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5년이 지나는 사이 이머징마켓의 시장 대처가 판이하게 달라져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당시 폭락하는 통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신흥국은 일제히 달러화를 매도하는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5년이 지난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이른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움직임에 글로벌 유동성이 썰물을 이루면서 이들 통화가 폭락하고 있지만 신흥국은 외환보유액을 소진하는 전략을 취하지 않고 있다.
4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중국과 페그제를 실시하는 국가를 제외하고 주요 12개 신흥국의 외한보유액이 2조9000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리먼 파산 이전에 비해 4배 급증한 수치다. 이 때문에 인도 루피화를 포함한 이머징마켓 통화가 급락하자 천문학적인 규모의 외환보유액이 통화 가치 방어를 위한 실탄으로 풀려나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일대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번졌다.
실제로 2008년 9월부터 불과 3개월 사이 이들 국가의 외환보유액은 외환시장 개입으로 인해 11% 급감했다.
당시 글로벌 금융시장이 극심한 신용경색에 빠지면서 브라질 헤알화가 29% 폭락했고, 인도 루피화가 12% 내리꽂혔다.
연준의 테이퍼링 우려에 따른 통화 급락에 신흥국 정부가 과거와 같은 대응에 나설 경우 단기간에 3000억달러를 웃도는 자금이 쏟아질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되풀이되는 문제에 상이한 행보를 취하고 있다. 적어도 최근까지는 외환보유액을 방출하는 것이 아니라 금리 인상과 수입 규제 등 간접적인 조치를 취하는 모습이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에 반색하고 있다. 직접적인 시장 개입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않을 뿐 아니라 펀더멘털을 유지한 채 외환시장이 균형을 찾도록 하는 대응이 시장의 자율에 맡긴다는 측면에서 진보적이라는 평가다.
일부 신흥국의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은 채 외환시장 변동성을 진정시키는 새로운 전략을 개발하기도 했다.
터키와 인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터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동결한 채 리라화를 방어하는 전략을 선보일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인도는 이미 외환 관련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급격한 유동성 이탈을 차단하는 데 일정 부분 효과를 거뒀다.
CME 그룹의 블루포드 푸트남 이코노미스트는 “외환시장 개입을 하더라도 통화 가치가 단기적으로 소폭 반등할 뿐 영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개입이 전염되면서 금융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밀레니엄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클레어 디소 매니징 디렉터는 “펀더멘털에 흠집이 생기면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자산을 매각해 통화 가치 하락에 손을 쓸 수 없게 된다"며 ”최근 이머징마켓의 전략은 상당히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