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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 재점화한 유로존·미국, 각국 살 길 모색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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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빠른 정책행보…원화 강세 한국, 흑자축소 필요 지적도

[뉴스핌=주명호 기자]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행보가 줄을 잇고 있다. 이번엔 일본이 아니라 유로존이 전쟁을 촉발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 발표를 기점으로 외환시장 개입,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이 세계 각국에서 속속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기축통화를 찍어내는 미국의 재무부는 의회에 제출한 환율보고서에서 몇몇 주요 교역상대국에 대해 경고 신호를 보냈다. 

'환율전쟁'이란 단어가 최근 다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환율전쟁을 불지핀 당사자는 일본에서 유로존과 미국으로 넘어갔다. 미국은 양적완화 축소 개시를 시사함으로써 신흥국 금융시스템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유럽은 중심국이면서 수출경쟁력이 강력한 독일과 취약한 중심국과 주변국들의 이해 관계가 엇갈리면서 마찰음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유로화 강세가 더이상은 쉽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모습이다.

미국의 양전완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유로화 강세를 지켜볼 수 없었던 유로존은 결국 금리 인하를 통해 유로화 가치를 다시 끌어내렸다. 미국은 인위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비판하면서도 연방준비제도(Fed)의 국채매입 축소 시점을 사실상 내년으로 미루면서 달러화 가치  상승을 막고 있는 형국이다.

유로/달러 환율. 최근 유로화 강세가 재연될 조짐을 보였다. [출처 : dailyfx.com]

세계 외환시장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두 통화의 이 같은 행보 속에서 다른 선진국 및 신흥국들이 너도나도 통화정책을 준비하는 모습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또한 이 틈바구니 속에서 어떤 대응을 펼쳐야 할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 금리인하로 포문 연 유럽…'유로강세 막겠다'

지난 7일 ECB는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0.50%에서 0.25%로 0.25%포인트 인하하고 최저대출 금리 또한 0.25%포인트 내린 0.75%로 낮췄다. 예금금리는 기존 0%를 유지했다.

ECB의 갑작스런 금리인하는 최근 불거진 유로존 디플레이션 우려를 그대로 두고만 볼 수 없다는 결단에서다. 지난 달 말 발표된 10월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2010년 1월 이후 최저수준인 0.7%를 기록했다. 9월 1.1%보다 낮아지면서 ECB의 목표 물가 수준인 2.0%는 더 멀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강세를 보였던 유로화 가치를 끌어내리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는 지적이다. 미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상승곡선을 그리자 유로존내 수출 국가들은 유로화 강세가 유로존 경제에 가장 큰 위험요소라고 주장하며 ECB의 결단을 요구했다.

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ECB가 금리를 낮추고 통화완화책을 펼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혀왔다. 파브리시오 사코나미 이탈리아 재무장관이 "유로강세는 경제회복의 위험 요인"이라고 직접적으로 통화완와책 필요성을 지적한데 이어 아르노 몽트부르 프랑스 산업부장관도 "금리 수준을 우리 이해관계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ECB에 금리인하를 단행하도록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로존 모두가 금리 인하를 반긴 것은 아니다. 독일은 인하 결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 ECB와의 정책 갈등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독일 민간 경제연구소 이포(Ifo)는 이번 인하 결정이 오히려 유럽 경제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한스 베르너 신 Ifo 소장은 "드라기 총재의 결정은 모국인 이탈리아를 돕기 위한 것"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 "개입말라"는 미국, QE유지로 달러화 가치 하향 안정시켜

지난 달 30일 미 재무부는 의회에 제출한 반기 국제 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를 통해 한국 및 일본, 중국 등 국가들의 통화절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한국에 대해서는 환시 개입 제한을 요청했고 일본의 엔화약세 유도에 대해서는 꾸준히 지켜볼 뜻을 밝히기도 했다.

잭 루 재무장관도 공개적으로 중앙은행들의 통화절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는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미-아시아 성장을 위한 의제'라는 글을 통해 환율 움직임은 시장이 결정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하며 사실상 한중일을 겨냥한 시장개입 중단을 요구했다.

이런 주장을 펼치는 미국 또한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일찌감치 달러화 약세를 유도해왔다. ECB의 금리인하로 유로화 약세가 진행되자 달러화는 다시 강세로 돌아선 듯 보였지만 때마침 나온 자넷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차기 의장 지명자의 양적완화 유지 시사 발언으로 달러화 가치는 다시 내림세를 보였다.

