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잘나가던 뉴스앵커에서 라디오프로그램 진행자로 밀려난 윤영화(하정우). 가뜩이나 짜증나는 판에 첫 방송부터 걸려온 청취자 전화가 심기를 건드린다. 대수롭지 않게 끊어버린 윤영화. 하지만 1분도 지나지 않아 같은 전화를 걸려온다. 화가 난 전화 속 사내는 놀랍게도 마포대교를 폭파하겠다고 협박한다.
장난전화로 여긴 윤영화는 한바탕 욕설을 퍼부으며 사내를 조롱한다. 순간 스튜디오 뒤쪽에 보이던 마포대교가 엄청난 폭발과 함께 날아간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 스튜디오. 하지만 윤영화는 본능적으로 사건을 특종과 연결하기 위해 사내와 독점 생중계를 시도한다. 정체불명의 테러범과 특종에 목숨 건 방송인. 긴박한 대결은 누구의 승리로 막을 내릴까.
7월31일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나란히 개봉한 ‘더 테러 라이브’는 시원시원한 전개와 독특한 시나리오, 그리고 원맨쇼에 가까운 하정우의 연기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믿고 보는 배우’ 하정우의 분량이 어림잡아 80%가 넘어가는 이 영화는 대세 하정우의 업그레이드된 연기를 원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매력적이다. 테러범과 목숨 건 생방송을 펼치며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반응하는 윤영화는 하정우가 연기하지 않았던 영역 속 캐릭터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정우는 테러범과 살 떨리는 신경전을 벌이는 윤영화의 심리를 미세한 표정변화와 소름 돋는 연기력으로 표현해냈다. 그가 연기한 윤영화는 말 그대로 특종에 환장한 독종이다. 치밀하게 돌아가는 두뇌와 상황에 맞춰 반응하는 판단력, 때때로 쏟아내는 구수한 입담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윤영화와 완벽에 가깝게 일체를 이룬다. 97분 동안 쉬지 않고 이런 감정을 유지하는 하정우의 연기력은 단연 톱 클래스다.
개봉 첫 날에만 21만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인 ‘더 테러 라이브’의 또 다른 생명력은 긴장감이다. 테러범과 전화통화를 독점 생중계한다는 소재 자체가 지루할 틈 없이 팽팽하게 극을 이끌어 나간다. 에두르지 않고 초반부터 한강다리를 폭파하는 전개가 시원시원하다. 극적 긴장감을 최고로 끌어올리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한정된 공간, 즉 라디오 부스에 스포트라이트를 맞춘 점도 눈에 띈다.
물론 ‘더 테러 라이브’가 가진 이런 폭발적인 긴장감은 후반으로 갈수록 쓸데없는 이야기와 뒤섞이며 희미해진다. 하지만 제작진이 극 막판에 반전을 하나 숨겨놨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영화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