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제명 결의안 제출" vs 野 "국정원 특위 연기, 상식 아냐"
[뉴스핌=함지현 기자] 민주당 장하나 의원의 '대선 불복'과 양승조 의원의 '선친 전철' 발언으로 오랜만에 정상화 가도를 밟는 듯 보였던 정국이 다시 얼어붙고 있다.
새누리당은 두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아 의원 제명 결의안을 제출키로 했다. 이날로 예정됐던 국가정보원 개혁 특별위원회 회의도 보이콧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과 장하나 의원의 발언은 정치적 금도를 넘어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예의도 져버린 비수이고, 화살이었다"며 "이에 대해 진솔한 사과와 함께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임에도 민주당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책임 있는 사과와 조치는커녕 후안무치, 적반하장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원내대표는 "양승조·장하나 의원 제명 결의안을 오늘 제출토록 하겠다"며 "개인적인 서면 사과나 원내부대표직 사퇴 정도의 미미한 꼬리 자르기식 조치 정도로 결코 넘어갈 수 없다"고 경고했다.
새누리당은 이날로 예정됐던 국가정보원 개혁 특별위원회도 무기한 연기했다.
국정원 개혁특위 여당간사인 김재원 의원은 "국정원 개혁특위가 무기한 연기됐다. 국정원 업무보고도 이뤄지지 않는다"며 "여건이 성숙되면 정상적으로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정원 특위를 연기한 새누리당을 겨냥,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핑계로 새누리당 국정원 개혁 특위를 거부하고 간사 협의를 중단한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한 억지가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그런 일로 의사일정을 거부하는 것은 집권여당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누가 봐도 상식적인 조치가 아니다"고 힐난했다.
국정원 개혁특위 야당간사인 문병호 의원도 이 자리에서 "(새누리당 김재연 간사가) 아침에 갑작스럽게 오늘 국정원 보고 의사일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해왔다. 대단히 유감"이라며 "더 이상 특위를 파행으로 이끌거나 질질 끌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양승조 의원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침소봉대'했다며 사과할 뜻이 없다고 맞섰다.
양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저의 발언에 대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대응은 왜곡·침소봉대의 극치였다"며 "제가 한 말은 박근혜 정부의 공안몰이, 종북몰이가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공안통치, 유신통치 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국민의 경고를 새겨들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제명안을 제출하겠다는데 내 발언이 제명사유에 해당한다면 다수당이 힘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했듯 제명하라"며 "국민을, 국회의원을 더이상 협박·겁박하지 말라"고 꼬집었다.
여야 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으며 국정원 개혁 특위 진행이 난망해지자 정세균 위원장은 여야 지도부에 조속한 개혁특위 정상화 합의를 요청했다.
정 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기회에 국정원이 국민의 국정원으로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안고 출발한 만큼 조속한 특위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여야 지도부는 조속한 개혁특위 정상화애 합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예산안과 각종 법안 등 매듭지어야 하는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여당이 의회를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도록 하는 일은 참으로 적절치 못하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각 위원회 소위들은 정상 운영되는데 유독 가장 국민적 관심이 크고 매우 중요한 국정원 개혁 특위 만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납들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만약 이런 개혁 특위의 상황이 국회의 예산이나 입법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 경우에는 여당이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새누리당 특위 위원들에게 위원회 참여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압박했다.
◆ 野, 예결위에서 항의 후 예산안 심사 진행 중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야는 4자 회담을 통해 연내 처리를 합의한 예산안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예산은 가장 중요한 민생이고 누차 약속했으니 지켜야 한다"며 "지금 열리고 있는 모든 상임위에 정상 참여해 예산 심사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고 박수현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다만 국정원 개혁 특위가 열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예결위 예산안 조정소위를 통해 항의의 뜻을 전했다. 최재천 간사는 "특위를 정상화하지 않고 결과를 내놓지 않는다면, 현재 심사에 임하고는 있지만 언제든 중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야가 충돌한 상황이지만 서로 '준예산'만큼은 피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예산안 처리 합의가 불발될 경우 책임소재에 따라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예산안 심사는 당분간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