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의 가치 추구" 강조.."독자를 지루하게 하지 말라"
베조스 CEO는 지난 3~4일(현지시간) 이틀간 WP 편집국을 찾았고 WP 인수에 대해 입을 열었다. WP를 비롯한 외신들을 통해 전해진 그의 방문은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저널리즘의 본질적 가치를 존중하고 그 미래를 밝게 보고 있으며, 그것만으로도 저널리스트들과의 '불화'는 없었다는 점에서다.
베조스 CEO가 WP를 방문하자마자 만난 사람은 밥 우드워드.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탐사보도의 전설이 된 우드워드는 현재 WP의 편집부국장을 맡고 있다.
둘은 아침을 같이 했고 우드워드 부국장은 이 내용을 곧바로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이메일에는 "베조스는 WP 인수를 결정하게 된 논리적이며 신중한 과정들에 대한 의견을 설명해 주었다"고 했다. 또 "나는 그가 얼마나 폭넓고 체계적인 의견을 갖고 있는 지에 감명을 받았다"면서 "WP의 미래에 대해 매우 강하고 낙관적인 견해를 말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편집국을 돌아보고 있는 제프 베조스.(출처=워싱턴포스트) |
그는 "아마존에서의 18년 동안 세 가지 중요한 것을 얻었다"며 "그건 고객을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는 점, 새로운 것을 발명하고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여기서 '고객'을 '독자'로 대체한다면 WP도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보존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뉴스에 계속해서 투자할 것이며 WP가 자신이 콘텐츠에 대해 갖고 있는 근본적인 철학을 고수해 왔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것은 이렇게 정리된다. 광고주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독자들을 위한 기사를 써야 하며 어느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독자들을)지루하게 만들지 말라(Don’t be boring)"는 것이다.
WP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인 것이지 당장의 재무적 이득을 취하고자 한 것이 아님도 역설했다.
워싱턴포스트를 방문한 제프 베조스.(출처=워싱턴포스트) |
물론 저널리즘의 가치를 보존하겠다는 것이 아마존이란 사업과 WP 사업의 교차점을 찾지 않겠다는 건 아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WP를 구독하는 것은 아마존에서 기저귀를 사는 것만큼 쉬워져야만 한다"고 했다.
선임 편집자들과의 점심식사 자리에선 WP의 최근 기사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고, 오후에는 1시간20분 정도를 할애해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기자들은 즉석에서 그 내용을 트위터 등에 게재하기도 했다. 미디어 담당기자 에릭 웸플의 트위터에는 이런 발언이 포스팅됐다. "나(베조스)는 언제나 세상에서 가장 강한 신념을 갖고 있어야 강력한 불일치를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I've always felt that the most powerful minds in the world can hold powerful inconsistencies)".
베조스는 신문 시장에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신문에 있어선 새로운, 독자 중심의 황금기(reader-centric golden era)가 열렸다"면서 "그리고 그 시기로 가는 중간에 한두 가지 도전적인 상황에 직면했다"고 했다.
제프 베조스(왼쪽)와 캐서린 웨이모스 워싱턴포스트 발행인.(출처=월스트리트저널) |
베조스와 만난 WP의 기자들, 대개의 기자가 그렇듯 완고하며 고집센 이들은 그에게 반했다고 한다. 베조스와 점심 식사를 같이 한 탐사보도 편집자인 제프리 린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탐사보도를 크게 지지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내 마음을 녹였다"라면서 "그는 이미 우리의 사업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었으며 그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베조스는 아마존의 CEO직을 계속 할 것이며 아마존이 있는 워싱턴주 시애틀에 머물 계획이다. WP인수는 다음 달 마무리된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