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잔액에 연체이율 적용방식' 개선 시급
[뉴스핌=김연순 기자] 전·월세난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6월과 7월 전셋값이 0.29%, 0.42% 오른 데 이어 8월에도 상승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세대출을 받아도 정작 집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동시에 집을 소유하고는 있지만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하우스푸어'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파트나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지만, 이자를 한달 이상 연체할 경우 연체 가산금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생계를 위협하는 수준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빚 권하는 사회'에서 소비자들이 금융권의 연체 이자 폭탄에 신음하며 갈 곳을 잃고 있다.
◆ 금융당국, '기한이익 상실' 적용기간 개선 검토
# 경기 일산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지난 2011년 경 주택담보대출로 3억7000만원을 3년 만기 일시상환방식으로 대출받았다. 매월 이자를 200만원 씩 꾸준히 상환하던 중 경제적 사정 악화로 2012년 11월 8일~2013년 6월 6일까지 이자를 연체하게 됐다. 이후 주택이 법원의 경매로 넘어간 후에 경매통지서에 청구된 금액은 지연된 이자 1200만원에 별도의 연체이자 2000만원 등 총 3200만원이 청구됐다.
올해 7월 한국소비자원은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이자 산정 방식과 관련해 "소비자에게 지나친 부담을 부과한다"며 금융당국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소비자원은 ▲ 현재 3일 전까지 통지하도록 돼 있는 '기한의 이익 상실 예고기간' 확대 ▲ 채권확보 수단이 명확하고 장기간 상환이 이뤄지는 점을 고려해 기한의 이익 상실 적용기간과 연체이자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을 건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국내은행이 연체일로부터 단지 1개월 경과만으로 '기한의 이익 상실' 규정이 적용되는 것과 관련해 문제제기를 한 상태다.
기한의 이익 상실이란 은행약관상 채무자가 1개월간 이자 지급을 지체한 때 그리고 분할상환금 또는 분할상환원리금의 지급을 2회 이상 연속해 지체할 경우 금융기관이 채무자에게 빌려준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기한의 이익 상실 적용기간과 관련해 제도개선 여부 등을 포함해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는 "소비자원과 공정위에서 대출원금에 연체이자를 물리는 기한 이익 상실 적용기간이 너무 짧아 연장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냈다"면서 "1개월이 짧기 때문에 외국 사례를 보면서 개선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 연체이자율·'대출잔액 연체이율 적용' 과도
하지만 기한의 이익 상실 적용기간 연장 뿐 아니라 금융권의 과도한 연체 이자 수준, 대출잔액에 연체이율을 적용하는 방식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한 이익 상실 후 대출잔액에 붙는 연체이자가 그야말로 살인적이기 때문이다.
<자료: 한국소비자원, '10년 만기일시상환' 약정이자율 4.63%, 연체이자율 12.63%(3개월 미만)~13.63%(3개월 이상) 조건으로 1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경우를 가정> |
한국소비자원 분석에 따르면 '10년 만기일시상환' 조건으로 1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후 약정이자(약정이자율 4.63%, 연체이자율 12.63~13.63%) 39만3232원을 정상 납부하다가 연체한 경우 연체일로부터 1개월 연체 시 납부해야 할 금액은 '연체된 금액'과 연체이자를 더한 79만546원 수준이다.
하지만 연체일로부터 1개월 경과 후부터는 기한의 이익 상실 조항 적용으로 대출잔액(1억원)에 연체이율이 적용돼 연체 2개월째에는 177만2242원, 3개월째 284만4927원, 6개월째 624만351원으로 급증했다.
대출잔액에 연체이율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연체 3개월 159만7284원, 연체 6개월 284만3351원에 비해 두 배 또는 그 이상으로 연체금액이 급증하게 되는 셈이다. 현재 모든 은행들이 기한 이익 상실시 대출원금에 연체이자를 물고 있고, 연체 가산금리 구조도 엇비슷해 연체기간에 따라서 13%대까지 연체이자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일본, 호주 등 외국 주요은행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대출잔액'에 연체이율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제도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 대출잔액에 연체이율을 적용하는 방식이 수많은 하우스푸어를 길거리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황진자 한국소비자원 약관광고팀장은 "일본, 호주 등 외국 은행은 연체일로부터 단지 1개월 경과했다는 이유로 '대출 잔액'에 연체이율을 적용해 과도한 연체이자를 부과하는 사례는 찾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황 팀장은 이어 "신용대출의 경우 금액이 커야 1000만~3000만원 수준인데 반해 주택담보대출의 경우에는 3억~4억원에 이르는데 1~2개월 연체를 하게 되면 이자산식이 확 바뀐다"면서 "이런 구조에서 연체이자를 물면 집을 그냥 뺏기게 된다"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