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오바마 부재 틈타 역내 위상 '공고히'
APEC 정상회의 단체사진.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뒷줄 구석에 서 있다. [출처:AP/뉴시스] |
2주째 계속되는 셧다운 사태에 오바마 대통령은 8일과 9일 열렸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10일 개최된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모두 불참했다.
두 회의는 오바마 행정부의 역내 핵심 정책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은 물론 동해와 남중국해 등에서의 영유권 분쟁 등 역내 민감 사안들이 논의되는 좋은 기회로, 미국의 적극적 역할이 기대되던 자리였다.
12일 자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오바마 대통령의 불참으로 TPP 등 관련 논의의 추진 동력이 꺼지면서 각국 정상들의 불만이 고조됐으며, 오바마의 부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역내 위상을 오히려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한 아시아 고위 관계자는 오바마가 두 정상회의에 잇따라 불참한 것은 “완전히 미친” 선택이라며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고 잡지는 소개했다.
또 미국의 셧다운 사태가 해결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 이 같은 비난 역시 누그러지겠지만, 오바마의 이번 불참은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위상 약화와 중국의 부상이라는 장편 드라마의 한 에피소드라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고 평가했다.
시진핑 주석은 두 행사에 모두 모습을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자카르타에서는 ‘아시아 인프라 은행’ 설립을 제안하는 적극성을 보이기도 했다.
‘아시아 인프라 은행’에 대한 세부사항은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시 주석의 이번 제안은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라잣 나그 부총재가 “상당히 실질적인 요구”라며 강조했던 8조 달러 인프라 투자 필요성에 대한 중국의 화답이기도 한 셈이다.
이날 블룸버그 역시 이번 주 아시아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찍힌 사진들을 보면 버락오바마의 부재가 줄어든 미국의 입지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정상들의 APEC 회의 단체 촬영에서 시진핑 주석과 블리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주최국인 인도네시아 대통령 옆에 나란히 선 반면 오바마 대신 참석한 존 캐리 미 국무장관은 뒷줄 가장자리에 배치됐던 것.
한 미국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대통령 옆자리에 설 예정이었지만 오바마의 부재로 미국의 입지가 강등됐다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