15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연준 의장 인준 청문회에 참석한 옐런 부의장은 "미국 경제 회복세가 충분하지 않다"며 당분간 양적완화책을 축소할 뜻이 없다는 의지를 밝혔다. 양적완화 정책이 비록 '고비용정책'이지만 "이로 인한 혜택은 더 크다"며 필요성에 힘을 실기도 했다.   
 

◆ 발빠른 행보 보이는 각국 정책당국들… 신흥국은 통화가치 안정에 주력 

캐나다 유력 일간지 글로브 앤 메일은 지난 11일 자 기사를 통해 유로화 하락과 더불어 각국 통화들의 경쟁적 평가절하가 이어지는 '이전투구'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ECB의 발표를 기점으로 각국 중앙은행의 움직임은 바빠졌다.

체코는 ECB 금리 인하가 결정되자 마자 행동을 보였다. 체코 중앙은행은 코루나화 매각을 통해 11년만에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체코 또한 1%대의 낮은 물가상승률로 몸살을 앓아온 상태다. 미로슬라프 싱어 체코 중앙은행 총재는 "물가 상승 압력에 큰 변동이 없는 한 환시 개입을 지속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앞서 4일에는 페루가 4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페루 중앙은행은 이날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4%로 결정했다.

선진국들도 금리 인하를 모색 중이다. 뉴질랜드와 호주는 자국 통화 가치 급등에 수출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0월 말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키위 달러(뉴질랜드 달러) 가치가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호주 중앙은행은 5일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했지만 역시 호주 달러화 강세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현재 호주 기준금리는 지난 8월 금리 인하 이후 사상 최저수준인 2.50%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 관측에 따라 통화가치 급락 사태를 맞았던 신흥국들은 오히려 금리 인상을 통해 통화 절상을 꾀하고 있다. 브라질 기준금리는 올해 다섯 번의 인상을 거쳐 현재 9.5%를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기준금리가 조만간 두자릿수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도는 라구람 라잔 총리 취임 이후 기준금리인 환매조건부채권(RP)금리를 두 차례 올렸다. 인도네시아도 지난 12일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를 7.50%로 0.25%포인트 인상시켰다. 14일에는 파키스탄이 통화약세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 당국, 아직은 지켜볼 때…흑자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이에 대해 우리 당국은 아직까지는 추이를 지켜보며 필요시 기민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경제관계장관회의서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율전쟁이 본격화 될 시 현 원화강세 가속화로 인한 경제 충격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LG경제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최근 보고서에서 원화절상과 경상흑자가 공존하는 일본형 불황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장기적인 경상흑자 축소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 '아베노믹스'와 함께 엔저 현상이 한국에 미칠 영향은 크게 주목받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충격이 큰 것은 아니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하지만 엔화 약세가 내년까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충분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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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스로픽·오픈AI 'AI 감속론'의 속내는?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주 12일 내놓은 인공지능(AI) 개발 감속론에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 xAI 모회사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CEO가 잇달아 동조했다. 경쟁 관계인 3사 수장이 최상위 모델의 성능 개선 속도를 늦추자는 데 공개적으로 뜻을 같이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업계의 시선은 감속 선언에 붙은 조건에 쏠린다. 아모데이 CEO의 제안이 자발적 제동에 머물지 않고 정부 규제 요구와 한 묶음으로 제시됐다는 점에서다. 업계에서는 규제를 동반한 감속은 개방형 모델과 후발 주자의 진입로를 좁히기 위함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오픈AI·앤스로픽의 개방형 제한 로비가 '사다리 걷어차기' 논란을 부른 데 이어 같은 구도가 감속론을 매개로 되풀이된 양상이다. 3사만 속도를 늦추면 개방형이 격차를 좁히는 결과만 남는 만큼 개방형까지 같은 규제에 묶어야 감속이 성립한다는 셈법이 규제 요구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3단계안과 부속 조치 아모데이 CEO의 에세이 '우리는 프론티어(최상위 성능 모델)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3단계 구조로 짜여있다. 1단계는 앤스로픽이 단독 이행을 약속한 조치로 제3자 평가 기관에 내부 위험평가팀에 준하는 상시 접근권과 평가 결과 공개권을 준다. 