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사고 개연성, 유가족이 입증해야
[뉴스핌=김선엽 기자] # 2010년 5월 어느 날, 저녁 늦게 사우나에 입실한 A씨는 74도의 뜨거운 불가마실에서 찜질을 하다 다음 날 새벽 사체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A씨는 입에 거품을 물고 불가마 입구에 쓰러져 있었고 팔과 다리가 열기로 까졌으며 특별한 외상은 발견할 수 없었다.
시체를 검안한 병원에선 '직접 사인은 미상, 사망의 종류는 기타 및 불상'이라고 판단했고 부검은 실시되지 않았다.
# 지난해 6월 B씨는 한 대학교 후문 도로에서 택시에 승차하는 모습이 목격된 후 행방불명됐다. 10일이 지난 후 그는 같은 지역 인근 해상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시체를 검안한 병원은 '사망 원인은 미상, 사망의 종류는 기타 및 불상'이라고 기록했다. 또한 '물을 먹지 않은 상태(익사가 아닌 것으로 추정됨)'라고 기재했다. 역시 부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두 사례지만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판단은 서로 달랐다. A씨에 대해서는 상해사망 보험금 지급이 결정됐지만 B씨에 대해서는 보험금 신청이 기각됐다.
이처럼 유사한 사고에도 다른 결론이 나온 것은 사망에 이르는데 있어 인과관계가 얼마나 명확한가에 의해 차이가 발생했다. 즉 상해여부에 대한 입증의 정도가 두 사례에서 달랐다는 점이다.
A씨의 경우, 통상 일반인이 불가마에서 장시간을 견디기 어려운 만큼, 그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사망했다면 불가마의 열기에 의한 사고로 볼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B씨의 경우 익사로 추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 다른 원인에 의한 사망, 예컨대 심장발작 등 질병에 의한 사망 후 물에 빠졌을 수도 있다고 분재조정위는 판단했다.
또한 B씨에 대해 검안의가 '익사가 아닌 것'으로 추정한 만큼 익사사고라는 것을 유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상해사망에 대한 입증책임은 보험금 신청자에게 있다"며 "부검을 꼭 안 하더라도 상해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B씨의 경우 무엇에 의해 사망했는가에 대해 아무 것도 입증된 것이 없어서 상해 개연성을 증명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사고의 개연성이 반드시 의학적 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돼야 하는 것은 아니고 사회적 법적 인과관계가 존재하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B씨처럼 익사로 추정되는 상해사고를 당한 경우, 유가족이 보험금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부검 등을 통해 익사에 의한 사망임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금융소비자연맹 박은주 실장은 "보험금 액수가 크고 시시비비를 가릴 계획이라면 부검을 하는 것이 찜찜함을 해소시킬 수 있다"며 "특히 검안의의 판단이 신청인에게 불리하다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