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 미 국채 '함정'에 빠졌다"
[뉴스핌=우동환 기자] 미국 정치권의 무책임한 행보가 이어진다면 미 국채의 위상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국 의회의 막판 합의로 당장 디폴트 위험에서는 벗어났지만 단지 시한을 연장했다는 점에서 채무 이행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16일 자 파이낸셜 타임스는 부채한도 증액 및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정치권의 무책임한 태도가 미국채의 권위를 약화시키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국채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일종의 '수퍼 파위'의 지위를 누렸지만 이런 위상은 책임감이 뒷받침돼야 유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단 미국 의회는 디폴트라는 파국을 일시 연기하는데 합의했다. 미국 정치권은 부채한도를 오는 2월 7일까지 한시적으로 연장하는 한편 1월 15일까지 정부의 차입 기능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 등 미국의 주요 채권국이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지난 2011년 이후 디폴트 위기를 둘러싼 미국 정치권의 파행을 이미 세 번이나 경험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외국계 투자자들이 미 국채 투자에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게 될 한계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토론토도미니언 시큐리티스의 에릭 그린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정계가 마비 상태에 빠지는 것을 충분히 봤다"면서 "미 국채의 위상 추락은 일시에 일어나지 않겠지만 이미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채권단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면서 "미국은 채무 관리 능력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으면서 지위를 남용했다"고 비판했다.
소드피쉬 리서치의 게리 젠킨스 창업주는 "만약 부채한도 증액과 관련해 장기적인 해결법이 나오지 않는다면 중국 정부나 다른 국가들이 미국채에 대한 투자 의존도가 지나치다고 결론 내려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점진적으로 미 국채에 대한 투자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총 12조 달러 상당의 미국채 발행 잔고 가운데 외국 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5조 5900억 달러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이 총 1조 28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채를 보유해 최대 채권국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일본 역시 1조 1400억 달러 상당의 미 국채를 가지고 있어 그 뒤를 잇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중국은 총 1170억 달러, 일본은 150억 달러 상당의 미 국채를 각각 추가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연준의 국채매입 프로그램의 종료 시점에 맞춰 외국 펀드의 미국채 시장 이탈이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런 우려가 당장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중국과 일본이 이미 미 국채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시장의 충격과 대규모의 손실 없이 미국채를 매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이체방크의 도미닉 콘스탐 채권 전략가는 "미 국채를 보유한 외국 투자자들은 함정에 빠진 것"이라면서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