같은 의무를 다른 개발사에도 지우도록 정부에 요구하는 내용이 함께 붙어 있다. 2단계는 미국 최상위 모델 개발사 전체에 대한 정부 규제를 기본으로 삼되 입법 지연에 대비해 개발사 간 자발적 기준 마련을 병행하는 내용이고 3단계는 국제 공조다. 앤스로픽이 스스로 지는 부담은 평가자 수용에 그친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의 개인 웹사이트에 게시된 에세이 'We Must Pace the Frontier' 갈무리 [사진=아모데이 CEO 개인 웹사이트] 2단계에 함께 담긴 부속 조치들이 개방형 진영을 자극했다. 아모데이 CEO는 중국과의 격차 이상으로 감속하면 안보 위험이 생긴다며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와 무단 증류(한 모델의 출력으로 다른 모델을 훈련하는 기법) 단속, 가중치(모델이 학습한 결과를 담은 핵심 수치) 도난 방지를 요구했다. 표적은 중국이지만 다른 모델의 출력을 훈련에 활용하는 증류가 널리 쓰이는 개방형 생태계에서는 무단 증류의 규제 범위를 넓게 잡을 경우 통상적인 모델 개발 기법까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 개방형 진영의 우려다. ◆개방형 추격과 감속 딜레마 감속 주장의 '저의'를 따지기에 앞서 살펴야 할 것은 규제를 동반한 감속 주장이 나온 배경이다. 개방형의 추격 속도가 아모데이 CEO에게 규제 없는 감속을 허용하지 않는다. AI 모델 이용 중개 플랫폼 오픈라우터에 따르면 미국 이용자가 요청한 토큰 처리량 가운데 개방형 비중은 작년 9월 26%에서 지난달 60%로 높아졌다. 유럽연합 이용자의 개방형 비중도 같은 기간 16%에서 65%로 상승했다. 가성비로 시장을 파고드는 개방형 모델 앞에서 3사만의 감속은 점유율 양보와 다르지 않다. 앤스로픽의 공동창립자인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 [사진=블룸버그통신] 폐쇄형 3사만 속도를 줄이면 개방형과의 성능 격차가 좁혀지는 시간만 짧아진다. 기술 우위로 높은 기업가치를 떠받치는 회사가 스스로 감속을 선언하는 것은 자기 약화에 가깝다. 에세이에는 자기 약화를 피하는 장치가 들어 있다. 아모데이 CEO는 훈련 중단이 아니라 안전 검증 시간 확보가 목적이라고 했다. 감속 대상은 외부 공개 모델의 역량 향상 속도이고 내부 연구는 제약에서 비켜난다. 폐쇄형은 공개 시점만 조절하면 되지만 공개 자체가 사업 방식인 개방형은 공개를 늦추면 남는 것이 없다. 규제를 동반한 감속이 개방형에 지우는 부담은 준수 조건에서 한층 커진다. 아모데이 CEO가 제시한 제3자 평가자 상주 방식은 모델을 자사 서버에 두고 API로 제공하는 구조에서만 작동한다. 누가 쓰는지 확인하고 위험한 사용을 감시하며 접근을 차단하고 문제 모델을 서비스에서 내리는 일은 서버를 통제하는 개발사만 할 수 있다. 가중치를 공개한 개발사는 수정·재배포된 복사본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 해당 조건이 강제되면 개방형은 결국 존재 방식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진입장벽 논란과 '규제 포획' 공방 앤스로픽이 6월 내놓은 규제 프레임워크의 적용 기준도 논란이다. 훈련 연산량이 10의 25제곱 플롭을 초과하고 연간 AI 매출 5억달러 또는 연구개발비 10억달러가 넘는 기업을 대상으로 삼는다. 소규모 개발사는 면제되는 구조지만 문제는 기준선을 넘는 순간부터다. 문턱을 넘자마자 비용과 기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승인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면 투자자와 창업자로서는 문턱 아래 머무는 편이 합리적 선택이 된다. 소규모로 남는 것은 허용하되 대형사로 성장하는 길은 막는 면제 조치가 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사진=블룸버그통신] 백악관에서 감속론을 공개 비판한 인사는 데이비드 색스 대통령 과학기술 자문 공동의장이다. 색스 공동의장은 감속 선언 다음 날인 13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다리오가 프론티어 속도를 조절하자고 썼고 샘이 동의했다. 그렇게 해라. 당신들이 프론티어다"고 했다. 두 회사가 점유율·매출·성능 어느 기준으로 봐도 최상위 모델 시장을 사실상 둘이 나눠 갖고 있으니 남을 규제할 것 없이 스스로 늦추면 된다는 논리다. 감속의 대가로 원하는 규제 틀을 얻으려는 시도는 규제 포획(규제가 기존 강자의 이익 보호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에 해당한다고 했다. 색스 공동의장의 규제 포획 비판은 지난달 아모데이 CEO와의 엑스 공방에서 이미 구체화된 바 있다. 당시 그는 앤스로픽이 요구하는 사전 심사 체제를 'AI를 위한 차량국(DMV)'에 빗댔다.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정부 시험과 승인을 기다려야 한다면 대응 인력과 자금을 갖춘 대형사만 대기열을 견디고 후발 주자는 출시 자체가 늦어진다는 논리다. 안전을 명분으로 한 심사 요건이 기존 강자에게 유리한 경쟁 규칙으로 굳어진다는 지적이 감속론에서도 되풀이된 셈이다. ◆반독점 면제 요청 문턱 규제 포획 논란과 별개로 규제를 동반한 감속은 현행법의 문턱부터 넘어야 한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수주간 의회 의원들에게 업계 차원의 감속 조율이 합법인지 지침을 요청했다. 경쟁사 간 개발 속도 합의는 일종의 생산량 제한에 해당해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 일각의 해석이다. 7월 초당파 의원들이 안전·보안 협력에 반독점 예외를 두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하원 법사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아모데이 CEO의 반독점 면제 요청은 현행법 아래 조율이 자동으로 합법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버그통신] 법적 문턱을 넘더라도 실행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포브스는 에세이가 제3자 평가자 도입 시한을 명시하지 않은 점을 짚었다. 