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QE)가 보다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9월 고용지표 부진을 계기로 더욱 힘을 얻은 가운데 투기적인 거래가 글로벌 금융시장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지난 5월 벤 버냉키 의장이 이른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언급한 이후 유동성 급물살을 이뤘던 아시아 정크본드 시장에 자금 유입이 재개되고 있다.
터키 리라화의 캐리 트레이드를 이용해 고수익률을 올리는 등 이머징마켓 통화에도 ‘핫머니’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출처:신화/뉴시스) |
22일(현지시간) 시장조사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최근 4주 사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달러화 및 유로화, 엔화 표시 정크본드 발행액이 21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 6~8월 발행 총액인 6억달러에 비해 세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인컴 파트너스 애셋 매니지먼트의 욥 캠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9월 초 이후 글로벌 채권시장에 ‘리스크-온’ 움직임이 두드러진다”며 “중국을 중심으로 이머징마켓의 정크본드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크본드의 ‘사자’가 지난달 연준이 예상밖으로 자산 매입 축소를 연기한 이후 급증하기 시작했고, 미국 연방정부 폐쇄와 디폴트 위기로 지속적인 유동성 공급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자금 유입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9월 고용 지표 부진이 시장의 테이퍼링 예측 시기를 더욱 늦춘 만큼 위험자산을 중심으로 한 유동성 잔치가 더욱 활기를 보일 전망이다.
투자자금 유입이 재개되자 새로운 형태의 고위험 증권이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 알루미늄 업체인 찰코는 만기가 정해지지 않은 영구채 발행에 나섰다. 찰코는 3억5000만달러 규모의 영구채를 6.625%의 금리에 발행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고위험 투자에 경고음을 내고 있다. 아시아증권업금융시장협회의 비제이 챈더 이사는 “영구채를 포함한 고위험 채권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이들이 금리상승에 따라 중기적으로 커다란 손실을 입을 것”이라며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당장 고수익률을 올리는 데만 혈안”이라고 지적했다.
유로존에서는 이머징마켓의 통화를 이용한 수익률 사냥이 활발하다. 연준의 제로금리가 장기화될 것으로 판단한 투기거래자들이 달러화 자금을 조달한 뒤 이머징마켓 통화 표시 채권에 투자하는 움직임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투기거래자들이 터키 리라화 표시 채권으로 쏠쏠한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리라회 표시 2년물 국채 수익률은 7.85%에 거래됐다.
이밖에 중동과 아프리카의 현지 통화 표시 채권 역시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코메르츠방크의 란 구엔 외환 전략가는 “연준이 내년에도 QE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며, 이 때문에 위험자산이 강한 상승 탄력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터키의 리라화를 포함해 지난 5월 이후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에 직격탄을 맞은 통화가 강세를 연출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