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헤지펀드가 기업 회사채에 투자한 후 해당 기업의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움직임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최근 새롭게 트렌드를 형성하는 자금 조달 구조는 헤지펀드가 유동성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기업을 겨냥한 것이다.
20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헤지펀드가 회사채를 매입한 후 해당 기업으로부터 주식을 대규모로 빌려 공매도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현금흐름이 취약한 만큼 회사채 투자 후 경영이 악화되는 경우 발생 가능한 손실을 주가 하락 베팅으로 상쇄하겠다는 계산이다.
통상 주가가 상승할 때 공매도 세력이 손실을 보게 되지만 이 경우에는 헤지펀드의 손실 위험이 차단된다.
매입하는 회사채가 전환사채 형태로 발행, 주가가 오를 때 회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주가 상승에 따른 반사이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 악화를 벗어나기 위해 당장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 같은 조건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얘기다.
하지만 투자가들은 이 같은 구조의 투자가 오히려 회사채 발행 기업에 더욱 커다란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헤지펀드가 공격적으로 공매도에 나서면 더욱 가파른 주가 하락을 초래할 수 있고, 이는 보다 커다란 유동성 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회사채 발행 기업의 공매도를 위한 주식 대차가 적법한 것인지 여부를 가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 상태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공매도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졌지만 헤지펀드의 거래를 차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 리먼 브러더스 전환사채 트레이더인 로렌스 맥도날드는 “이 같은 거래 구조는 일부 기업들에게 마지막 보루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헤지펀드의 대표적인 전략인 ‘전환 아비트라지’의 일환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얘기다.
엑스트랙트 리서치의 마이크 녹스 대표는 “헤지펀드가 주가 공매도 거래를 하지 않을 경우 리스크 헤지에 대한 비용이 크게 높아진다”며 “공매도 거래를 병행할 때 주가 손실로 차익을 보는 한편 주가 상승시에 손실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