아모데이 CEO가 요청한 반독점 면제도 정부가 받아들일 의무가 없어 거부되면 2단계는 시작조차 어렵다. 반독점법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두 회사의 협력 회피를 가리기 위한 구실이라는 시각도 있다. 면제가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알고 요청한 것이라면 감속은 처음부터 이행 의사 없이 내건 조건부 약속에 가깝다. 공동 제안서조차 만들지 않은 채 규제 요청부터 앞세운 순서가 의심의 근거로 언급된다. ◆백악관 입장과 개방형 반응 앤스로픽의 규제 요청은 지난달 백악관이 한 번 거절한 내용과 같다. 백악관이 지난달 확정한 자발적 AI 심사 틀은 대상을 폐쇄형 최상위 모델로 한정했다. 개방·폐쇄를 가리지 않는 시험을 요구했던 앤스로픽으로서는 폐쇄형 최상위 모델만 심사받고 개방형은 빠지는 결과가 됐다. 에세이에서 거론된 2단계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모든 최상위 모델 개발사에 같은 기준을 강제하라는 내용이다. 폐쇄형에 그친 심사 대상을 개방형까지 넓혀 달라는 요구를 감속론의 이름으로 다시 낸 셈이다.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대통령 과학기술 자문 공동의장 [사진=블룸버그통신] 개방형 진영의 대응은 규제 확대 요구를 맞받아치는 형태로 나왔다. 오픈소스 개발자 제이크 골드는 공개서한에서 "진심이라면 가중치를 공개하라"고 했다. 개방형을 심사 대상에 넣자는 요구에 폐쇄형도 가중치를 공개해 외부 검증을 받으라고 맞선 것이다. 개방형 모델 공유 플랫폼 허깅페이스의 클렘 들랑그 CEO도 감속 자체에는 동의했지만 규제 대상 확대에 대한 찬반은 명시하지 않았다. 감속의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감속의 조건을 폐쇄형 진영이 정하는 구도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 개방형 진영의 입장으로 읽힌다. ◆IPO 시기와 겹친 감속론 감속론의 저의를 둘러싼 근본적 물음은 왜 지금이냐에 있다. 최상위 모델 개발사들은 이전 세대 훈련 비용을 회수하기 전에 다음 세대에 더 큰 자본을 투입하기를 거듭해 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픈AI의 GPT-6 아스트라는 내부 다량 사용 직원 기준 하루 7000달러어치 토큰이 소모된다고 한다. 기술 투자자 마틴 바르사브스키는 엑스에서 "[3사가 다른 건 몰라도] 서로 벌이는 경주가 모두를 파산시킬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할 것"이라고 썼다. 감속 합의의 실제 동기가 안전이 아니라 비용에 있다는 지적이다. 감속 선언과 상장 절차 연기가 비슷한 시점에 나온 점은 의심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앤스로픽은 지난주 예정됐던 증권신고서(S-1) 공개를 이달 늦은 시점으로 미뤘고 올트먼 CEO는 12일 연내 상장 배제 의사를 밝혔다. AI 연구자 엘리 데이비드는 엑스에서 "S-1이 손실 규모를 드러낼 것이므로 훈련 비용을 줄여 수익성 경로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상장을 앞둔 회사로서는 손실을 줄일 방법을 투자자에게 보여야 하는데 훈련 비용 절감이 가장 확실한 수단이고 안전을 이유로 감속하면 비용 절감이라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6-09-1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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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투자 시작되면 한·미 관계 좋아질까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한·미 간 최대 갈등 요소인 한국의 대미 투자 첫 사업이 조만간 발표될 전망이다. 정부 출범 이후 최악의 상태에 빠진 한·미 관계가 대미 투자 발표로 진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미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1호 사업은 텍사스주 엔시날 LNG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 유력하다. 미국이 당초 198억 달러였던 사업비를 250억 달러로 증액할 것을 요구해 이 부분에 대한 막판 협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종도=뉴스핌] 김예원 기자 = 미국을 방문했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08.20 yeawon2@newspim.com ◆대미 투자, 한·미 갈등의 시발점 대미 투자 지연은 한·미 관계의 발목을 잡은 가장 직접적인 요인이다. 미국은 올해 초부터 대미 투자를 독촉했지만 한국은 '상업적 합리성'을 내세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국의 대미 투자 지연은 일본의 발빠른 투자 이행과 비교되면서 미국의 강한 불만을 초래했다. 미국과 5500억 달러 투자 합의를 한 일본은 올해 2월에 360억 달러 규모의 1차 프로젝트와 3월 730억 달러 규모의 2차 프로젝트를 확정한 데 이어 현재 3차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다. 더욱이 11월 중간선거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권자들에게 경제적 성과로 내세울 수 있는 투자 유치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어서 투자를 지연시키고 있는 한국에 대한 분노와 불만이 매우 크다. 미국은 한국이 투자를 회피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한·미 정상합의의 일부분인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 및 우라늄 농축,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위한 협상이 중단됐고 쿠팡 문제,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따른 미국 기업 차별 주장이 이어졌다. 