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이상 자금확보..다양한 자본확충 노력
[뉴스핌=이강혁 기자] "어려운 상황인 건 부인할 수 없지만 자금확보 계획이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진행되고 있어 문제가 발생될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입니다."(14일 현대그룹 한 임원.)
현대그룹이 "유동성 전선에 이상이 없다"며 시장 일각의 위기설 차단에 분주하다.
주력인 현대상선의 영업실적이 수년째 눈에 띄게 살아나지 못한데다 불투명한 대북사업까지 악재로 작용하면서 현대그룹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싸늘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 검찰발 '비자금 수사' 이슈까지 불거져 위기감은 한층 더 고조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량 계열사의 매각 가능성까지 모락모락 피어난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현대증권이나 유가증권 등 현대그룹의 알짜 자산을 팔라고 채권기관이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감이 다소 떨어진다.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이런 선택은 그룹의 해체와 다름없다. 재무구조가 좋지 않다지만 현재로서 방어 못할 수준이 아닌데 팔다리를 다 잘라내면 살아날 방법은 더 없어지지 않겠냐는 속내도 읽힌다.
더구나 현대그룹의 경우는 특별한 구속력을 갖고 채권기관들과 재무개선 진행하고 있지 않다. 회사채를 인수해준 산업은행이 그나마 주채권기관이라고 할 수 있지만 팔아라 말아라 할 정도로 현대그룹의 재무구조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구속력 있는 관계를 맺고 재무개선 작업을 벌이는 것도 아닌데 산업은행이 현대증권을 매각하라고 할 이유는 없다"면서 "현대증권을 팔 계획도 없고 산업은행으로부터 매각 요구를 받은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실 현대그룹의 재무상태를 들여다보면 STX그룹이나 동양그룹처럼 벼랑 끝에 몰려있는 것은 아니다. 큰 파고는 넘은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돌아오는 회사채와 CP(기업어음) 등 8200억원 정도가 부담이지만 진행되고 있는 자본 확충 노력으로 감당할 수준이라는 게 그룹의 설명이기도 하다.
단적으로 현대그룹은 지난 6월말 개별재무제표 기준 1조원 이상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6월에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로 1100억원, 4월에는 현대상선의 KB금융 지분 교환사채 발행으로 1300억원을 마련하는 등 지속적으로 자금확보 방안을 실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 10월 현대상선 유상증자를 통해 1560억원을 확보하고 9월에는 정부 회사채 신속인수제 참여로 2800억원, 8월은 컨테이너 운임채권 유동화에 따라 1억4000만 달러가 유입됐다. 또 7월은 현대건설 이행보증금 반환으로 2388억원, 7월은 현대상선 부산신항만 크레인 매각에 1750억원 등 자금확보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더구나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내년에도 정부의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통한 지원(규모는 미확정)을 감안할 때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금융기관이 받아줘야 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영구채 발행 등 다양한 자본 확충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현재의 부채비율도 상당부분 내려갈 것이라는 게 그룹 안팎의 전망이다. 실제 현대그룹의 부채 중 90%(금융사 제외시)는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의 부채이다. 이중 절반은 선박 등 미래성장을 위한 자산 확보 차원에서 발생한 것이다.
해운·항공 업종의 경우 선박·비행기 등 자산 확보를 위한 금융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들 부채는 단기적으로 상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선박 운영을 통해 장기간에 걸쳐 상환하는 매우 안전한 부채다. 때문에 타 업종과 똑같은 부채비율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또한 큰 폭의 실적개선은 해운시황이 좋지않아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그래도 차츰 좋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 2분기에 당기순이익 317억원 달성해 2011년 1분기부터 지속된 적자를 2년6개월 만에 끊고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3분기 역시 흑자가 지속될 것으로 그룹은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해운시황이 내년에는 좋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실적개선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벌크운임지수인 BDI는 올해 초 698포인트에서 10월 초 2125포인트로 2년 만에 2000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올해 갚아야 할 단기 시장성 차입금은 없다"면서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 역시 보유 현금으로 충분히 상환 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