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농협은행 '요주의' Vs. 우리·신한은행 '고정'
[뉴스핌=김연순 기자] STX조선해양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하면서 경영정상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이 기존 방침을 번복, STX조선에 대한 충당금 적립기준을 채권단 자율에 맡기기로 하면서 채권은행들의 여신건전성 분류 기준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금감원은 지난달 30일 채권은행 부행장들을 소집해 손실률이 20%를 넘지 않을 경우 관련 여신을 부실채권(고정이하)으로 분류하지 않아도 좋다는 방침을 각 은행들에게 전달했다.
애초 금감원은 지난달달 중순 채권은행들에 STX조선 관련 여신을 '고정이하'로 분류하라고 지도했지만, 일부 은행이 반발하고 STX의 경영정상화가 암초에 부딪히자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금감원이 기존 방침에서 방향을 선회하자 채권은행별 기준에 따라 건전성 분류와 충당금 적립금액에 변화가 생기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1일 금융권과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NH농협은행은 당국의 방침 이후 STX조선 여신에 대한 건전성을 '요주의'로 분류하기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반면 나머지 채권은행들은 여신 건전성을 '고정'으로 분류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2분기에 STX조선 관련 각각 640억원, 26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충당금 적립비율로 따지면 각각 20~25% 수준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별로 STX조선 여신에 대한 손실율이 차이가 난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은행별 차이를 합당하게 손실로 산정하면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통상 은행들은 회계상 손상을 입힌 기업에 대해 개별실사와 평가를 통해 손실률을 따져 충당금을 쌓는다. 회계상 충당금이다. 또 다른 기준인 감독상 충당금은 건전성 분류가 되면 최소적립률이 잡힌다. '요주의'의 충당금 적립비율은 7%, '고정'은 20% 이런 식이다. 감독상 충당금과 회계상 충당금의 차이 만큼 은행들은 대손준비금을 쌓는다.
이 중 금감원은 은행들이 개별실사를 통해 해당 여신에 대한 손실률이 20%를 넘지 않을 경우 고정이하로 분류하지 않아도 된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별로 STX조선 여신에 대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다르고 담보대출과 무담보대출 등에 따라서도 손실률이 차이가 나게 된다"면서 "건전성 분류를 어떻게 할 것인가와 관련해 은행들간 이견이 있었고 6월 말 기준으로 은행별 건전성 분류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각 은행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손실률을 덜 보수적으로 평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산업은행은 STX조선 여신에 대한 손실률이 16% 수준이라는 입장을 금감원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 선수금 환급보증(RG:Refund Guarantee) 손실률이 예상보다 적게 잡힌다는 이유에서다. 수출입은행과 농협은행도 실사를 통해 손실률을 따져 STX조선 여신 건전성을 요주의로 분류했다.
STX조선에 대한 익스포져가 높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경우 손실률이 20%가 넘어 여신건전성 분류를 고정으로 할 경우 부실채권 비율은 급등하고 실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산업은행의 STX조선 관련 여신은 약 1조5000억원이다. 이를 고정으로 분류하면 STX조선해양의 실사 결과에 따라 34% 가량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은행 당기순이익이 약 4000억원 줄어들 게 되는 셈이다.
농협은행의 경우에도 2분기 STX조선 여신을 요주의로 분류해 1600억원의 충당금 적립 규모를 줄일 수 있게 됐다. 당초 고정으로 분류했을 경우 3100억원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했지만, 2분기에 1500억원만 쌓아도 된다.
금융당국은 감독성 충당금보다 개별 은행들이 실사를 통한 충당금 설정이 더 보수적이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금감원은 은행별로 여신건전성 분류가 차이나는 것과 관련해 합당한 지 여부를 향후 따져본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6월 말 기준으로 은행별로 STX조선 여신에 대한 건전성 분류가 다를 수 있지만 그 차이가 합당한 것인지는 시간을 두고 따져보겠다"면서 "합당하지 않을 경우 9월 말 기준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금감원 다른 관계자는 "은행마다 건전성 분류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점검을 통해 은행간 비호환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의견을 들어보겠다"면서 "9월 말 기준으로 합당한 지 여부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이 STX조선의 경영 정상화에 무게를 두고 채권은행들에게 고무줄 잣대를 용인하면서 성동조선, SPP조선, 대선조선 등 자율협약이 진행중인 이들 업체에 대해서도 여신건전성 분류 기준에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