최근 미국이 한국에 추가 투자와 함께 호르무즈 파병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대미 투자 지연에 따른 압박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를 지시하고 북한과 조건없는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도 한국에 대한 보복의 성격이 강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한·미 정상이 합의한 관세 협상은 한국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와 관세 인하만을 교환한 것이 아니라, 한·미 동맹의 안정성과 안전 보장 등이 포함된 패키지 형식의 합의여서 대미 투자가 안되면 외교 안보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구조"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통신] ◆시간에 쫓기는 한국 한·미 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대미 투자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하면 한·미는 산적한 현안에 대한 논의를 재개할 수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8일로 예상되는 대미 투자 발표 전후로 곧장 미국을 방문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만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조 장관은 대미 투자가 시작된 것을 계기로 그동안 중단됐던 핵잠수함, 농축·재처리 협상 재개를 비롯해 전시작전권 전환, 호르무즈 파병에 대한 정부의 입장 등을 미국 측에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장관이 대미 투자 발표와 동시에 미국을 방문하려는 이유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한 소식통은 "한·미 관계를 조속히 정상으로 되돌려 놓지 않으면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의 불편한 한·미 관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 북한과의 대화를 본격 추진한다면 한국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가장 큰 우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에서 한국의 동의 없이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합의를 하는 이른바 '한국 패싱'이다. 북·미 대화에서 한국의 입장을 반영시키기 위해서는 한·미 간 치밀한 사전 조율이 필수적이다. 만약 지금과 같은 한·미 관계가 이어진다면 한국이 북·미 대화에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차단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말대로 '연내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면 한국으로서는 시간이 별로 없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5.10.29 ◆한·미 관계 완전 회복엔 역부족 대미 투자가 시작되면 한·미 관계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나아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투자를 환영하고 중요한 성과로 포장하는 정치적 레토릭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 중단됐던 핵잠수함, 농축·재처리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일정 논의도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한·미 갈등이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이 기대했던 것에 비해 너무 늦은데다 규모도 미국을 만족시키기 어려운 탓이다. 미국은 대외적으로 한국의 투자를 환영면서도 내심으로는 불만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한국에 대한 압박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대미 투자가 신속히 진행됐더라면 한·미 관계 냉각이나 미국의 각종 압박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미 투자 시작으로 한국을 향한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의 강도가 다소 누그러질 수는 있겠지만 호르무즈 파병이나 추가 투자 요구를 거둬들일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트럼프 시대'가 이어지는 동안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경제와 안보를 한데 묶어 상대국을 압박하는 협상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여전히 경제·산업 부처와 안보 관련 부처가 따로따로 영역을 나눠 미국을 상대하고 있기 때문에 유기적인 전략 조율이 불가능하다.  정부가 대미 관계에서 관세와 투자, 첨단 기술, 공급망, 안보를 총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통합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opento@newspim.com 2026-09-1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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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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