볶음면’을 출시한 시점도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줄기차게 상승하던 지난해 12월이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미투제품이 너무 유사하게 나온 탓에 잘못 구매한 소비자들의 민원이나 항의가 계속 접수되고 있다”며 “‘불닭볶음면’의 1월 매출 영향을 보고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 내부적으로는 서면 항의부터 최악의 경우에는 소송의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라면업계에서 볶음면을 출시하며 시장성이 커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소비자가 오인해 ‘불닭볶음면’의 매출을 빼았는다면 득보다 실이 많아진다는 계산이다.
팔도 측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팔도 관계자는 “‘불낙볶음면’은 제조 단계부터 법무팀에서 상표와 디자인을 모두 검토한 제품”이라며 “라면제품의 특성상 디자인이 유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물론 ‘불닭볶음면’으로 시작된 볶음면 시장의 성장세는 알고 있었고 이 때문에 ‘불낙볶음면’을 출시한 것은 사실이지만 명백하게 맛과 향이 다른 별개의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농심에서 용기면으로 출시한 볶음면 제품 ‘하모니’의 경우에는 ‘불닭볶음면’과 명백하게 구분되는 디자인을 한 것도 사실.
업계 일각에서는 ‘꼬꼬면’ 이후 봉지라면 시장에서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지 못했던 팔도가 ‘불닭볶음면’의 인기에 무임승차해서라도 매출을 확보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현재까지 ‘불닭볶음면’과 ‘불낙볶음면’의 경쟁구도에서는 ‘불닭볶음면’이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불닭볶음면’은 월 1000만개(용기면 포함) 판매를 유지하는 반면 ‘불낙볶음면’의 판매량은 월 100만개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불낙볶음면’이 출시된 지 이제 막 한달에 접어든 만큼 향후 경쟁구도는 본격화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