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 가치도 상승…상품통화는'↓'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저금리의 패러다임으로 바뀌면서 자산관리에서도 글로벌화가 중요해졌습니다. 뉴스핌은 이런 추세에 맞춰 글로벌 자산관리(GAM: Global Asset Management)에 필요한 전략과 정보를 제공합니다. 단편적 정보의 한계를 벗어나 보다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국내 유수 금융기관들의 단기(1~3개월), 중기(3개월~1년), 장기(1년이상) 글로벌 포트폴리오 전략을 종합해 매월 [뉴스핌GAM]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편집자 註]
[뉴스핌=주명호 기자] 11월 국제 외환시장은 일본 엔화 및 신흥국 통화 약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유로화를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 통화들은 달러화 대비 가치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모습을 보였다.
이달 발표된 미국 주요 경제지표들은 뚜렷한 개선세를 나타내면서 전월 흔들렸던 달러화 가치를 다시 상승세로 돌아세우는 데 일조했다.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분기성장률은 2.8%로 집계돼 전망치 2.0%을 크게 상회했다. 10월 비농업부문 일자리수도 예상을 크게 웃돈 20만 4000개를 기록하면서 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달러화가 힘을 받자 엔화는 큰폭으로 하락하며 올해 최저수준을 경신했다. 신흥국 통화는 차기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의장으로 낙점된 자넷 옐런 부의장의 양적완화 유지 발언에 한숨 돌리는 듯했지만 곧 이어 나온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시사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선진국 통화들은 대부분 달러화 대비 강세가 나타났다. 이달 초 유럽중앙은행(ECB)가 깜짝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유로화는 약세가 나타났지만 월간으로는 전월보다 가치가 올랐다. 영국 파운드화 강세도 돋보였으며 한국과 중국도 지난 달에 이어 달러화 대비 절상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상품통화인 캐나다와 호주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래픽 : 송유미 미술 기자] |
◆ 전진하는 유럽…英, 뚜렷한 회복세에 파운드 '급등'
지난 10월 약세가 관측됐던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2% 넘게 올라 이달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인 통화로 꼽혔다. 영국 고용시장이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영란은행(BOE)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진 까닭이다.
BOE는 빠르면 내년 4분기에 영국 실업률은 7%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최소 2016년까지는 실업률이 7%를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그 뒤를 우리나라 원화(0.29%)가 잇고 있으며 스위스프랑(0.06%), 유로(0.05%), 위안화(0.03%)가 달러화 대비 소폭 강세를 그렸다. 10월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던 유로화는 ECB 기준금리 인하 발표를 전후로 하락했지만 유럽 경제지표 개선에 다시 힘을 받으며 통화 가치가 하락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그래픽 : 송유미 미술 기자] |
◆ 신흥·일본, 급락…상품 통화도 떨어져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미 양적완화에 휘둘리며 다시 추락을 시작했다. 9월 급락 후 양적완화 유지에 10월 반등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달 들어 테이퍼링 관측이 다시 강해지면서 월간 6% 이상 급락했다.
인니 정부의 달러표시 국채발행 실패도 통화 약세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지난 25일 발행한 내국인 대상 달러표시 채권은 목표치 4억 5000만 달러에 크게 미달한 1억 9000만 달러 발행에 그쳤다.
일본 엔화의 두드러진 하락도 이달 외환시장에서 크게 주목 받았다. 달러/엔은 이달 101, 102엔을 차례로 돌파하며 지난 5월 이후 엔화 가치가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미일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성 차이가 엔화 약세 기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 연준이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행(BOJ)은 현 통화정책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추가 부양책 실시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상품통화인 호주와 캐나다 달러도 약세를 지속했다. 주 수출국인 중국의 경제둔화 우려가 지속되면서 영향을 받은 까닭이다. 호주달러는 3.68%, 캐나다달러는 1.78% 평가 절하됐다.
이밖에 브라질(4.31%), 아르헨티나(4.13%), 러시아(3.30%) 등 신흥국들의 통화 가치도 큰폭으로 하락했다. 브라질은 올해 여섯 번째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2012년 3월 이후 처음으로 두자릿수 금리로 회귀했지만 여전히 높은 물가상승률이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픽 : 송유미 미술 기자] |
◆ 연준 12월 '테이퍼링' 시작할까…유럽 통화 향방은?
외환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역시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시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내년 3월 축소가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미 경기회복세에 따른 기대감이 커지면서 올해 12월부터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엔화 및 신흥국 통화의 약세 흐름 지속 여부도 미 통화정책 방향성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및 투자은행들은 엔화가 연말까지 약세폭을 더 늘릴 것이라는 예측을 꺼내들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달러/엔 향후 3개월 전망을 110엔으로 상향조정(엔약세)했고 JP모간도 104엔으로 올렸다. 스탠다드차타드도 전망을 조정해 3개월 내 달러/엔이 105엔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 양적완화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신흥국의 경우엔 이에 대해 어떤 대비를 내놓느냐가 자국 통화 방어의 성공여부를 가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 중앙은행의 경우 미 달러화 표시 자산을 축소하는 한편 우리나라 원화 및 호주, 뉴질랜드 통화 비중을 늘리는 등 연준발 리스크를 축소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로화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ECB의 행보가 향후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CB 정책위원을 겸임하고 있는 크리스티앙 누아예 중앙은행 총재는 ECB가 현 0.25%보다 기준금리를 더 인하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역시 ECB 정책위원인 아르도 한슨 에스토니아 중앙은행 총재도 추가 인하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또한 기준금리 인하 쪽에 무게를 실는 모습이다. 지난 22일 유럽 은행업 회의에 참석한 드라기 총재는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경기가 더 침체될 수 있으며 실업자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