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책 한 발 물러서야" 對 "지속적 부양"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5일부터 러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의 향방을 놓고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선진국이 전례 없는 부양책에서 한 발 물러서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데 반해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은 지속적인 부양을 주장했다.
(출처=AP/뉴시스)
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양적완화(QE) 축소 여부를 놓고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포함한 선진국 정책자들과 중국 및 러시아를 주축으로 한 신흥국 정상들이 대립각을 세웠다.
메르켈 총리는 선진국 중앙은행이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에서 한 발 물러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격적인 유동성 공급을 단계적으로 축소해야 할 때라는 얘기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중국의 주 광야오 중국 재정부 부부장은 이에 대해 반기를 들고 나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QE 축소 움직임에 글로벌 유동성이 이머징마켓에서 썰물을 이룬 데서 보듯 선진국 중앙은행의 정책 기조 변경이 글로벌 경제에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급부상했다는 주장이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몇 달 사이 선진국 중앙은행이 비전통적인 통화 및 경제 정책을 종료할 움직임을 보인 데 따라 새로운 리스크가 돌발했다”며 “미국 이외 다른 국가 경제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통화 가치가 폭락한 인도네시아의 차티브 바스리 재무장관 역시 “대부분의 이머징마켓이 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계획으로 인해 자금 유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국가간에 충분한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초 이후 인도 루피화는 달러화에 대해 17.4% 하락해 24개 주요 이머징마켓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남아공의 랜드화 역시 17.2% 급락했다.
중국의 주 부부장은 “미국의 정책과 맞물린 리스크를 주시하고 있다”며 “다만, 대규모 자본 유출이 발생한 신흥국의 경우 내부적인 펀더멘털 문제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회의에서 상당 기간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과 함께 필요한 경우 부양적 정책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MSCI 이머징마켓 지수가 연초 이후 11% 하락해 MSCI 글로벌 지수가 12% 상승한 데 반해 커다란 온도차를 나타냈다.
이머징마켓은 특히 미국 연준이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할 움직임을 보인 지난 5월 이후 뚜렷한 하락 추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일부 외신이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가 외환시장 변동성을 진정시키는 한편 통화 가치 급락에 제동을 걸기 위해 동조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 가운데 러시아 정부 관계자는 이 같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투자자들은 오는 17~18일 열리는 회의에서 연준이 자산 매입 축소에 나설 가능성에 커다란 무게를 두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