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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스 대세論'… 한국·신흥시장 '조력자'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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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경험多, 성장책 이해↑…지지율 꾸준히 상승

[뉴스핌=주명호 기자] 불과 한 달 만에 무게중심이 뒤바뀌었다. 자넷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의 승계가 점쳐졌던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자리는 어느새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의 유력설이 대신하고 있다.

서머스가 유력 후보로 부상한 후 그에 대한 선호를 은근히 밝혀온 오바마 행정부 뿐만 아니라 서머스에 혐오감을 드러냈던 시장도 서머스의 선출 가능성을 점점 높게 보는 분위기다. 최근 CNBC방송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머스를 지명할 것이라는 소식을 측근을 통해 전한 데 이어 도박사들도 옐런보다 서머스의 선임에 베팅을 늘렸다. 

서머스에 대한 언급이 늘어남에 따라 시장의 불안감도 점점 커져만 가는 추세다. 그가 몰고 올 정책 불확실성 때문이다. 

벤 버냉키 의장의 충실한 파트너로서 정책 행보가 어느정도 예측 가능한 옐런에 비해 서머스는 어떤 정책을 펼쳐나갈 지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더욱이 연준이 국채매입 축소를 기정사실화한 현재 서머스가 의장 자리에 오를 경우 그 회수 속도가 빨라져 신흥국에 더 큰 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 동남아 등 신흥국 시장은 국채매입 축소 우려에 몇 번이나 불안한 모습을 보여온 상황이다. 

하지만 '양적완화 축소'를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은 사실 서머스의 문제가 아니라 버냉키, 그리고 그 후임으로 지목되는 옐런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주말 잭슨홀 심포지엄을 통해 양적완화 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이란 평가가 다시금 확인된 마당에, 버냉키가 이끈 위기 대응팀은 이제 내외부로부터 변화요구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빈부격차와 자산가격 거품 문제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다. 이는 버냉키 사단 외부의 좀 더 다른 시각을 가진 인물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면서 서머스가 더 제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서머스 부상 의외?…오바마, 이미 속내 드러내

서머스 유력설의 시작은 지난 7월 2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워싱턴포스트(WP)의 에즈라 클라인 칼럼니스트는 기고를 통해 서머스의 차기 의장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펼쳤다. 서머스가 오바마 행정부와 친밀한 관계일 뿐더러 그의 위기대응 능력에 대해서도 행정부가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옐런의 차기 의장 대세론은 '옐런 대 서머스'의 2강 대립 구도로 틀이 옮겨졌다.  

PBS방송에서 찰리 로즈와 인터뷰 중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하지만 클라인의 주장 이전에 이미 오바마 대통령은 버냉키가 아닌 새로운 인물을 의장으로 원한다는 신호를 보낸 바 있다. 지난 6월 PBS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는 "(버냉키 의장은) 기대보다 더 오랫동안 의장직에 머물렀다"며 버냉키의 연임 가능성을 일축했다. 통화정책에 집중해온 버냉키보다 좀 더 오바마의 정책 기조에 맞는 다른 인물을 내세우고 싶다는 속내다. 이점에서 버냉키와 손발을 맞춰온 옐런은 원하는 후보상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서머스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처음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초반에는 옐런에 비해 '매파'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점이 부각됐지만 차츰 서머스도 기본적으로 '비둘기'에 가깝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서머스가 된다고 해서 현 통화정책이 급격한 변화를 겪거나 긴축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템플턴의 마크 모비우스 회장은 "서머스가 통화정책을 통한 부양책을 선호하지 않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가 긴축쪽으로 나갈 것이라는 예상은 오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옐런 일변도였던 지지도도 서머스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설문조사에서 옐런은 지지율은 7월 83%에서 8월 68%(46명 중 27명 지지)로 하락했다. 반면 영국 베팅업체 패디파워(Paddy Power)는 서머스의 지지율이 20%에서 60%로 수직상승 했다고 전했다. 


◆ '버냉키 정책 경로 탈피'  필요할 때

지난 19일 블룸버그통신이 "대통령은 경기회복세를 가로막는 새로운 거품이라는 위험에 주목"하고 있다는 기사를 쓰면서 서머스 대세론의 배경이 분명해졌다. 

브리핑닷컴(Briefing.com)은 버냉키는 양적완화 정책 등의 부산물로 '부의 효과', 즉 주식가격과 주택가격 상승과 같은 자산시장의 강세를 바탕으로 가계와 기업의 소비를 늘어나게 하고 통화유동 속도 증대 효과를 기대해왔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연구자들은 제2차 양적완화가 GDP와 물가에 미친 영향은 각각 0.13%포인트와 0.03%포인트에 불과했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내놓았다. 

