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2차전지 업계가 전기차 시장을 둘러싸고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테슬라모터스의 본격적인 흥행으로 인해 그동안 침체됐던 전기차 시작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한 탓이다.
때문에 국내 2차전지 업계도 이 전기차 경쟁 대열에서 어떤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어떤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느냐를 두고 고민이 한창이다. 협력관계를 맞은 전기차가 성공하느냐에 따라 2차전지의 납품 물량과 수익성 확보, 나아가 2차전지 시장의 패권을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21일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전기차는 테슬라모터스의 ‘모델S’와 BMW의 ‘i3’다. ‘모델S’에는 파나소닉이 2차전지를 공급 중이고 ‘i3’에는 삼성SDI가 2차전지를 공급하고 있다.
이들에 한발 앞서 출시된 GM의 전기차 ‘볼트’에는 LG화학에서 2차 전지를 공급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의 수요가 아직은 태동 단계지만 조만간 크게 확대되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 가능성을 보여준 모델이 바로 ‘모델S’다. 테슬라모터스는 기존 전기차의 기술적 한계로 지적되던 요인을 극복한 사례로 꼽힌다.
일단 주행거리의 한계를 2차전지의 2배 증량을 통해 해결했다. 오히려 이 과정에 배터리를 차체 바닥으로 배치해 무게중심을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낮췄고 전기모터의 응답속도와 상시 최대토크를 활용해 거의 슈퍼카 급의 성능을 확보했다. 가격은 약 6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 선으로 올해 들어서 1만893대가 팔려나갔다.
이에 맞서 BMW 최근 경차 ‘i3’를 공개하고 나섰다.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공차 중량을 1.2톤에 불과하게 만드는 등 BMW의 기술을 집적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번 충전으로 120km을 달릴 수 있다. 가격은 약 5000만원선.
다만 가장 먼저 판매되기 시작한 ‘볼트’는 전기차 시장의 경쟁에서 한걸음 물러나 있는 형태다. 테슬라모터스나 BMW에 비해 성능이나 경쟁력에서 한 수 뒷쳐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 실제 ‘볼트’의 지난해 판매량은 2만3000대로 올해 ‘모델S’에 판매량을 추월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의 강자였던 BMW와 신생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모터스의 경쟁이 향후 전기차 시장에 방향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성공한 전기차 브랜드에 2차 전지를 납품하게 된다면 자연히 공급 물량과 생산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고 2차전지 업계에도 고스란히 수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2차전지 제품 특성상 자동차업계와의 전략적 제휴는 장기간 독점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런 경쟁구도는 국내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이미 판매중인 기아차의 전기차 ‘레이EV’에는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가 들어가고 오는 10월 출시 예정인 르노삼성‘SM3 Z.E’에는 LG화학의 2차전지가 탑재될 예정이다. 한국GM의 전기차 ‘스파크EV’도 하반기 중 출시된다. 여기에는 미국의 2차전지 업계 A123이 제품을 공급하지만 GM에서는 향후 국내 2차전지 업체로 공급사를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전기차의 성패에 따라 2차전지 기술의 표준화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2차전지 업체들은 국제표준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이 한창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AESC는 파우치 타입의 2차전지를, 삼성SDI와 파나소닉, 도시바 등은 각형 타입의 2차전지를 생산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전기차 시장은 기존 자동차 판매량의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향후 다양한 정부 보조금 등으로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면 본격적인 시대가 개막하게 될 것”이라며 “이미 주요 2차전지 업체들은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와 제휴를 맺고 시장을 공략 중”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