또 미국 가계 중에서 주식을 보유한 비중이 47% 정도이며 그 중에서도 주식 보유액이 1만 달러를 넘는 경우는 31%에 불과하다는 점, 또 미국 가계 중 자기주택을 보유한 비율도 65%에 그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 '부의 효과'는 제한적이면서 또한 부자에게 유리한 편향을 낳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결국 버냉키 정책을 이어받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옐런은 오히려 경제와 물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새로운 금융자산 거품을 유발하고 빈부격차만 확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에, 오바마는 버냉키의 유산 혹은 편향을 벗어나려고 한다는 것이다. 

올해  잭슨홀 심포지움에 버냉키 의장은 참석하지 않았는데, 여기서도 버냉키 정책의 한계가 지적됐다. 국채매입은 효과가 제한적이란 분석과 함께, '테이퍼링'은 신흥국의 동요와 무관하게 가급적 빠를 수록, 좀 더 분명한 조건을 약속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앞서 버냉키는 이 심포지움이 12개 연방준비은행의 행사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면서 그 의미를 '폄하'했다. 앞으로 그의 유산에 대한 평가가 쟁점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출처: 팩트셋,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브리핑닷컴에서 재인용

서머스에 대한 국내 평가는 썩 좋지 않은 것 같다. '예측 가능'한 옐런에 비해 시장 불확실성을 야기할 위험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양적완화책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바 있는 서머스의 성향을 고려하면 모두가 걱정하는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섞인 분석도 나온다.


◆ 서머스, 한국 및 신흥국에 '독'될까… 위기 대응능력 '주목'

하지만 서머스가 의장 자리에 오른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정책 흐름이 급격한 변화를 나타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터슨 경제학연구소(PIIE)의 에드윈 트루먼 수석연구원은 "이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향후 몇 년간 정책 방향성을 설정한 상태"라며 서머스나 옐런 중 누가 되든 통화정책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
서머스가 세간의 평보다는 훨씬 더 성장정책(비둘기파)에 공감하고 있는 인물이란 점도 '서머스 불안감'을 누그러뜨리고 있다. JP모간의 분석가들은 과거 서머스가 통화정책을 옹호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며 그를 매파적 성향으로 보긴 힘들다고 분석했다. 옐런과 비교 대상이 되다보니 상대적으로 매파 인물로 보였을 뿐이며 옐런이 오히려 '너무 충실한 비둘기'라는 지적도 있다.

국채매입 축소가 시작될 경우 신흥국 등이 받게 될 파장과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점에서는 과거 클린턴 정부 시절 재무부에서 여러 세계금융위기를 경험했던 서머스가 더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데니스 록하트 애틀란타 연은 총재 등은 "신흥국 상황보다는 미국의 이해 관계가 더 우선"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채매입 축소로 신흥국 시장이 요동치게 되더라도 책임질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발언은 매입 축소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신흥국 위기 상황시 분명한 선을 긋겠다는 의도도 포함된다.

연준이 이런 신호를 보인 만큼 옐런보다 위기 경험이 풍부하고 대응력도 높다고 평가 받는 서머스가 신흥국에 좀 더 유리한 행보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경우 국채매입 축소가 진행돼도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금융시장에 전달되는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신흥국 리스크 여파가 되도록 축소되는 쪽이 우리 입장에서는 좀 더 바람직한 방향일 수밖에 없다. 브래드포드 드롱 버클리대 경제학교수도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를 통해 "불안정한 세계 경제상황에서는 옐런보다 서머스가 더 적합"하다는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 이례적인 차기 의장 논란, '독립성 훼손' 비판…언론도 '일조' 

서머스 대세론과는 별개로 연준 차기 의장을 놓고 이례적인 공방과 논쟁이 벌어지면서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차기 의장의 자질 및 기준에서부터 정치권의 선호 논쟁까지 불거지면서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총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연준 의장 문제를 이례적으로 정치적 쟁점화시켰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혔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핌코 회장도 후보 논쟁이 점점 소모적인 공격으로 변질됐다며 후보 지명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번 논쟁 가열에는 언론들도 비난의 화살을 비하긴 어려운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일간지와 로이터, 블룸버그통신사 등 언론들은 꾸준히 서머스와 옐런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며 논쟁을 부채질했다. 

WP는 사설을 통해 두 후보에 대한 논박이 꼴사나울 지경이며 연준의 최대 자산인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뒤늦게 평했으나 이후 "스탠리 피셔 이스라엘 총재가 적임자"라는 기사를 내보내는 등 역설적인 모습을 보였다. 최근 언론매체에서는 유력 후보들 대신에 아예 새로운 인물이 낫다는 주장까지 나오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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